라스 폰 트리에의 구역질나는 가학 취미는 멜로드라마와 뮤지컬 장르를
차용한 <어둠 속의 댄서>에 와서도 그치지 않는다.

폰 트리에는 순수한 여성을 지옥으로 몰아넣고는
낭만적 숙명론과 테크놀로지라는 최면 비법으로
셀마의 운명이 그녀 자신의 선택이었던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영화에 혹시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비욕의 '연기 아닌 연기'다.
이 포스트 펑크 디바의 곡과 연기, 특히 과 같은
장면 등은 폰 트리에가 카메라 100대를 가지고 만들어냈다는
(어디서부터 허풍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스펙터클과
어울리며 이 혐오스러운 영화에 매혹적인 부분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주창했던 도그마 선언을 배반하면서도
아무런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예술가가 아닌 탁월한
엔지니어로서의 폰 트리에는 고작 병적인 가학 증세와 여성 혐오가 있을 뿐이다.

아직 2월이 다 지나가지도 않았지만 이 영화는 올해 나의
최악의 영화 1위 후보가 되었으며 별 일이 없는 한 탑을 차지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TV에서 방영될 때마다
로저스/해머스타인식의 쾌활함 대신 <댄서>의 잔혹함이
먼저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 고백하자면 이 구역질나는 환상과 결말에도 불구하고
떼춤 장면들은 참으로 매혹적입니다. 비록 뮤지컬의 관습과는
달리 끝까지 비욕 혼자 노래하는 것이 안됬습니다만,
그래도 깨어나고 싶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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