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사랑을 찾는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녀의 애정에 직결된 문제라고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상해라는 공간과 인어라는 전설적인 모티브가 더해지면서 그곳에서의 사랑은 어느 곳으로든 흘러 내려가서 이야기가 되어야만 하는 수쥬강의 숙명처럼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상해는 복고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도시다. 적어도 그곳을 바라보는 외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당장에 우리 영화 '아나키스트'가 그렇고, 후 샤오시엔의 '해상화'와 장 이모우의 '상하이 트라이어드'가 1930년 이후의 찌들어가는 상해의 역사적 몰락에 근거하여 영화의 셋팅을 접근시킨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천안문 이후' 의 중국 6세대 출신인 감독 로우 예는 자신의 첫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상해를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꿈틀되는 기억과 역사와 현실이 서로 마주하며 자신들의 쟁점으로 혼란스러운 수쥬강의 인공적인 과거처럼 되풀이하기를 원치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을 끊임없이 반증하기라도 하듯 영화는 일인칭 주어로 내러티브의 문제를 연결지어 버린다.

수쥬강은 솔직히 인어가 살 만한 최적의 공간이 될 만한 곳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듯 무단과 마르다는 자신들의 삶의 피난처에서 사랑을 나누고 러시아제 보드카를 유일한 기쁨으로 여긴다. 강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정작 강에 관해서는 무심하다. 하지만 주인공인 비디오 촬영기사 (일인칭 주어) '나' 원하면 무엇이든 찍어준다던 직업관처럼 상해와 수쥬를 그리며 이와 이웃해서 살아가는 나그네 같은 사람들의 생활을 담담하게 기록해 주는 일을 맡고 있다. 그것은 흘러가듯 지나쳤던 강의 이야기를 누군가에 의해 언젠가는 회자되어야 하지는 않겠나 싶은 바램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여기에 무단과 마르다의 슬픈 사랑이야기와 주인공 '나'와 그의 여자친구 메메이가 얽히면서 직접화법의 관찰자적 시각은 사라지게 된다. 그 빈자리에 감독의 눈이 덧씌워지게 된다.

해피바에서 인어의 모습으로 손님들을 상대하는 메메이를 보고 첫 눈에 사랑을 느낀 주인공 '나'는 메메이와의 사랑에 관한 시점에서 자신이 발견한 수쥬강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은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무르다와 무단의 이야기로 무단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해 무단을 납치하는 우(愚)를 범하면서부터 비틀어지기 시작한다. 배신감과 상처를 입은 무단은 무르다가 보는 앞에서 인어가 되어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면서 수쥬강으로 뛰어 내린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의 스튜어트처럼 무르다는 잃어버린 여인을 찾기 위해 방황한다. 어느날 무단을 너무도 닮은(1인 2역) 메이메이를 해피바에서 발견하면서 주인공 '나'는 그 이야기가 자신과 관련된 일이 되어 버렸음을 고백한다.

건조한 사랑이야기를 교묘하게 희석해 놓은 동화 위에다 얹어 놓은 화술은 분명히 다큐멘터리의 특징을 따라가는 무미한 이야기의 구조의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빈번히 쓰이는 핸드핼드 카메라와 점프 컷은 왕가위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영화를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만들어 내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영화 곳곳에 서려 있는 뮤직비디오와도 같은 영상의 실험들을 효과적으로 응용한 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는 분명 지아 장커의 영화와는 호흡을 달리하는 언어들을 자신의 영화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마르다와 무단의 주검 앞에서 마르다의 옛 사랑이야기가 진실이였음을 깨닫는 메이메이는 주인공 '나'에게 묻는다. "날 사랑하냐고, 그럼 날 찾아보라고" 모든 것은 사랑의 저주처럼 주술화되고 기록된다. 그 기록의 아름다움은 사라짐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나'는 자신의 사진첩 한 장에서 메이메이를 발견할 뿐 사라진 메이메이를 찾지 않겠다고 한다. 그에게는 이미 메이메이의 모습이 담긴 한 컷의 사진이 있으므로 언젠가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기록이고 자신이 그녀를 불러내는 주술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을 찾는 다는 것은 언젠가 서로를 떠나보내기 위한 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절차이며 과정인 것을 우리들의 곁을 맴도는 강의 영속성에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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