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 모두 같은 구조를 가진다. 가게에서 애완동물을 사게 되고, 그 애완동물은 주인들에게 원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계약조건이 뒤따른다. 그 조건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내용은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인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정들, 즉 사랑, 미련, 죄의식, 욕심 등을 통해서 동물을 구입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지나치게 되었을 때 어떤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카운터D 백작이라는 애완동물 가게 주인과 형사 한 명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Daughter
맹목적인 사랑. 그것이 때로는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사랑은 좋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지만 그 단어가 집착이나 과보호와 함께 얽혀진다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토끼 같은 딸이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여기선 딸의 대용으로 토끼가 등장한다. 사랑이란 감정 때문에 계약조건은 지켜지지 못하고, 그로 인해 토끼는 포악해지며 무한히 개체수를 늘려나간다. 자식이 살아있는 어미의 배를 뚫고 나오는 방식으로.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 토끼들이 갑자기 죽어버린다. 자신들의 최초 어미라고 할 수 있는 토끼가 먹은 화학 약품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체내에 축적되어 버렸기 때문에. 결국 잘 못 기른 부모와 잘 못 자란 자식은 함께 괴롭고 함께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모체로부터 체내에 누적된 화학성분으로 자식들이 죽은 것처럼 부모의 그릇된 사랑은 자식을 망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모체의 배를 스스로 뚫고 나오는 자식들의 모습처럼 자식의 그릇된 행위는 그 부모를 해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굴 탓해야 하는 걸까? 부모? 아니면 자식?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섬뜩한 내용이다.

2.Delicious
이성간의 사랑에 대한 얘기다. 인간의 죄의식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엿보이고. 인육을 먹는 물고기가 등장하고, 이아손의 눈에는 그 물고기가 인어로 보인다. 자신이 결혼했던, 하지만 얼마 전 물에 빠져 죽어버린 자신의 부인인 에바와 같은 모습을 한 인어로. '어떤 눈물이 진짜고,어떤 눈물이 가짜죠?'라는 카운터D 백작의 말처럼 물로 뛰어들 때의 에바의 눈물이 진실된 것이었는지 집착과 아집에서 비롯한 왜곡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인어에 대한 이아손의 집착 또한 에바에 대한 죄의식 때문인지 아니면 에바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 분명치가 않다. 아마도 죄의식에 더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암튼 두 사람 모두 스스로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인육에 맛을 들인 인어에게 먹힌다.

3.Despair
앞 두 편의 계약조건이 식성에 관한 것인 반면에 이번 편에는 시각에 관한 거다. 눈을 보지 말 것. 주인공인 로빈은 과거의 명성에 얽매인 채로 현재를 살아가는 자다. 벽에는 그 명성을 보여주는 사진이 붙어있고 로빈은 그걸 보면서 아마도 괴로워하고 그리워하기도 할 거다. 이번 편에 나오는 동물은 한 때 지구를 지배한 적이 있었던 파충류인 도마뱀. 계약에 따라 이 도마뱀(메두사라는 이름)은 눈을 가린 채지만 마지막 순간에 로빈은 눈가리개를 벗기고 메두사의 눈을 쳐다본다. 그리곤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서...죽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 그리고 메두사 눈동자 안에 갇힌 로빈의 모습.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걸까? 화려했던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 눈여겨볼 내용일지도.

4.Dual
앞의 것들과는 좀 다른 듯 하다. 야망, 사랑에 관한 내용이고,전설상의 동물인 기린이 나온다. 인상에 남는 말들은 꽤 많다. 다른 세 편에 비해 가장 허구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 현실에선 가장 필요한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앞으로 꿈이 정치가인 분들이 보고서 새겨둘 말이 많이 있을 거 같다^^

'호러'라는 단어가 있다고 해서 무섭지는 않다. 어두운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편이 거듭될수록 카운터D와 형사의 재담 덕택에 느껴지는 분위기는 밝아진다. 그리고 영화와는 달리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상상력 덕택에 판타지적인 요소들도 무리없이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말하고 있는 내용들은 꽤나 현실적이고 무게감 있는 것들이란 생각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볼 수 있는 문제들이고,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는 그런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