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였던가라는 걸 가끔 상기시켜주는 것들은 피 튀기는 장면들과 촬영기법들. 그걸 뺀다면 공포라기보다는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든다. 힐 박사의 죽음 이후로는 뭐가 나올까라는 긴장보다 웃음이 더 많이 나올 정도다. 자신의 머리를 들고 다니는 힐 박사와 그의 우스꽝스런 행동들. 목이 잘리기 전까지 유명한 뇌전문의였다는 게 무색해질 정도의 행위들은 동반된 모든 일들에 웃음을 띠게 한다.

감독의 의도가 개입된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힐 박사를 제외하곤 모든 되살아난 자들은 단순하며 어리석다. 좋게 말해서 아이같고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바보같다. 유일하게 힐 박사만 자신의 욕심을 챙기며 타인을 이용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욕심 또한 유치하기 짝이 없고, 무엇보다 박사의 외양이 코믹 그 자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힐 박사 역시 바보스럽다.

죽은 생명을 되살린다는 것. 웨스트가 만들어 낸 약과 같이 실제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생명에 대한 가치가 조금은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 영화에선 되살아난 자들이 모두 정상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과연 살아있는 시체라고 불리는 좀비일까 아니면 인간일까? 분명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것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거다. 그 이유라고 한다면 죽었었으니까. 좀 더 복잡하게 생각하고 대답한다면 생긴 것도 그렇지만 인간다운 행동을 보이지 않으니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떠나서 영화 자체는 재밌다. 공포영화를 보고서 무섭다는 말보다 재밌었다는 말을 하는 게 어째 이상하지만 영화가 그렇게 만들어져있는걸 어쩌겠어? 고양이, 지하실, 시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초반부만 하더라도 으시시한 분위기였지만, 웨스트가 힐 박사를 죽인 순간부터 웃기는 공포영화로 변한다. '이블데드3(아니 2던가)'를 공포영화인 줄 알고 봤다가 특수효과와 어드벤쳐식의 스토리 때문에 엄청 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좀비오'는 약간 다른 맥락에서 웃음을 준다. 공포감을 주어야
할 좀비들의 조금은 어리숙하고 굼뜬 행동과 상황설정들이 바로 그 웃음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떠오른 쓸데없는 생각 하나 더. 인간의 이기심은 정말 끝간데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