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의 화제의 영화 #18

비수기인 11월 달에 배급전쟁을 선포한 <단적비연수>와 <리베라 메>가 11일 함께 선보인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투자, 배급해 흥행신화를 창조한 CJ엔터테인먼트가 <단적비연수>를, 올해 내내 고전해온 시네마서비스가 <리베라 메> 배급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올해의 승자는 누구?

아쉽게도 <단적비연수>와 <리베라 메>를 보면 쉽게 승자를 판가름하기 힘들다. 환타지가 부재한 환타지로망(?) 대서사시 <단적비연수>와 재난이 없는 재난영화(?) <리베라 메>는 좀처럼 승부를 가리기 힘들게 만든다.

고대의 신화 세계로 관객을 안내하는 <단적비연수>는 묘하게 <원령공주>와 닮았다. 하지만 신화적 세계를 풍부하게 재해석하거나 이미지로 체화시키지 못한다는 부분에서는 소재적 의미에서만 비슷함을 안겨준다. 내러티브가 잘 짜여져 있지 않고 연기가 빛을 잃어서 기대했던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부분이 많다. <은행나무 침대>의 속편이라는 점, 고대를 배경으로 해야 했던 것 등이 감독에게 지나친 부담을 줬던 것 같다. 영화 초반부에 설경구의 어색한 연기를 접해야 하는 관객은 당혹감부터 느낀다. 후반부에 가서 제 힘을 찾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위안이 되기에는 감독의 파워가 너무 약하다. 그나마 김윤진의 연기가 마음을 달래주지만 전체적으로 무엇인가 뒤틀린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이에 반해 불에 대한 구원을 소재로 한 <리베라 메>는 좀 나은 편이다. 블록버스터답게 영화에 돈을 담뿍 들인 흔적이 곳곳에 역력하다. 불의 날름거리는 혓바닥만을 잘 포착했다. 불과 소방대원들의 대결에서 차승원과 최민수의 대결구도로 옮겨가면서 극적긴장감을 산출하려 하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대결이 긴장감을 이완시키고, 화면분할과 편집 등이 장르에 충실하지 못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한다.

영화 환경이 나아지고 감독의 안목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장르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기는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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