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된 영화지요. 주연 배우 중에 한 명인 신민아씨는 이 영화가 정말 개봉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기존의 한국영화와는 많은 볼거리가 있다고 하여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지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있지요? 이 속담을 대변이나 하듯이, 관객들은 이 영화를 외면했습니다. 전 이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 중에 재미있다고 한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요? 그리고 흥행 성적도 시원치 않습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워낙 대작이라서 그렇다지만,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던 <두사부일체>한테도 한방 먹고, 이제 다른 기대작들의 틈 속에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실정입니다. 조금 더 있으면, 이 영화는 영원히 영화관에서 못 볼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 분위기 아시잖아요? 흥행 안되면 가차없이 상영관에서 밀려납니다.

그러나 제 경우, <화산고>를 보고 난 느낌이 한마디로 'good'이었습니다. 전 정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우선 출발부터 화끈해서 좋았습니다. 꽝꽝 올려대는 사운드와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CG의 오프닝,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 소개 등이 저의 시선을 팍팍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물 빠진 청바지와 같은 화면의 색조 또한 좋았답니다. 장혁(A)과 허준호 그리고 공효진, 김수로의 연기뿐만 아니라, 선생님 역할의 연기자들도 화산고의 분위기에 딱 맞는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단지 신민아의 연기가 조금 어색했다는 것, 그 점은 저에게도 안타까웠습니다. 전 우선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영화가 처음 나왔다는 점 때문에 기쁩니다. 이 영화는 홍콩과 일본 그리고 미국문화를 적절히 받아들인 덕에 생긴 것입니다. 홍콩의 무협과 일본 만화의 상상력('드래곤 볼'적인 상상력) 그리고 헐리웃의 CG 영향 등이 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이유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화산고>만의 묘한 분위기는 프랑스 영화 <델리카트슨>마저 생각나게 했답니다. 이래나 저래나 독특한 것은 좋아하는 저로써는 아주 흡족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의 한계가 바로 처음에 모든 것을 다 보여준 것 때문에 생겨난다고 합니다. 즉, 초반부에 강력한 CG 액션 장면이 볼 것을 다 보여준다고 불평입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계속적인 와이어 액션의 반복 뿐이라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반에 보여준 장면보다 후반에 보여지는 장면은 명백히 더 강력하고 그것 이외에도 김경수의 심경의 변화나 마선생의 등장으로 생기는 새로운 국면 또 장량과 김경수의 협력 등이 장면이외의 볼거리로 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초반에 보여진 와이어 액션이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것 때문에 이 영화가 지탄을 받는다면 다른 와이어 액션이 없는 영화들은 어떻게 재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어차피 그 영화들은 와이어 액션이라는 볼거리도 없이 2시간이나 이어지는데.

결국 영화의 재미는 와이어 액션의 반복이나 유무에 관건이 아니라 내러티브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화산고>는 그 부분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김경수의 간간히 나오는 돌출적이면서 귀여운 유머나 교장선생님의 엉뚱한 행동이 만들어내는 즐거움 또 다른 써클 부원들의 오버로 인한 재미도 솔솔치 않지요.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만화 같은 영화를 표방합니다. 상상력, 캐릭터, 내용, 장면 모두 철저히 비현실적인 것을 지향합니다. 그리고 그 규칙을 깨지 않습니다. 독특한 화면의 색감이나 재미있는 캐릭터, 그리고 와이어 액션의 볼거리도 좋지만, 새로움이라 불릴만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전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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