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라는 녀석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밴드에서 건반을 맡았죠. 민수는 롤링 스톤스 같은 밴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녀석의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버린 민수는 약사가 되고 말았지요. 약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민수 녀석에게 실망스러웠던 것은 돈만 밝히는 약사가 되었다는 사실이죠. 세계적인 밴드를 꿈꾸던 민수, 지금은 돈독 오른 약사가 되었는데, 녀석, 행복할지 모르겠어요.

수철이 아세요? 음악 좋아하던 놈인데, 공무원이 되었더라구요. 공무원이랑 정말 안어울리는 놈인데, 며칠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그 녀석 자살했데요. 자실이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예, 맞아요. 청에서 짤렸데요. 빽 없고 돈 없으니, 희생양이 된 거죠. 이제 그 녀석의 얼치기 드럼도 못 들어요. 그 녀석 하늘나라 가서는 행복하게 웃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 인기요? 알죠. 그럼요, 환경 운동가로 텔레비전에도 가끔 나왔죠. 그 녀석도 예전엔 음악에 목숨 건 놈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연보호에 목숨을 건 꼴이죠. 그 녀석 환경 보호 운동한다고 돌아다닐 적에 수철이랑 줄곧 아웅다웅했는데, 수철이가 죽어서 마음 고생이 심할거예요. 암튼 녀석도 요즘 별반 행복해 보이지는 않더라구요.

강수, 그 놈 성격은 완전히 불같아요. 녀석 대마초만 안피우면 참 좋은 놈인데, 그것만 입에 대면 아주 빙신이 되더라구요. 그래도 지금은 마음 잡고, 마을 버스 운전하고 있어요. 운전도 개뿔도 못하는 녀석이 사람이나 안다치게 했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요즘은 그 녀석의 드럼 소리가 그리워집니다. 녀석 행복하게 잘 살고 있나 모르겠네요.

양아치 정석이요? 정말 여자 많이 꼬시고 다니는 놈입니다. 여자 때문에 칼부림도 많이 났지요. 그런데 나쁜 놈은 아니예요. 천성이 그런 것이지. 음악에 대한 열정도 있구요. 물론 걔네 처가 보면 기막힌 노릇이지요. 애 하나 낳고 음악한다고 잠적했으니. 그 녀석 늘 웃고는 있지만, 지 처랑 자식 생각하면 행복하지는 않을 거예요. 불쌍한 놈!

현구형은 못 본지 오래 되었어요. 음악 못하겠다고 떠난 지 오래되었거든요. 고향에서 농사하고 있겠죠, 뭐. 음악이 좋다고 반평생 딴따라 하다가 시골가서 사는데, 현구형은 행복할지? 아니면 아직도 시골 어디선가 음악한다고 섹스폰 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네요.

인희 노래는 한마디로 짱이예요. 까랑까랑한 목소리며, 깔쌈한 무대 매너. 그런데 얼마전 지방에서 다시 인희가 노래하는 것을 봤어요. 여전히 대단하더라구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 동안 어떻게 살았냐고 물었더니, 정말 파란만장하게 살았더라구요. 아무튼 대단한 애예요. 다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좋아보이기는 했지만, 그 행복이 오래가리라는 확신이 없네요.

병주 아저씨요? 정말 술고래죠. 술과 음악 밖에 모르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구요. 그래도 좋으신 분이에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안보이시더라구요. 어디서 음악을 하고 계신지? 아니면 하늘 나라로 가신건지? 알 수가 없네요. 음악이 좋아 한평생 음악만 하신 분인데, 행복하신지 모르겠어요.

기태요. 요즘 수안보에서 인기 짱이예요. 가수는 얼굴로 한다고 하더니, 정말 요즘에는 오디오보다 비디오가 중요한가봐요. 지금은 나이트에서 철 지난 노래 부르면서 춤추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기태 저 녀석도 뭐지 않아 후회할거예요. 짜식 음악이 먼지도 모르는 놈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성우 얘기 할게요. 성우 녀석은 죽을 때까지 음악만 할 놈이예요. 타고난 꾼인데, 재수가 없나봐요? 하는 일마다 안되고, 만나는 사람마다 떠나가니. 그래도 이제 자리를 좀 잡았나봐요. 암튼 성우가 좀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녀석도 행복이 뭔지 느껴봤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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