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낍니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심지어 많은 것들을 배우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리고, 사람들은 그 배움으로 인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자신이 얻은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할 수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살아오면서 얻은(?) 것들을 우리는 기억이란 이름으로 머리 속에 담아둡니다.

기억...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것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한가지 더 묻는다면... 그 기억은 제대로 된 기억일까요?

기억이라는 것은 아시다시피 우리 머리 속의 한계로 인해 곧 지워지게 됩니다.

필요할 때 다시 기억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기억이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의 기억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예로 들만한 영화가 하나 있는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트루먼 쇼]란 영화를...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삶을 살아가다 자신만의 삶을 찾아나서는 '트루먼'의 이야기를... ^^;

아무튼 여러분은 우리의 역사를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 역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계실겁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역사가 거짓이라면...

이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그런 가정으로 출발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오프닝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지금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이 영상을 통해 보여지니 말입니다.

일장기를 달고 뛰는 스포츠 선수... 현재 광화문 사거리를 지키도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으로 바뀌어 있는 모습... 그리고 건재한 조선총독부 건물...

우리가 그토록 이 영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일본이란 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상상하기 싫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맺힌 것이 많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영화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렇게 화를 내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처음 이 영화에 대해 접했을 때, 저 역시 상당한 껄끄러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제 느낌을 말하라고 한다면, 국민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튼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1909년 중국 하얼빈...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바로 우리의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일이 실패했다면?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국이 아니라 승전국이라면?

영화는 지금의 우리에게는 다소 껄끄럽게 들리지도 모르는 사실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웁니다.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 나라는 아직도 일제 치하에 있을 거란 가정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그 설마했던 가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시작합니다.

2009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어느새 일본 제국의 시민으로서 별다른 반항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독립'이란 말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어느새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하고 굴욕적인 삶을 거부하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후레이센진'이란 테러집단이 홀로 일본제국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을 수사하던 일본연방수사국 (JBI)의 사카모토 마사유키 (장동건)와 사이고 쇼지로 (나카무라 토오루)...

사카모토와 사이고는 테러집단 '후레이센진'을 수사해 나가던 중 일본 최고의 가문인 '이노우에' 가문이 사건과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사카모토는 '이노우에 재단'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곧 그 사건에서 제외됩니다. 이유는 그가 조선계 일본인이기에...

그는 말도 안되는 이유에 반발하고, 사건에 더 깊이 파고들지만... 그는 또 다른 음모에 휩싸이게 됩니다.

영화는 블록버스터란 말이 어울리게 화려한 볼거리와 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속에서 친구이며 장차 숙적이 되는 사카모토와 사이고 역의 장동건과 나카무라 토오루... 이 두사람의 연기하는 모습은 영화내내 관객을 압도합니다.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액션 장면들... 영화는 한국 블럭버스터 영화의 질을 한차원 높였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며 몇가지 찾아낸 것이 있는데... 옥의 티라고나 할까요? 아니... 일종의 오류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한번 보시겠습니까? ^^;

혹시, 지금의 우리 나라가 '대한민국'이란 이름을 가지기 전에 썼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조선이라고 알고 계시나요?

우리 나라는 1899년부터 '대한제국'이란 국호를 사용했습니다. 1910년에 한일병합체결로 나라는 사라졌지만... ^^;

비록 11년이란 짧은 세월이었지만 '대한제국'은 우리의 마지막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조선 독립'이란 말을 했을까요?

뭐 이것은 관점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조선'이나 '대한제국'이나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나라이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것은 그냥 넘어가도 될 듯... ^^;

또 하나, 혹시 우리 나라와 일본의 자동차와의 차이점을 아십니까?

바로 운전대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왼쪽, 일본은 오른쪽...

이것을 왜 말씀드리냐구요? 영화를 보다 보시면 차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

그 장면들을 유심히 보시면 두 종류의 차가 모두 등장합니다.

그게 말이 될까요?

왜냐하면, 운전대의 위치에 맞춰서 그 나라의 모든 도로가 정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종류(?)의 차가 모두 사용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근 100년을 일제 치하에 있었다면 자동차의 운전대가 왼쪽에있을 리가 없겠죠? ^^;

참고로, 이것은 역사적인 사실인데...

아까도 처음에 잠깐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건... 영화는 그 사건의 실패를 계기로 바뀌는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바로 이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오류가 있습니다.

혹시 이토 히로부미가 왜 하얼빈에 갔는지 그 이유를 아시나요?

아마 모르시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 역사책을 뒤져보니, 러시아 군의 장교를 만나기 위해 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후, 러시아군에 의해 붙잡혔다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그 장소에는 러시아군이 없습니다. 러시아군의 누군가가 환영을 나와있을법 한데... 그렇죠? ^^;

그리고 마지막 하나... 이 영화는 한국 영화임에도 일제치하시대를 다루고 있기에 대부분의 말이 일본어입니다.

따라서 외화처럼 자막이 붙습니다.

자막 중에서 한가지 걸리는 게 있어서 집고 넘어갈까 합니다.

혹시 '조센징'이란 말을 아시는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을 무시하며 부를때 '쪽바리'라고 부르듯이,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무시하며 부를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해 자막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아십니까? 그냥 '조센징'이란 말을 쓰더군요.

자막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말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어째서 일본말을 썼을까요? 이건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 듯 싶네요.

물론 그렇게 써도 뜻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표현 못할 말이 아닌 이상, 일본말을 그대로 번역했다는 것은 문제란 생각이 드네요.

'조선놈' 정도의 표현이 적당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냥 제 생각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

아무튼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화려함과 섬세함이 돋보이는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는 신선함이 없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계속 반복되고, 연출 역시 CF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등 영화에 좀 걸맞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스토리도 좀 빈약해 2시간이 좀 넘는 긴 시간동안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지는 못하더군요.

그리고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는 갑자기 장르가 판타지로 돌변합니다. 그래서 더욱 황당하다는 생각이 드는지도... ^^;

아무튼 화려한 액션 장면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지만, 빈약한 드라마가 영화의 발목을 붙잡더군요. 조금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 2002. 01. 30. 오후 8시 50분, 씨네시티 13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