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부탁해>에서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스무살 소녀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는 고양이에 관한 영화가 아닌 고양이를 닮은 스무살 소녀들의 삶을 그린 성장영화다.

고양이는 섬세하고 날카롭다. 또한 말도 잘 안 듣고 하는짓도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인 태희와 혜주와 지영역시 그렇다.

상고를 졸업하고 대개 대학을 다닐 시기로 인식되는 스무살에 사회에 여자라는 이름으로 내쳐진 그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여기서 흔히 스무살 여자애들에게 끼어들 수 있는 성적인 농담이나 남자를 놓고 다투는 그런 문제를 말하진 않는다. 그냥 그들의 일상적이고 약간은 아웃사이더적인 삶을 다루는 것이다.

지존군이 스무살이었을 때 대학을 떨어지고 노량진 바닥에서 인생 버려가며 시간만 썩히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스무살은 대학을 가고, 재수에 열을 올리는 그런 인물들이 아니다. 사회에 나가서 직장에 다니고 돈을 벌고 하는 그야말로 양아치도 범생이도 아닌 평범한 여자애들. 이것이 여성감독인 정재은 감독이 말하는 스무살의 자화상이다.

의외로 청춘영화에서 스무살을 그린 영화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대표적인 청춘영화라면 <키즈 리턴>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을 꼽겠지만, 정작 이 스무살이란 나이를 다룬 청춘영화라면 섹스에 대한 몰두만으로 이 시기를 평가절하 해버린 <청춘> 정도랠까?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스무살의 의미는 신선하고도 각별한 맛이 있다.

이 영화는 인천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하였다. 하지만 인천이란 곳을 그려낸 영화들의 시선은 항상 겉도는 느낌이 나는 도시였다. <파이란>에서 장백지가 마주치는 인천의 현실은 낯설었고, <인정사정 볼것없다>에선 간척지의 황량한 느낌만이 감돌았다. 이 영화에서도 인천은 지영이 사는 무너질 듯한 판자집으로 표현되고 직장이 서울인 혜주에겐 탈출하고픈 도시. 그리고 북성동의 화교도들에겐 여전히 낯선 땅일뿐이다. (지존군은 인천에 산다) 인천이란곳은 영화속에서 상당히 우울하게 표현되어왔지만 이 영화에선 인천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 또한 인천이란 도시가 지니는 소외감을 가장 잘 표현해 준 듯하다.

고등학교때 절친한 친구였지만 사회에 나가면서 서로 서먹해지고 각자의 인생에서 좌절을 맛보아가며 그녀들은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꿈을 찾아서, 쉴곳을 찾아서 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랜다.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말에서 지존군은 그녀들을 부탁해달라는 말을 들은듯했다. 물론 내 상상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사회를 겪기에 힘들지만 언젠가 그들도 정말 어른이 될 것이다. 고양이란 동물이 어릴때엔 손이 많이 가지만 크고 나면 혼자서도 잘 크는것처럼 말이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살 청춘에게 바치는 또다른 의미의 특별한 헌사이다. 그러나 굳이 여자들에게만 권할 작품은 아닌듯하다. 10대가 보기엔 동경이고, 20대가 보기엔 현실이고, 30대가 보기엔 그리운 젊은 시절. 그리고 아직은 꿈을 찾을수 있는 시절. 그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스무살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영화를 모든 남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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