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십 대 때는 뭐를 했을까?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고 난 후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가끔 이십대의 아릇한 기억들이 뒤숭숭하게 떠오른다. 고양이 같이 뽀송뽀송한 피부를 가진 몇몇의 친구들과 함께 가끔은 야한 얘기며 우리들의 사소한 일까지 수다를 떨었겠지? 미친 듯이 술도 먹고 그리고 못피는 담배도 조금씩 돌려가며 피면서 기침을 목이 터져라 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그 시간은 나에게서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도 저 나이 때는 저랬겠지? 근데 참 이상하단 말이야. 나이를 먹으면서 저런 영화를 보면 저중에 내가 끼어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을 왜인지. 노처녀가 영화를 보며 주절거린 얘기였다.

영화는 다섯명의 발랄하고 귀여운 고양이들로 가득차 있다. 유난히 인간에게 정이 많고 모험심이 강한 고양이 태희, 예쁘고 일도 잘 하지만 욕심이 많고 깍쟁이 같은 역을 도맡은 고양이 혜주, 비록 집은 가난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아웃사이더 같은 고양이 지영, 그들에게 늘 웃음을 주는 명랑한 쌍둥이 고양이 비류와 온조.

고양이를 부탁해는 다섯명의 귀여운 여자 고양이들이 세상을 깨우쳐 나가는 이야기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정말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이십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때가 자아 정체성을 찾아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은 나름대로의 이십대를 해쳐 나가려고 한다. 태희는 식구들의 정신적인 폭력으로 부터(메뉴 고를 때 자신이 고르게 안 하는 것도 정신적인 폭력에 해당하는 건가?) 상업 고교 졸업생의 비애 문제를 극복해 나갈려고 커피심부름도 마다 하지 않는 혜주, 가난한 살림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어 고양이에게 위안 받는 지영. 하지만 그들은 서로 어긋나고 또 어긋난다. 그러다 나중에는 낭떠러지에까지 이르러 떨어질지 모르는 위험까지 경험하게 된다.

이 영화는 다른 기존 청춘 영화들 과는 다르다. 배두나의 전작 <청춘>에서와 같이 격렬한 섹스신이나 남자와의 아리따운 사랑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소금을 조금 덜친 싱거운 영화처럼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이제 청춘 영화들은 지겹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조금은 이 영화가 신선하게 생각될지도 모른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문득 고양이에게 위안 받는 지영이 내 모습같이 느껴져서 한순간 깜짝 놀랐다. 물론 내가 그녀와 완전히 닮았다라고 확신하고 싶진 않지만 한때나마 나도 어설픈 아웃사이더였음을 지금에서야 고백한다. 하지만 내가 그녀였다면 정말 그녀처럼 침묵을 기르면서 소년원까지 가기를 기다렸을까?

영화는 순전히 이십대 여자(물론 남자도 포함이 되는 것 같다고 여겨 지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 영화는 여자 영화 같이 느껴진다)만을 위해 만들어졌다.

감독이 여자여서일까? 영화 곳곳에 상당히 섬세하고 꼼꼼한 손길들이 느껴진다. 미로처럼 어지러운 길, 골목을 들어설 때마다 보너스처럼 등장하는 사람들, 허공에 뜬 메시지, 장애인의 시를 대신 쳐주는 태희의 꼼꼼한 손길을 보면 어쩌면 영화감독 정재은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을 시도한 것 같다. 하지만 내용에만 너무 치우쳐서 인지 인물을 너무 가볍게 다룬 것 같다. 영화에 중요한 인물(?)로 나오는 고양이라든가, 다섯명 사이에 비류와 온조의 인물설정은 왠지 싱겁게만 느껴진다. 그것들은 조금만 잘 살렸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 그리고 영화가 전반적으로 짧은 내용에 비해 러닝타임이 조금은 길어 지루했다.

하지만 비밀스럽고 혼자 있길 좋아하고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고양이를 빗대어 지금의 이십대에 비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이 영화가 좋다.

아! 그리고 여기 나오는 고양이들(여기 나오는 고양이가 한마리가 아니라는 거 다 아시죠?)의 활약을 기대하세요^^ 언젠가는 그들도 대종상을 받을 지도 모르니깐..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