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우리들에게 조금 낯선 이름의 '하모니 코린'은 19세 때 쓴 그의 첫 번째 시나리오 <키즈>가 사진작가 출신의 감독 '래리 클락'에 의해 영화로 완성되어 깐느영화제와 선댄스영화제를 발칵 뒤짚으며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AIDS 시대를 거리에서 탕진하는 10대들을 막가파의 애정으로 그린 <키즈>의 시나리오는 1996년 인디펜던트 스피리츠 어워드의 시나리오 부분 우수상 후보에 올라 '하모니 코린'이 영화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게기를 마련한다.
1997년 영화감독 데뷰작 <검모>는 더할나위없이 역겨운 영화라는 논쟁 속에서 90년대 최고의 퍽큐시네마로 부상했다. <검모>는 정말 무뢰한이 작정하고 만든 금기의 목록이다. 여기서 '하모니 코린'은 해서는 안된다고 배운 그 모든 것만으로 내러티브를 짜낸다. 태연자약하게 90년대의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의 이야기라고 연막을 친 성장영화의 플롯. 그러나 사악한 두 명의 악동 '토뮬러'와 '솔로몬'은 고안한 공기총으로 고양이를 사냥해 슈퍼마켓에 팔고, 동네의 장애인들을 골탕먹이고, 식물인간이 된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빼버린다. 불온한 유머를 늘어놓는 '하모니 코린'의 의도는 명백하다. 아메리카의 고상한 휴머니즘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함으로써 그것이 얼마나 허울뿐인가를 폭로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좌파와 무정부주의를 오가는 <거머>는 로테르담과 베니스영화제에서 열광을 불러 일으켰으며, 수많은 지지자들을 탄생시켰다.
두 번째 영화 <줄리아 동키-보이>가 도그마 95의 첫 번째 미국영화로 만들어진 것도 <검모>에 매료된 '라스 폰 트리에'의 낙점에 의한 것이다. 무엇보다 '라스 폰 트리에'가 <검머>에서 주목한 부분은 배우들에게 맡긴 셀프 캠코더와 픽셀 비젼을 활용하여 창조해낸 완전히 자유로운 미학이었다. 그만큼 새로운 이미지의 탐식가인 '하모니 코린'은 <줄리앙 동키 보이>를 30대의 디지탈 카메라로 찍었다. 정신분열증에 빠진 소년 줄리앙의 이야기는 이상한 광기와 비애응 동시에 안고 있다. 황금색 보철기가 우스꽝스러운 줄리앙은 자신이 저지른 살인도 모르고, 누이는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가졌고, 형은 하루종일 육체미 운동으로 소일하고, 아버지는 브래지어를 차고 포르노 방송만 본다. 그러나 줄리앙이 가끔씩 도취된 눈으로 바라보는 맹인 소녀가 스케이트를 지치는 풍경은 모든 위악적 배치를 일시에 숨 멎게 할정도로 시적이며 아름답다. 단지 124개의 장면구성표와 10장의 트리트먼트로 임프로비제이션의 영화를 만들어간 '하모니 코린'은 종종 이야기를 잊은 듯 이미지의 진공상태로 빠져든다.
정말 부정할 수 없는 이 거칠고 막가는 영화로 '하모니 코린'이 지금까지의 도그마 영화들이 고민해온 디지털 캠 미학에 가장 근접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다가갈 수 있는 한 가장 가까운 곳까지 카메라를 인물 안으로 밀어넣는다. 그래서 줄리앙의 부족한 머리 속으로, 마음 속으로 들어간 카메라는 스스로 신체가 되고 정서가 된다. 줄리앙의 기분에 따라 활공하고, 흔들리고, 젖어들고, 멈추고, 춤추는 카메라는 이제까지 영화가 가보지 못한 거리까지 따라 붙는다. 그런 나머지 입자는 거칠고지고 프레임이 일그러지기도 하지만 그 순간 초현실주의적인 현기증까지 분사된다. 그 기이한 부조화 속에서 줄리앙의 이야기를 빌려 자신의 가족사를 고백하는 '하모니 코린'은 형식이 되고, 또 내용이 되고, 또 내용이 거울이 되는 영화의 비밀을 펼쳐 보인다. 거리에서 자라난 삶의 힘을 영화와 일치시키는 '하모니 코린'은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구원한 예이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향한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이 과격한 시네아스트의 자해극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이다. 분명 '하모니 코린'이 사악해질수록 영화의 21세기는 투명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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