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번에 우편으로 보냈던 편지인데 소식이 없어 다시 보냅니다.



존경하는 임권택 감독님께 올립니다.

저는 서양화가 고윤입니다. 감독님께 이렇게 글을 올려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저는 최고의 화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작품에 몰두하여 왔습니다. 나의 예술활동무대인 작업실에서 언제나 고민하고 울부짖으며 몸부림치는 예술작품 제작에 몰두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이루지 못한 삶의 큰 꿈이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특히 감독님작품을 좋아합니다.
어릴적 국도극장으로 기억되는데, 감독님 데뷔작 [두만강아 잘있거라]라는 개봉영화를 관람하러 갔다가 미성년자라서 입구에서 쫒겨났던 기억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 후로 감독님 작품은 거의 다 감상한것 같습니다.
2010년 8월 12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임권택감독 전작전 상영 첫날 감독님의 작품을 감상하는 행운에 감독님을 직접 뵙게되는 영광까지 가졌으니 이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배우의 길을 가기를 원했는데 가정여건상 배우의 길을 택하지 못했습니다. 그후 약10년 전부터 주변 연극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몇편의 연극에 출연하였고, 금년 5월에는 존경하는 김성원, 오정해와 함께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악극 아씨]를 공연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꿈인 영화출연의 기회는 멀기만 한거 같습니다. 몇 년전 인사동에서 임은자 선생님의 개인전 오픈식에 참석하여 감독님을 뵙게 되어 기념촬영도 했습니다. (이때까지 임은자 선생님과의 관계는 몰랐습니다.)
또한 뒤풀이 장소에서 감독님과 한자리에서 마주보며 저녁식사를 하는 행운도 있었습니다만, 그 자리에서 차마 영화출연이야기를 하지못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이렇게 번 발치에서 꿈을 꾸는 세월만 보낼수는 없는 일이라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60세가 넘었고 머지않아 건강을 잃을수도 있어서 예의는 아니지만, 이렇게 부탁의 글을 올려봅니다. 감독님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은 진정한 저의 소망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일은 처음이며 앞으로 누구에게도 없을 것입니다. 기회만 주신다면 온힘을 다해 제 열정을 한번 쏟고 싶습니다.
감독님 심기 불편하시더라도 이해하시고 너그러이 감싸안아 주십시오.
저의 생에 뒷모습에 초라한 가슴앓이의 삶으로 마감되지 않도록 꼭 기회가 주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임권택 감독님 건강하시고 앞으로 훌륭한 작품 많이 만드시길 바라며 끝없는 거장의 길을 가시기를 진심으로 늘 기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010년 9월 고 윤 드림

HP 010-8225-0824
인천시 남동구 만수서로 37번길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