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글루미 썬데이 (Gloomy Sunday|글루미 선데이|2000) 파리넬리 (Farinelli: il castrato|1994)
스테파노 디오니시는 1966년 10월 1일에 로마에서 태어나 스무살이 되던 해, 로마의 '라 스칼레타'극단에서 연기수업을 받는다. 처음에는 작은 역할을 전전하며 웨이터로 일하기도 하고, 80년대 후반에는 뉴욕에서 일년간을 지내기도 한다. 그는 또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87년과 91년 사이 인도를 몇 번 방문한 적도 있다고 한다. 디오니시가 처음 TV에 출연한 것은 1987년이었으며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한 것은 1990년이었다. 1994년에는 '파리넬리'에서의 연기로 국내 영화제(David of Donatello award)에서 주목받는 남자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배우 디오니시의 연기경력에 있어 주목할만한 특징 중 하나는 논란이 될 만한 영화에 출연하거나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에 대해 크게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94년의 영화 '파리넬리'에서는 거세당한 남자성악가인 카스트라토 역을 맡았으며 96년의 '밤볼라'에서는 게이 청년 역을 맡았다.
디오니시는 핸섬한 외모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쉽게 어울릴만한 연기, 예를 들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등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는다. 그는 '밤볼라'에서의 연기를 위해 머리를 염색하고 체중을 줄였으며 '파리넬리'에서는 당대를 풍미한 오페라 스타를 연기하기 위해 삼개월 동안 성악을 공부했다. 또한 영화 'Correre Contro'를 위해 한달간 휠체어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최근작 '글루미 선데이'에서의 작곡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피아노를 배웠음은 물론이다. 그는 말하길 '나는 물론 음악가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만드는 이런 역할을 맡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단순히 무비스타가 아니라 연기자가 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다른 방식으로도 드러난다. 97년에 출연했던 영화 'Claudine's Return'(영문표기; Kiss of Fire)에서 그는 자신의 촬영이 아닐 때도 세트장을 서성거리며 자신의 동선을 연구했으며 이는 주위의 스탭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분명 섬세한 얼굴과 몸매를 지녔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눈으로부터 번지는 강렬한 인상이다. 그것은 캐릭터의 복합적 심경과 충동, 폭력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것이며 그의 연기 또한 자신이 가진 분위기를 완벽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파리넬리'의 연기로 그가 진작부터 주목받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가 성악을 공부했다고는 하나 당시 실제 카스트라토의 음역은 소화하기 불가능한 것이었기에 노래하는 장면들을 모두 립싱크 처리해야 했는데, 노래할 때의 입모양과 떨림, 감정과의 조화 등을 모두 연기로 소화해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디오니시는 정면에 카메라를 놓은 상태에서도 무난하게 연기했고, 그를 캐스팅한 감독에게 극단의 만족을 선사했다.
한 배우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위한 방법으로,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출연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 한다면, 스테파노 디오니시가 앞으로도 세계적 인기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그가 자국 이탈리아 내에서 적잖이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이라도 그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면 우리의 영화보기는 그리 지루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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