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 4년이 됐다. 1997년 영화 <바이준>으로 데뷔한 이래 뮤직비디오와 드라마를 거치며 이름이 알려졌고, 2000년 원점으로 돌아와 유지태와 다시 만나 <동감>을 찍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한결같다. [해피 투게더]와 [햇빛 속으로]에서 보여지던, <이유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의 상대역인 나탈리 우드 같은 이미지. 남자를 한없이 기다리며, 꿈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순정만화에나 나올법한 소녀. 그래서일까? 그녀는 드라마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기 보다는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편이다. 그래서 [해피 투게더]에서 송승헌과 한고은이 부각될 때 김하늘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햇빛 속으로]에서 차태현과 장혁, 김현주의 개성있는 배역에 밀려 김하늘의 연기는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지극히 여성스러운 하얀 원피스를 입은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 - <동감>에서도 그녀는 짝사랑하는 선배를 훔쳐보는 순수한 대학생을 연기한다. 1979년, 무선통신을 통해 우연히 2000년의 남자 유지태와 사랑에 빠지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맑은 로맨스를 펼쳐보인다.

하지만, 김하늘은 이러한 이미지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데뷔작 <바이준>에서 보여주었던 다소 퇴폐적인 이미지를 발전시켜 줄리엣 루이스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녀는 과연 변신할 수 있을까? 사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청순가련형 이외의 이미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바이준>에서의 연기도 썩 어울리지 않았고, <닥터 K>는 영화 성격상 출연 자체를 말리고 싶었을 정도였으니까.

김하늘에게는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이미지를 고수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고, 전혀 다른 세계로 연기변신을 하기에는 자신의 외모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김하늘에게서 악역을 기대할 수 있을까? 너무 착하게만 보이는 것은 이렇게 그녀의 직업이 배우이기에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