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리허설]
글: 성재원
2002년 04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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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더 리허설]이 깊이 사귀고자 하는 대상은 다름아닌 관객이다. 소비자로서 관객은 현재 자신의 눈 앞에서 보여지는 것에서 소위 미적 가치를 찾고, 느끼길 원한다. 작품의 사적인 과거에는 관심을 기울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리허설 과정을 소재로 하여 과감하게 자신을 내어보인 것이다.
이렇게 내가 추측한 감독의 제작의도는 세련된 이야기 구조와 춤, 노래를 통해 풍부해지고 있다. 1부에서는 리허설의 속살을 맛볼 수 있다. 리허설은 완성을 향한 강한 욕구다. 이는 끊임없는 연습과 사색을 요구한다. 오랜 수정보완 작업은 배우와 스텝들로부터 고도의 절제와 인내, 열정 등 총체적인 에너지를 흡수하며 그 결과 작품은 조금씩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1부는 극 속에서 연출과 배우, 배우와 스텝간의 갈등을 서사의 기본 축으로 진행이 된다. 연극사회에서 스타와 조연들이 갖는 위치의 차이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갈등, 자신의 배역에 충실하고자 하는 신실파의 호소, 스타에 대한 소망으로 힘든 단역의 생활을 감당하는 자들의 애환등을 보며 관객들은 이제까지 보아온 수많은 작품들의 과거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2부는 1부의 리허설과 그들이 공연하고 하는 작품간의 긴장을 통해 상징적으로 주제를 표현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사랑을 심화하지 못한 체 파국을 맞는 연인의 스토리는 최종 리허설을 마무리 하지 못하는 뮤지컬의 흐름과 평행선을 그리며 흘러간다. 연인의 사랑이 심화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서로에 대한 앎, 지식의 결핍이다. 서로에 대한 호감, 즉 에로스적인 사랑은 서로를 향한 깊은 지식 통해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심화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관객 자신이 현재 공연되는 작품을 그 시점의 완성도와 느낌에만 충실하고 이면에 녹아있는 리허설의 고난한 과정을 배제한다면 그 관계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할 것이다.
뮤지컬과 관객관의 관계, 서사의 이중적인 구조는 비교적 참신하며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어 적절하게 안배된 춤과 노래는 고갯짓과 박수로 호응하며 즐길만하다. 무엇보다 자그마한 몸에서 터져나오는 진복자님의 폭발적인 성량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주연 여배우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카페의 가수역을 맡은 여배우의 보컬도 상당했다.
다만, 아쉽게도 그날 내가 본 공연이 음향시설의 미비로 인해 충분히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배우들의 노래가 간간이 끊기고 어떤 부분은 너무 튀는 것이 뮤지컬의 주제와 연결지어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이는 또한 충분하지 못한 리허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만약 감독이 주제의식의 연장으로 의도적 – 너무나 지나친 계산에 의한 – 으로 이런 환경을 조작했다면 그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참으로 난감하다. 그냥 실수로 넘기는게 속편할 듯 싶다. 그래, 뜻하지 않는 거리두기, 낯설게하기로 받아들이면 나나 감독이나 서로 편할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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