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용, 마임 [러브 콘체르토]
글: 성재원
2002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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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사랑… 소리나다]에서는 “두근두근, 흠칫, 쿵쿵, 와르르..”같은 의성어, 의태어만을 구사하고 있다. 참신한 표현의 시도라 할 수 있다. 여자를 만나게 되서야 남자주인공의 침묵이 깨진다. 사랑을 겪으면서 발생하는 내면의 변화를 소리에 중점을 두어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 아쉬운 부분이다. 극 중반부터 남녀간의 관계가 빠른 진전을 보이면서 큰소리로 여러 의성어, 의태어를 발하고 있는데 그 소리들과 몸, 표정의 수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불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배우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크고 같은 톤이어서 단조롭기까지 했다. 차라리 소리를 없애고 액션과 표정을 살리는 방향으로 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무용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소도구로 쓰인 관과 여주인공과 여주인공의 갇힌 자아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의상이 독특하다. 물론 무용도 문외한인 나로서는 충분히 관심을 끌만했다. 팔과 다리, 전신의 동작 하나하나의 의미를 파악하기란 힘들지만, 전체적인 맥락과 느낌을 통해서 접근하면 크게 무리가 없다. 관은 일종의 틀이며 내적인 극복의 대상이다. 여성은 자아가 그 안에 갇혀있고 그로 인해 사랑에 실패한다. 그 틀은 어떻게 보면 성에 대한 순결 이데올로기로 단순화해서 이해할 수 있는데, 확대해보면 개인마다 다양하게 해석, 적용할 부분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여성의 내면에 견고하게 구축된 성과 같은 틀을 두고 벌이는 두 남녀의 땀나는 갈등무가 하일라이트다.
공연의 마지막 파트인 마임 [우물가의 처녀]에서는 몸 언어의 섬세함의 극치를 엿볼 수 있다. 처녀는 손끝으로 물동이에서부터, 우물, 두레박, 버드나무를 하나하나 그려낸다. 또한 사랑을 만나고 나서는 손과 허리 등의 몸놀림에 생기로 넘치고 사랑을 하는 장면에서는 희열로 가득했다가 이별 뒤에는 절망이 절절이 담아내고 있다. 극중에서는 처녀이지만, 연기하는 배우는 얼굴에 탈을 쓴 남자 배우였다. 비록 몸매는 두텁고 강하게 보였지만, 유연한 몸놀림과 손 맵시는 여성의 그것과 완전 흡사하도록 놀라웠다. 남자 배우였기에 탈을 썼을 수도 있겠지만 그 몸의 연기를 보았을 때 탈을 쓴 것은 시대적인 연유와 오직 몸의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적당한 시간적 안배를 통해 볼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고 즐거웠던 기억이다. 특히 대사가 말이 아닌 몸으로 진행된 전체적인 분위기가 독특하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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