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신은 거북이를 좋아한다 - 배스룸] 그냥 한 번 소리질러 본 것이 아닐까?
글: 이종열
2001년 0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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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을 배경으로 한 세 여자, 세 친구, 세 노처녀의 이야기인 <베스룸>은 아마추어티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다. 모노드라마, 수다극, 이미지극 등 다양한 형식을 시도하지만 그 어느 것도 관객을 장악하지 못한다. 1~3장까지의 모노극은 힘이 부족한 연기자로 인해 관객을 민망하게 만든다. 임신중절 수술한 여자(추정화)는 악소리를 내며 우는데, 그것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희극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나마 이 연기자는 낫다. 두번째 여자(김미라)는 어줍잖은 표정으로 까분다. 이제까지 보아온 대학 연극에서의 연기자보다도 못하다. 세 번째 여자(전영)는 왜 저러나 싶다. 처절한 고독을 전달하고 싶었는가본데 느껴지지가 않는다. 세 명의 연기자는 마치 이 무대를 연기테스트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도 같았다.
이런 이들이 한 집에서 사는 친구사이임이 밝혀지는 수다극에선 그 동안의 지루케함을 미안해하는 듯, 서비스로 개그콘서트 같은 '처녀들의 저녁식사 류'의 성적 대화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것도 성담론으로까지 깊어지진 못한다. 마지막 에필로그 성격의 이미지극은 상징적
장치로 쓰인 것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물음표로 남아 있는다. 연출력 부족 탓이다.
'베스룸' 외에도 야심의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준비중인 위성신은 연출의 변에서 "요즘의 연극계는 너무 정상적이다. 용기가 없어 보인다. 옛날의 미친 짓이 그리울 때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은 얼마만큼은 맞다. 그러나 그의 첫 번째 작품을 보고난 느낌은 그가 한 번 그냥 소리질러 본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실험은 있되 낡았으며 해프닝에 불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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