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족] 생각 있는 연극
글: 이종열
2002년 0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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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정보 없이 보게된 연극 [행복한 가족]은 뜻하지 않은 일의 결과가 준 기쁨이 그렇듯, 실로 오랜만에 연극관람의 독자적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최근 연극에서 가지게 된 불만은 성의 없음이었는데, 이 연극엔 당연히 있어야할 기본기와 완성도로 극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이는 훌륭한 연기자들이 발벗고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학로 연극을 살리기 위한 김내하(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관록의 배우), 최덕문(최근 <나쁜 남자>서 조재현 시다바리로 호연), 김정영(역시 <나쁜 남자>에서 포주로 호연), 박원상(<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호연) 등의 화려한 출연진은 연극을 보고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이유 중의 하나인, 생동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장악한다. 여기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민복기의 극본과 연출도 호연과 화합하여 재미원칙주의, 재미제일주의로 흐르고 있는 대학로 연극을 되돌아보게끔 만든다.
[행복한 가족]은 처음엔 '가족'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가지고 고전적 서사법으로 풀어가, 완성도를 키우는 것처럼 보이나 후반부에 드러나는 일대의 반전은 주제의 심도를 깊이 한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모이는 가족 해프닝은 그저 웃기기만을 위한 쇼가 아니라 가족의 붕괴와 대체가족, 그것의 산업화를 걱정하는 서글픈 전주인 것이다. '가족대여업'이라는 것은 아직 맛보지 못한 미래상이지만 현실성 농후한 디스토피아이다. [행복한 가족]은 그것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다. 훌륭한 연극이다. [★★★★]
[줄거리]
70이 넘은 허학봉이란 노인이, 살아있다면 70이 되는 할머니의 제사를 시끌벅적하게 지내려고 가족을 모으려는데 올 가족이 없다. 노인의 가족들은 이미 왕래가 끊긴지 오래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남인가> 라는 가족대여업체로부터 그의 가족을 대여한다. 그러니 제사를 지내려 모인 가족은 다 가짜다. 할아버지만 빼고. 이 연극은 그 가짜가족과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제사를 지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가짜가족은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이라는 모토로 진짜 가족행세를 하지만 역시 가짜다. 그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힘은 돈이다. 돈이면 그들과 더 오래 행복하게 즐길 수도 있다. 할아버지는 오랜만에 가족이 모이니 무척 즐겁다.
할아버지는 가짜가족을 진짜가족으로 혼동하고, 그들을 더 붙잡고 싶은 마음에 결국 있는 돈을 그들에게 다 써버린다. 할아버지에게는 더 이상 남은 돈이 없다. 가짜가족에게는 에누리가 없다. 돈이 떨어졌으니 그들은 그냥 가 버린다. 할아버지는 또 다시 혼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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