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IFF 디지털 삼인삼색 공식기자회견 스케치 :::

곽은주 | 2004년 04월 25일 조회 4038
< 디지털 삼인삼색 공식기자회견 사진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
전주국제영화제 이틀째인 24일 토요일.
전날 개막식에서 상영된 개막작 <가능한 변화들>을 빼고는 33개국에서 날라온 280여편의 영화들이 첫 포문을 연날, 부지런한 지프팬들은 11시 첫 상영부터 상영관을 찾아 미지의 영화 세계로 빠져든 하루였다. 그중 백미는 전주영화제의 꽃인 <디지털 삼인삼색>프로그램.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제작하고 배급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올해에는 한국에 봉준호 감독의 <인플루엔자>, 홍콩에 유릭와이 감독의<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일본에 이시이 소고 감독의 <경심>이 제작됐다. 선정된 감독들의 인지도와 고정 골수팬을 거느린 감독들임을 입증하듯, 덕진예술회관 객석은 빈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관객의 관심은 뜨거웠다. 젊은 열혈 영화팬들 속에는 현존하는 한국최고의 원로 감독인 유현목 감독도 함께하여 새로운 매체인 디지털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영화 상영후 8시 30분에 전주시청 회의실에서 <디지털 삼인삼색>공식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장에는 민병록 집행위원장을 비롯하여 이은희 프로그래머와 영화 작업에 참여한 `봉준호', `유릭와이 ', `이시이 소고'감독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질의 응답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은희 프로그래머는 "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감독들의 작품 진행 과정을 중간 중간 체크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이 완성되어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갖게되어 기쁘다"고 전하며 감독들의 노고에 감사했다.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통하여 개성 넘치는 삼인삼색의 감독들에 독특한 작품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타감독들 작품의 관람평도 주고 받으며 다양한 영화 얘기를 풀어 놓았다.
공식기자회견에서 오고갔던 주요 질의 응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질문 : 세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 제작 방향과 영화를 본 소감은?
봉준호<인플루엔자 : 28분>
답변 :
디지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전주국제영화제에 감사한다.
아마도 개인적으로는 이와같은 영화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CCTV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디지털 영화의 성격과 잘맞는 것 같다.
폭력이 일상화 되는 현실이 CCTV를 통해 드러난 점이 꼭 정교하게 조작된 픽션
처럼 관객이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 CCTV에 포착된 실제상황이었고, 그 실제상 황의 리얼리티에 자신도 놀랬다. 지하도에서의 2분동안의 마지막 폭력 장면은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간 장면이었는데, 지나치게 직설적인 폭력인것 같아 빼버리고 나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문한 30분에서 2분이 모자라는 28분짜리 영화가 됐다.
( 봉준호 감독의 <인플루엔자>는 다큐와 픽션(드라마)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큐이면서 드라마적인 면이 폭력과 유머로 잘 버무려진 퓨전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유릭와이<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 30분>
답변 :
내 영화는 디지털 매체에 대한 가능성과 무성영화에 대한 오마주(헌정) 이다. 무성영화 시대에 이미 영화에 대한 문법이 다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새로운 매체인 디지털로 표현하고 싶었다. 무성영화 시대의 순진성, 무한성을 디지털 기술로 재창조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작업은 계속할 계획이다. 스크린으로는 오늘 처음 봤는데, 포커스가 뜅겨진 부분들이 있다. 그러나 원래 의도한 것처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면을 흐릿하고 부드럽게 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디지털의 차가움을 걷어 내려고 의도적으로 화면을 부드럽게 했다. 디지털 매체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점이 있다고 믿으며, 시간이나 경제적인면 때문에 디지털을 쓰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 갖고 있는 많은 `가능성'의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원시적인 방법들로 이미지를 살렸고 결과적으로 그 방법들이 무성영화 시대에 대한 오마주에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유릭와이 감독의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는 무성영화를 디지털이라는 가장 현대적 매체로 표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이미지가 회화적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도장의 춤추는 장면이나 신인가수의 노랫말은 영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맛깔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유릭와이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SF영화를 보는 것 같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감독의 능력에 감탄하며, `제약'이란 `제약'이라고 느끼는데 문제가 있으며, 많은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시이 소고<경심 : 30분>
답변 :
작은 카메라를 사용하여 최소 인원으로 과연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시도 해 보고 싶었다.
특히, 영화 투자자들에 대한 부담 없이 작업하는 일이 굉장히 즐거웠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재미'에 관심을 둔 `리얼리티'와 `픽션'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영화를 만들고자했다. 문제는 혼자서 일인다역을 수행해야 했으므로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매우 즐거웠다. 이시이 소고의 작품에는 자연의 색채가 마치 HD화면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게 표현됐는데, 세감독중 가장 디지털 영화답지 않은가싶다며 봉준호 감독이 영화 감상 소감을 전했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26일 5시, 28일 11시 덕진예술회관에서 2번 더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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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은주 1960년생. 젊음의 끝, 나이 마흔에 뒤늦게 영화 바람난 못말리는 영화 중독증 환자. 그 여자 오늘도 빨간 배낭 둘러메고 시사회장을 기웃거린다. 영화의 참맛 그대는 아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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