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국제음악영화제 ㅡ 아직, 제천입니다

영화제 소식

제천국제음악영화제 ㅡ 아직, 제천입니다 :::

생의 엘레지ㅡ 연주가는 창녀다!

곽은주 | 2007년 08월 13일
조회 6560

개막날 내려와서 아직 제천을 못 떠나고 있다.
영화에 미쳐서라기보단, 이곳 맑은 공기에 매혹돼서 그저 푸른 하늘을 바라 보는 것 만으로도 충만해서 유유자적 한량처럼 청풍 호반을 벗 삼아 숲 속을 거닐어도 보고, 메인 상영관 주위를 찬찬히 산책하며 주위 풍경들과 눈 맞추며 달콤한 시간을 보낸 4박 5일이었다.

1,2회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짜임새 있게 준비된 행사들은, 대책없이 비를 몰고 다니는 변덕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ㅡ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님이 말씀하시길ㅡ 제천영화제 개막식 날은 1회부터 3회까지 내내 비가 오락가락 해서 식을 망치면 어쩌나 늘 걱정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행사 시간만 되면 비가 딱! 멈춘다. 아마도 하늘이 도우는 영화제임이 분명하다고 덕담을 하신 것처럼, 제천에 머무는 동안 예고도 없이 장대비가 퍼붓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청풍호반에서 하는 원 썸머 나잇 시간만 되면, 큰 비가 피해갔다.

영화 상영 이외에 크고 작은 행사들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상영작(작년 45편 / 올해 72편)도 거의 배가 늘었다.
상영작이 늘은만큼 상영관( 야외상영장 포함해서 작년 5개관 / 올해 6개관)도 지난해보다 한개 관이 더 추가됐다. 반가운 일이다.
올해는 특히 재즈를 주제로한 다양한 영화들을 주요 섹션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재즈팬들에겐 아마도 꿈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난 아직 재즈 맛을 몰라서 푸짐하게 차려진 재즈 영화들에게 선듯 다가 가지 못하고 루이 말 감독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한편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영화에 항시, 목 말라 있는 나에겐 이번 제천음악영화제는 오랬동안 아주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이다. 소쿠로프 감독의 <생의 엘레지>를 이틀에 걸쳐 2번 보고도 주체 할 수 없는 격정에 어제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영화거리를 신새벽까지 서성거렸다.

"음악 연주가는 `창녀다'ㅡ 여러 작곡가들에게 사랑을 나눠 주기 때문에"
감독과 인터뷰 중에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비치가 한 말이다. 음악 없이는 살 수 없기에 음악 활동에 탄압을 못 견디고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을 때, 그는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고, 생의 50여년을 함께한 그에 부인이자 예술 동반자인 오페라 가수였던 비쉬넵스카야는 그 당시에 암담한 상황을 담담히 들려 주었다.
조국 러시아에서 `슬라바(영웅)'과 `자르(황후)'로 칭송 받는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비치와 비쉬넵스카야!
로스트로비치의 스승이었던 쇼스타코비치도 ㅡ 그가 내 곡을 연주할 때는 환희를 느꼈다고 고백하는 인터뷰 장면은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러시아 음악에 도도함이 그저, 한없이 부러울 뿐이었다.
이제 고인이된 (지난 4월 27일 영면) 로스트로비치에 한국 초연을 비롯한 몇번의 방한 연주를 잊지 못하는 나는, 그에 사인을 받아 놓지 안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알렉산더 소쿠로프와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그리고 한시대를 풍미한 오페라 가수 비쉬넵스키아!
진정한 예술가인 그들에게 지구인에 한 사람으로서 뜨겁게 존경을! 보낸다.

이제 영화제도 서서히 막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언제나 축제가 끝난 자리는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로 힘든 뒷설거지가 남기 마련. 정성스럽게 축제를 마련 해준 영화제 주최측의 노고에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내년의 제천이 벌써,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