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영화제 소식

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

우중산책 ㅡ 비 오는 날 극장가다

곽은주 | 2011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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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산책... 비 내리는 아리랑 고개로 영화 보러 갑니다

< 아리랑시네센터 전경 >

아리랑 고개로 영화 보러 갔습니다.
아리랑 고갯길에는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라는 이름으로 춘사 나운규 기념관이 함초롬 앉아 있습니다.
춘사 나운규를 기념하여 아리랑 고개에 세워진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그 외진 곳에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제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성북구에서 지원 하는 영화제로 개최됨에 따라 서울 도심의 번잡한 상업극장에서 벋어 나, 공기 좋은 산언덕에서 영화를 보는 횡재를 누리게 됐답니다.
영화제가 아니면 아마도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숨은 공간인 아리랑시네센터.
오직 영화 보기 위해 고불고불 언덕길을 올라 성북동 골짜기까지 삼삼오오 모여든 영화제 관객들. 낯선 얼굴 면면들이 서로 반가워!, 마음에 빗장이 열리며 이심전심 금방 영화 친구가 되지요.
아리랑시네센터 3개의 상영관과 아리랑 고개 올라가는 길목에 위치한 CGV성신여대입구 극장에서 영화제 출품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 총 140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상영작 140편에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인 만 13세에서 18세까지의 청소년들이 만든 작품들과 만 19세 이상 성인이 만든 작품들 중에서 어린이, 청소년, 가족, 성장에 관한 단편 작품들이 ‘발칙한 시선 섹션’으로 소개됩니다. 단편들이라 5~6편이 한 묶음으로 묶여서 상영됩니다. 일단 지루하지 않아서 좋습니다. 보면서 각자 취향대로 대상작을 점찍어 보는 재미도 쏠쏠 합니다

< 신태라 감독과 박성웅 배우의 씨네톡톡 >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를 출품한 감독은 아니지만,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따끈한 여운을 진솔하게 나누는 시네톡톡 시간이 매일 마련돼 있습니다. 평소 멀리 바라만 보던 영화인들과 아주 가까이서 영화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시간은 이 영화제의 백미입니다. 아직 그 맛을 못 보신 분께 강력 추천 합니다. 12일 영화 <뷰티풀 보이> 상영 후 <걸프렌즈>의 강석범 감독과 <해운대>출연한 배우 지대한이 마지막 씨네톡톡 주자로 관객을 만납니다.
씨네톡톡 시간에 궁금한 영화 얘기들을 허심탄회 주고받는 현장에 있노라면 내가 질문하지 않았더라도 질문을 주고받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영화 사랑에 깊이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영화에 풍덩 빠져서 현실 복귀에 혼란이 오지 않도록 극장을 뒤돌아 나올 때는, 깊은 쉼 호흡으로 영화 세상을 걸어 나오시길 권합니다.

< 방은진 배우의 씨네톡톡 >

영화제 개막 날부터 내리는 비는 지치지도 않고 줄 창 오늘까지 4박 5일을 내리고 있네요. 일기 예보로 짐작 하건데 아마도 폐막 날에도 비가 계속 내릴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빗 속을 유유히 걸으며 극장가는 재미를 아시나요?

오래전 영화인 임순례 감독의 단편 영화 <우중산책,1993년>이 영화제를 오고 가며 떠올랐고, 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 2003년>도 징하게 생각났습니다. 폭우 속에 극장을 떠나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도 어렴풋이 희미하게 떠오르며 <안녕, 용문객잔>을 봤던 선재아트센터의 밤도 기억 속에서 더듬어 졌습니다.
선재 아트센터 극장이 폐쇄 되면서 마지막 상영작으로 <안녕, 용문객잔>이 선택 됐는데, 그때 극장 안 객석은 내내 우울한 기운이 감돌았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극장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극장 주변을 맴돌았던 관객들의 모습도 생각나네요. 그날 객석에는 전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셨던 김홍준 감독, 유승완 감독 등등 젊은 감독들도 함께 영화를 봤었지요.

<용문객잔>이 처음 국내에 소개 된 것은 2001년 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였습니다. 호금전 회고전을 기획하면서 영화제에서 상영됐었지요. <용문객잔>이 첫상영되던 날도 폭우가 몰아쳐서 서울~ 부천 도로가 유실 되어 교통이 몇 시간 두절됐었습니다. 그때 영화를 예매 해 놓고 못 본 관객들의 아쉬움이 영화제 내내 회자 됐었지요.

올해로 15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제가 매년 7월 15일을 전후로 장마철에 개최 되다보니, 영화제 기간엔 어김없이 크고 작은 비가 몰려옵니다. 언젠가 복사골 문화센터에서 심야상영 중에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장대비가 강타 한 적이 있습니다. 복사골 문화센터가 완전 고립된 섬이 됐었지요.그러나 폭우 속에서도 영사기는 계속 돌아갔고 우레와 번개 소리조차 영화 사운드에 파묻쳤었지요. 그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객석을 지켰던 관객들. 그 관객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축축한 비를 맞으며 올해 아리랑시네&미디어선테를 찾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들은 아주 특별한 추억으로 청소년영화제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 특별한 경험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극장을 오고 가며 느꼈던 소소한 단상들이 세월이 흐른 후, 인생에 잊지 못한 정서로 쌓일 것입니다. 그것이 영화제에서만이 맛 볼 수 있는 진정한 멋이요, 시네필이 누리는 아주 특별한 축복 아닐까요?
"Jump up!" 눅눅한 일상에서 점프! 해 보세요.
영화제는 13일 수요일 저녁 7시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서 폐막식을 끝으로 막이 내려집니다.
지하철 성신여대입구 6번 출구로 나가시면 그곳에 영화제 셔틀 버스가 그대에 발이 되어 줍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http://www.siyff.com) : 02) 755- 0501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02) 3291-55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