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그곳이 멀지 않다 :::

곽은주 | 2004년 09월 04일 조회 4740
개막식 사진중/ 개막작<러브드 건>의 와타나베 겐사쿠 감독과 프로듀서의 무대인사
맨 왼쪽이 프로듀서, 통역자, 빨간 티셔츠 차림이 감독, 개막 사회자, 송선미, 정진영 순
이제 4회.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만신창이가 됐을 터인데, 만 3년을 모진 풍파 속에서도 용케 잘 버텨 온 영화제가 그저 안쓰럽고 대견스럽다.
올 광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은 " 발견, 재발견".
신예 감독들의 영화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미학적,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영화들을 새롭게 만난다는 의미로 크리스토프 오노레<어머니>, 압델라티프 케시시<레스키브>등의 신예 감독부터 알랭 레네<입술은 안돼요>, 레이몽 드파르동<지방법원 제 10호실>들의 작품들이 위풍당당하게 포진하고 있다.
개막작은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
스즈키 세이준에 <유메지>조감독으로 `차세대 스즈키 세이준', ... 스즈키 세이준을 연상시키는 자유분방한 장르적 인용...이라는 작품소개에 가볍게 속은 기분이었다.
죽음을 테마로 한 영화인만큼 어둡고 칙칙할 것이라는 영화적 문법을 감독은 가차없이 배반한다. 영화는 `죽음'이라는 주제적 무거움을 걷어내고 죽음을 밝고 행복한 삶의 연장선상 안에서 그리고 있다. 하여,감독의 재기 발랄한 영화적 상상은 관객을 만화적 환타지 속으로 빠지게 하며 죽음은 어둡고 슬픈 것이 아니라 따뜻한 것이라고, 마음이 따뜻한 킬러만이 쏠 수 있다는 전설의 붉은 총알을 살아 남은 자인 스크린밖 관객들에게 가차없이 쏜다. `붉은 총알'의 의미란 곧 따뜻한 삶의 다른 표현이리라. 스크린을 종횡무진 움직이는 카메라만큼이나 사이키한 음악과 사운드도 테크노 리듬에 실려 목표물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는 총알처럼 빠른 속도감으로 눈과 귀를 자극한다.
`죽음을 바라보면서 생을 성찰하는 영화라 어둡지만 영화는 오락이니 설령 죽음을 소재로 했어도 영화를 즐겁게 보기 바란다 '는 와타나베 겐사쿠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무겁고, 가볍다.
광주영화제는 1회 때부터 `시네필'을 위한 영화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국내의 메이저 영화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들로 프로그램이 꽉꽉 채워져있다.
`영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만만찮은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임재철 프로그래머의 말을 대변하듯,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도 지적인 영화들이 많아 극장을 나서면 머리깨나 무거울 듯 싶다. 그러나 영화가 순전히 오락만이 아니라면 그 지적 유희도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2일 개막식을 필두로 11일까지 광주 시내 5곳의 상영관에서 19개국 120여편의 장,단편이 열흘간 상영된다. 특히 광주극장에서 상영되는 `와이드 스크린 영화들'은 어린 시절 T.V 주말극장에서 종종 보았던 영화를 큰 스크린으로 보는 스펙터클한 영화적 재미를 줄 것이다.
다음주 금요일 10일에 광주 비엔날레가 개막하니, 겸사겸사 비엔날레도 보고 영화도 보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재미도 푸짐할 듯싶다. 영화제 후반 프로그램도 알차게 꾸며졌고 폐막날인 11일은 영화제 기간중 상영됐던 작품 중에서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영화를 선정하여 재상영하는 `앙콜상영작'도 5개나 대기중이니, 앙콜 상영작만 골라봐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앙콜상영작의 리스트는 영화제 후반에 공개된다.
`사랑과 고통의 체험을 가진 사람만이 음악을 이해한다'고 어느 음악학자가 말했듯이 음악이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주듯, 예술을 표현하는 한 양식으로서의 영화도 음악과 다름없이 지친 우리의 삶을 위로하고 뒤돌아보게 하는 생명에 옹달샘이 아닌가싶다.
광주, 그곳이 멀지 않다.
광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www.giff.org / 사무국 062. 228. 9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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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은주 1960년생. 젊음의 끝, 나이 마흔에 뒤늦게 영화 바람난 못말리는 영화 중독증 환자. 그 여자 오늘도 빨간 배낭 둘러메고 시사회장을 기웃거린다. 영화의 참맛 그대는 아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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