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밍량 '한국영화 우려스럽다'

영화제 소식

차이 밍량 '한국영화 우려스럽다' :::

부산국제영화제 - 마스터클래스 [2]

곽은주 | 2006년 10월 20일
조회 6722

17일 마스터클래스 둘째 날은 대만의 뉴웨이브 감독 차이 밍량에 “나의 인생, 나의 영화”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감독은 기조연설에서,
지금까지 내 모든 영화를 가지고 부산영화제에 참여했다.
ㅡ 차이 밍량은 1997년 제 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하류>를 시작으로 1998년 3회에 <구멍>, 6회에<거기는 지금 몇시니>, 7회에 단편 <천교는 보이지 않는다>와 <청소년 나타>, 8회에 <안녕, 용문객잔>, 10회<흔들리는 구름>, 11회인 올해에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을 출품했다.

한국영화산업에 있어서, 한국 영화 문화에 있어서 부산영화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며 말문을 열며 이번에 출품한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GV 시간에 있었던 질문들에 대해서 간단한 언급을 했다.
ㅡ 왜, 매번 이강생하고만 영화를 만드느냐?
ㅡ 왜, 영화에 음악이 없느냐?
ㅡ 왜, 대사가 없느냐? 등등에 질문을 받고,
한국 관객들이 물어 볼 것이라고 예상 했던 질문들이지만,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영화(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는 꿈에 대한 영화이다. 꿈속에 무슨 소리가 있는가? 그래서 모든 소리가 안 나게 했다.
소리가 없으면 관객들이 불안해 할 것이라는 친구에 지적도 받았지만, 그것은 관객들에 문제야! 내 문제는 아니야! 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친구가 그럼, 너는 관객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냐? 고 반문 하길래 ㅡ 난, 관객들에 “습관”을 위해서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했다.

내 영화가 <애정만세>부터 한국 일반 관객에게 소개된 것 같다.
1994년도 8만 달러에 팔았다.
예술영화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으로서 아주 좋은 조건으로 팔린 거라고 생각한다.
매년 부산영화제에 오는데, 점점 내 영화가 잘 안 팔린다.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부산영화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왔다.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다면, 영화제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한국 팬들에게 공을 넘겼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는 많은 공을 들여서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매번, 내가 이 영화를 찍어서 무엇을 하는 거지? 라는 자문도 수없이 해보지만, 결론은 관객들이 "타인에 삶(영화)"에 관심을 가져보게 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든다. 물론 배급문제가 심각하고 앞으로 배급은 점점 더 힘들어 질지 모르지만, 똑 같은 영화, 똑 같은 음악만 존재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영화는 산업이지만, 비즈니스만 있다면 영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며 참담한 기분을 토로했다.

그리고 한국영화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ㅡ현재 한국영화는 허리우드 영화와 비슷한 것 같다 괴물영화나, 조폭영화만 있다면 차이 밍량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뼈 있는 지적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자신(차이 밍량)에게 많은 기회를 준 것처럼 앞으로도 더 많은 창조적인 젊은 아시아 감독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며 영화제에 조심스럽게 요청하였다. 영화제는, 비즈니스가 아니므로.

아울러, 영화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도구라고 피력하며 짚신 장수의 예를 들었다.
ㅡ 짚신을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짚신을 신을 수 없다. 관객들은 집신을 사는 사람들이고 영화사, 배급사는 짚신을 만드는 사람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착해야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단, 어떻게 하면 좋은 일을 할 수 있을까? 를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영화가 산업이다 라고만 생각하면, 영화예술은 발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모든 영화들이 예술성과 상업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독립영화들 조차도 허리우드영화와 비슷한 영화들이 많다. 단지, 돈이 없어서 스타를 못 쓰는 것뿐이다 라며 작금에 독립영화 감독들에 대한 따가운 지적도 잊지 않았다.

ㅡ대만영화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 때문에 유명해졌다
앞으로 제2, 제3의 허우 샤오시엔이 나타나야한다. 문제는 대만 정부가 허우 샤우시엔이나 차이 밍량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영화제에 간다며, 대만에 영화 현실도 아프게 지적했다.

25년전 내가 대학시절에 썼던 연극 극본을 우연히 친구가 읽고는, 너는 평생 똑같은 것만 만드는구나! 하더라.
그렇다. 나는 인간의 고독감, 외로움, 상처에 관한 영화를 앞으로도 계속 만들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찍을 때마다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제작비 때문에. 내 영화가 극장 상영 기회기 점점 줄어들어서 의기소침 한다. 어쩌면 다음엔 부산영화제에 안 올지도 모른다.

대만에서 내 영화를 관객들에게 보이고 싶어서, 5년 전부터 서점이나 레스토랑, 극장 앞에서 혹은 대학교에서 내가 직접 영화표를 팔기 시작 하였다.
ㅡ 나는 영화감독 차이 밍량이라는 사람인데, 제 영화를 보러 오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그리고 내 영화를 본 관객이 나와 함께 표를 팔며, 내 영화의 팬이 된 관객들도 있다. 대만에서 지금은 최소 5만 명이 차이 밍량 영화를 돈을 내고 본다. 만약, 내가 관객들을 찾아다니지 않았다면, 관객 숫자는 더 적었을 것이다. 이것이, 나에 현실이다.
하여, 어떤 때는 고무됐다가 어떤 때는 실망했다가 한다. 그 감정들이 내 생활에 반복되는 것 같다.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요? 라는 묘한 여운을 남기는 반문으로 강연을 마쳤다.

지친 그에 표정이 무거워 보였다. 정말 그가 영화를 다시는 안 찍을지도 모른다. 미래는 늘 불확실 하니깐. 그러나 영화에 대한 감독의 재능과 열정이 활화산처럼 계속 타오르길 바라며, 감독의 고단한 행보에 단단한 축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