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인생과 영화
글: 이윤형
2001년 08월 07일
뒤바뀐 인생과 영화.
우리는 앞날을 알지 못한다. 그러기에 매일 매일 다가오는 것들이 색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끔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개성 없다며 폄훼 해버린 영화들이 내가 겪고 있는 인생일 때 말이다. 이는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개성 없는지, 혹은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지를 말해준다. 소설은 이미, 영화는 이미 너무 많은 것들 말하고 보여줬다. 더 이상의 창작은 없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더 이상 색다를 것이 별로 없다.
우리는 이미 영화를 5분만 보면 끝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우리의 인생은 예상할 수 없을까. . 영화가 패러다임에 맞춰 단순 무식하게 이야기들만을 나열하고 있기 때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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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디 앨런의 <맨하탄> |
단순함, 그 오묘함
초급자의 수준은 조금 넘어서 사진을 꽤 많이 찍고 즐겨 찍는 사람들이 유명한 사진작가의 사진과 자신의 사진이 무엇이 다른 지를 고민하다보면 봉착하는 곳이 바로 '색'이다.
물론 사진에 정작 중요한 무엇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도, 작가로써의 마음가짐, 매체로써 사진의 특징, 메커니즘의 측면 혹은 지금 말하고 있는 '색'. 많은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순 없다.
색은 우리가 이름 지어 놓은 것보다 많다. 검은 색도 10가지 이상으로 나뉘어진다.
위에서 말한 사람들이 '색'에서 가장 쉽게 찾는 게 바로 흑백사진이다. 흑백 사진은 단조로우면서도 뭔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작가들이 찍어 놓은 여러 사진들을 보면 주변에서 보는 색과는 뭔가 달라 보인다.
물론 그들은 전문가고 색보정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조금 더 그럴싸해 보일 지 모르지만 그들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많이, 혹은 완벽히 결부되는 색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가끔 자유로운 영화들이 많은 유럽 권의 영화에서 같은 카메라 사이즈여도 굉장히 멋있는 게 있는가하면 아주 촌스러운 모양이 나오는 것처럼. .
중요한 건 자신이 생각하는 여러 가지와 그 색이 맞느냐 이지 그 색이 얼마나 폼이 나느냐가 아니다.
흑백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흑백의 단순함이 표현하는 매력 외에도 명암에 있다.
흑색과 백색은 빛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흑과 백이라는 단순함처럼 기쁨과 슬픔을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다. 어두운 곳은 확실히 어둡게 밝은 곳은 확실히 밝게.
인생, 영화, 단순함.
우리 인생은 흑백사진처럼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총천연 컬러처럼 궤가 맞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감정들이 많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런 인생들이 경험하지 못해 단순해 보이는 영화에 예속되어 있다면 우리 인생 역시 단순한 것일 게다.
물론 영화에서 표현되는 미세한 감정은 연출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상상력은 이미 영화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
나는 '어떤 쌈마이 영화도 우리 인생보다 우월하니 우습게 보지 말자'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 인생이 어찌 영화에 예속되어 있을 수 있겠는가. 영화는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 아닌가. 어떠한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감독이 우리의 인생을 모두 표현할 수 있겠는가. 영화는 거기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거다. 우리의 생각이 영화를 만들어내는 거다. -내가 관념론자라는 말은 아니다.- 영화는 지루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얼마나 지루한가. 우리 인생에 어찌 패러다임이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 인생은 컬트다. 절대 장르는 없다. 다만 내가 말하려는 건 내 인생처럼 다른 이들의 인생 역시 복잡하다는 거다. 감독이 말하려는 것 역시 인간의 인생 아닌가. 인간이 만들어낸 에피소드 아닌가.
내 인생은 반복되지 않지만 인간의 인생은 반복되는 거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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