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진과의 게릴라식 인터뷰, 혹은 약식 인터뷰
글: 이윤형
2000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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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진씨와의 대담 |
그들은 술집으로 가려는 듯 했고 난 인터뷰를 하려고 주위에서 얼쩡댔다.
서동진씨께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니 지금은 웨인 융씨 모시고 어딜 가야 되니까 내일 하자고 했다. 거기서 굽힐 내가 아니었다.
"가면서 조금만 얘기할게요. ."
조심스럽게 허락했고 같이 걸어갔다. 반 이상이 호모 섹슈얼이었다. 웨인 융씨의 펑키한 헤어스타일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봤지만 과연 그들이 우리들 (우리들이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나 불청객이지만. .)을 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이란 생각을 할까 싶었다.
정작 포럼에서 배운 것보다 그 상황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
본 인터뷰는 서동진씨가 워낙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져 서동진씨의 의도가 제대로 내게 전달되지 않은 탓에 확실한 답변이 아니며 중요한 부분만을 줄여서 기재했다. 그리고 필자가 워낙 친구랑 얘기하듯 긴장을 하지 않아서 서동진씨의 화려한 언변을 다 이해하지 못한지라 '서동진씨가 저런 식으로 말했을 리가 없는데' 하시는 분은 필자의 무지함을 탓하길 바란다.
필자(이하 윤) - 필름 2.0에서 오동진씨와 나눈 대화를 보니까 이성애자의 시각에서 동성애자를 바라보지 말라는 의미를 언뜻 내비치신 것 같던데. . 그건 확실히 어떤 의미죠. .?
서동진씨(이하 서) - 그건 그 사람이 잘못 쓴거지. . 오동진씨가 "넌 개이처럼 안 보인다' 그러길래 그렇게 겉으로 보는 것으로 판단할 순 없다는 의미로 한 말이야.
아까와는 달리 말을 놨다. 나이가 나보다 많으니 그거야 상관이 없는데 보통 내 얼굴 보고 반말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겁 없는 사람을 만나서 놀라웠다.
윤 - 그렇다면 동성애자에게 다른 성의 감수성이나 감정을 요구할 순 없는거겠네요. . 그러니까 개이들에게서 한 명이 여자 같을 거라는. .
서 - 그렇지. .
윤 - 그 말은 '사랑'이란 말이 중요한 거지 성별이 중요하단 말은 아닌가요. .?
서 - (동행에게 어느 집으로 갈까 물어보느라 내 질문을 못 들었음. .) . . 어? 뭐라구?
윤 - 그러니까 중요한 건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거죠?
서 - 응. .
서동진씨가 다시 이송희일씨게 어느 집이 낫다고 말하느라 질문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나.
윤 - 이성의 사랑처럼 동성의 사랑 역시 권유의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 이 질문의 의도는 자신의 생각보다 분위기에 치우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에 대한 게이 인권운동가로써의 입장을 물은 것이었다.)
서 - 권유는 아니지. . (1) 그게 권유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 우리는 그냥 동성애자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거야. .
윤 - 전 '영화제'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 그건 하나의 추구하는 스타일을. .
서 - 저쪽으로 가자. . 저기가 국물이 죽여. ..
윤 - 영화제는 하나의 스타일에 갇혀. .
서 - 웨인 불러. . 웨인!!
윤 - 그. . 저. .
서 - 내일 와서 하면 안돼?
윤 - 아. .그럼 하나만 물을게요. . 사실 이성애고 동성애고 어떤 것이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은 없는데 퀴어 영화제는 그것을 말하려곤 하지 않고 그냥 퀴어 영화들을 보여주는 데만 그친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서 - 그 . .어떤 것이 정상이고 아니고에 대한 얘기는 길게 해야 되는 얘기야. . 그건 내일 오면 자세히 얘기할게. .
윤 - 아. .그럼 혹시나 제가 글로 옮기면서 왜곡되는 부분이 있을까봐 그러는데요..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거지 누구와의 사랑이 중요하냐는 건 아니란 말씀으로 요약해도 될까요? 이상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
서 - 원래 어떤 취재든지 다 왜곡돼. . (옆에 있던 통역사 분 웃음. .) 근데 난 그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야. 난 다른 사람들이 동성애자는 정상이 아니란 것에 대해서 말하려는게 아니라 그냥 (이 부분부터는 너무 어려운 얘기여서 내가 이해한대로 해석. .) 인간이란 존재의 다양성에 대해서 말하는 거야. .
윤 - 네. . 그럼 나중에 조금 더 길게 얘기 나누겠습니다. . (꾸벅)
서 - 응. .
윤 - (이미 뒤돌아서 듣지도 않는 서동진씨에게. .) 저. . 웨인 융씨께도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고 전해주세요. .
주 (1) - 이런 말은 누구나 쉽게 아무 의미 없이 하는데. . 서동진씨가 정신이 없는 턱에 큰 의미 없이 말하셨겠지만. . 따져보면 웃긴 말이다. 그게 권유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
그 말은 마치 이성애 자들에게 동성애자가 되라고 권유하고 싶다는 말처럼 들렸다. 물론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송희일씨도 계시고 최소원씨도 계시고 더군다나 멀리서 오신 웨인 융씨도 계신데 본인에게만 질문을 하니 얼마나 무안하셨을까. . 거기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웨인 융씨게 질문을 하려면 통역사분도 수고를 하셔야 되니 너무 미안했고. . 또 나중에 질문을 하면 세미나 중에 질문을 하지 못한 내 '깡 없음'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송희일씨께는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포럼이 끝난 후 눈이 마주쳤을 때 바로 그 때 질문을 했어야 하는데. . 한 번 실패하고 나니 도저히 다시 용기가 나질 않았다.
최소원씨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 질문을 하기가 두려웠고 10만원 비디오 영화제에 대한 어두운 기억 때문에 접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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