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디지털..
글: 이윤형
2000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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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도 안 갖고 왔는데 시간은 새벽 2시 30분. . 벨을 누를 수도 없고. . 조용히 담 넘다가 환경 미화원 아저씨한테 걸려서 민증 까고. . 다시 담 넘어 들어갔다. 배가 고파서 김치 찌개에 밥을 비벼 먹는데 정말 너무 너무 심심했다. 그래서 비디오를 보는데. . 정말 더더욱 심심했다. . 이럴 때 쇼프로그램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 아님 뉴스라도. . 그 사람들은 나랑 눈 마주쳐줄텐데. .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다시 비굴하게 택한 방법. .
"자. . 여러분 우리 다같이 영구를 불러볼까요. ."
"영구야~~ "
"아이~ 소리가 너무 작아요 다시 한 번 힘차게 영구를 불러봐요. ."
'영구와 땡칠이' 였다. 어이가 없다. . 영구를 불러보잖다. . 그래도 부른다. .
"영구야~~ "
"영구 어~~따 "
영화가 나한테 말을 건다. 조용히 부르니까 더 크게 부르란다. 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외롭던 내게 이기적이기만 했던 영화가 말을 걸다니. . 그리고 내 말을 들어주다니. .
처음 인터랙티브 영화에 대해서 대중매체에서 난리를 칠 때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 . 그래. . "영구와 땡칠이"처럼 외로운 마음을 이기적이던 영화도 달래줄 수 있을거야. .
. . 이미 드라마도 인터랙티브 아닌가. . 주인공 살리라면 살리고. . 이미 이러고 있지 않나. .
. . 영화는 이기적인 게 매력인데. . 나는 감독이 만들어 놓은 작품을 보고 그걸 생각만 하면 되는거지 그런 식으로 내 생각이 전달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
. . 저거 인터넷으로만 볼 수 있는 거잖아. . 어. . 내 컴퓨터는 인터넷 안 되는데. . 돈도 없 는데. .
중요한 것은 어떠한 것이 좋고 나쁘냐는 것이 아니다. 별로 실용성이 없는 것도 새로운 대안에 의해 엄청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것은 발전의 단계가 중요한 것이지 아이디어의 미약함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이미 미국에선 연구가 다 끝났고 실용성 없다고 판단 된 것을 너무나도 크게 떠벌리며 무슨 획기적인 대안이라도 있는 듯 난리를 친 것은 실수다. 그렇다고 자취를 감춘 인터랙티브 영화가 실수만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여러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영화들. . 그것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꽤나 새로운 시도임에도 과거 인터랙티브 영화에 약간의 모티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영화는 우선 인터넷을 주 시장으로 공략했고 다음은 극장 상영에까지 손이 닿았다.
많은 단점과 우려들을 간단히 뛰어넘어 도그마의 바람을 타고 관객에게 필름 영화와 비슷한 위치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영화는 절대 인터랙티브하지 않다. '극단적 하루'. .'비닐인간의 최후'도. . '커밍 아웃'도. . 전혀 인터랙티브 하지 않다. 그것들은 기존 영화들과 보는 이로써의 기본적 자세에서는 전혀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 비디오용 영화들과는 엄연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많이 새롭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 느낌. . 일반 관객들이 디지털 영화에 대해서 얼마나 알지. .? 전혀 지금 새로워하고 있는 만큼은 아니다. 그 느낌은 인터랙티브 영화에서 받은 것들이 대부분일 게다. .
물론 '영호프의 하루' 같은 인터랙티브 영화들도 디지털 카메라로 만들었으니 디지털 영화다. 하지만. . 크게 보면 관객들에게 자리 잡는 위치가 다르다는 말이다.
확실한 건 인터랙티브 영화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이며 내가 혼자 머리로만 주장하는 영화의 변화 1세대의 흐름을 이끈 주동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터랙티브 영화는 상호 교환은커녕 한 방향도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인터랙티브는 관객의 취향을 감독이 잡는 것에서 이미 이루어졌기에 너무나 무모한 시도가 아니었다 싶다. 한 번 교환 된 것. . 다시 교환하면. . 본전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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