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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돼지 우르릉 나는 영화에 미쳐있지만.. 불안하다.. 글: 이윤형 2000년 11월 29일 한 달쯤 전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영화 감독을 꿈꾸다 지금은 광고 쪽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어찌 어찌하다보니 기독교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 친구나 나나 둘 다 기독교도가 아닌데다가 나는 버트란드 러셀의 'why I am not a christian'을 마치 잠언서라도 되는 양 끼고 다니는지라 그 친구는 내게 기독교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생각을 늘어놨다. 이야기를 하다가 보통 그렇듯 마지막에는 유치하게 흘러갔는데 그 친구는 말했다. "하나님이 진짜 만물을 만들었으면. . 쓸모도 없는 바퀴벌레는 왜 만들었냐. ." 정말 유치한 말이었지만 난 당연하게 대답했다. "바퀴벌레가 왜 쓸모가 없어. . 영화에 필요하잖아. ."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 그 친구는 나다운 얘기라며 웃었다. 요즘은 정말 힘들다. 직업이야 백수지만 마음이 급해서 이것저것 공부하려고. .그야말로 맘만 급하다. 미술은 쿠르베에 대해서 공부하고 문학은 성경을 공부하고, 또 사진 예술에 대해서도 공부하는데. .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니 결국엔 아무 것도 못한다. 그러니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 내게 문학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는 형님 (부르기는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나보다 나이가 9살이 많으시다) 은 "난 네가 가르쳐 달라고 안 하면 안 가르쳐 줄거야. . 시작을 하면 끝을 봐. 세상에 얕은 지식 갖고 있는 먹물 묻은 양아치가 오죽 많냐. 그리고 넌 보편을 보는 눈을 가져라. 그리고 너만의 데이터 베이스를 갖고 있어라. 글로 남기지 않는 건 잊어버리면 그만이야." 그 분은 원래 소설을 쓰셨는데 어떤 유명한 소설가에게 한 번 호되게 데이고는 꿈을 포기하셨다. 가끔 그분의 촌철살인(寸鐵殺人)에 깊은 반성을 하곤 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내 친구 중엔 5년 전 까지만 해도 '고지식하다'를 '지식이 높다'로 이해한 친구가 있는데 그 녀석이나 나나 다른 사람에게 다 똑같이 보이고 (사실 다를 것도 없지만) 돈은 그 친구가 더 많이 번다. 사실 '더 많이'란 말이 필요가 없다. 내가 돈을 못 버니까. . 게다가 더 억울한 건 아무리 책을 읽어도 기억력이 너무 나빠서 어디 가 아는 척을 한다거나 시사회를 갔다 와서 평을 쓸 때 그 책들을 써먹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하는 공부들이. .(뭐 공부랄 것도 없이 게으름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지만) 도대체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물론 아직 30살도 되지 않은 나이기에 감독의 꿈은 포기하지 않고 있지만. . 도저히 눈앞에 그 길이 들어오질 않는다. 어릴 때는 성인만 되면 영화 감독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그리고 그때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았는데. . 아직 감독은 꿈꾸지만 이제 천재가 아니란 건 확실히 알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선생님도 말씀하셨다. "줄기만 되도 훌륭한 거다." 라고. . 꼭 아무 생각 없던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다. . .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