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and more - CINELINe

영화돼지 우르릉

21c and more :::

이윤형 | 2001년 01월 02일
조회 3140

자. . 21세기다. 새 천년이야 이미 살고 있지만 그 기분은 지금부터 느낄 차례다.

기분이 새롭다. 우선 뿌듯하다. 2000년이 뿌듯하다. 그래서 2001년이 기대된다.

TV가 보급되면서부터 줄기 시작한 극장 관객수가 7, 80년대부터 차츰 올라가더니 2000년에는 꽤나 그 전에 비슷하게 따라갔다. 물론 인구 증가에 비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개봉한 지 1년밖에 안 된 영화를 TV에서 틀어주고 80년대 초 전격 보급되기 시작한 비디오 데크가 집집마다 한 대씩은 기본으로 갖고 있을 정도에 이른 걸 감안하면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자바 너두 엽기냐?

더욱 더 기분 좋은 것은 우리 영화의 시장 점유율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 영화는 극장에서 보기엔 아깝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데 그보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차별'이 없어졌다는 것만도 기쁜 일이다. 더 이상 '화제의 영화'를 미국 영화가 독점하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물론. . 방심은 금물이다. 너무 건방진 말투지만. . 그건 진리다. 방심은 금물!!

물론 안타까운 일도 있다. 문화 변방으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B급 블록버스터'라는 (내가 지어낸 장르다.) 장르가 생길지도. . 아니. . 이미 생겨졌는지도 모른다는 것. 점점 나르시시즘과 매너리즘에 빠지더니 이제는 '우리가 제일 잘 낫다.'라고 은근히 말하면서 초라한 작품들을 내밀고 있으니. . 이것은 정말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리라. . 그것에서 나온 또 다른 안타까운 일이 '자신의 영화'를 만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을 회자해보면 그 이전에 비해 '말하는 듯 말하는' 영화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영화가 점점 커지고 관객들이 제작비에까지 눈을 부라리고 관심을 가지니 영화는 점점 커지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이데올로기보다는 뉴스에 가깝게 형식의 변화를 하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대중과의 호흡을, 소통을 우선 시하며 보여주기 위한 것이 늘어난 것.

다시 가슴이 뿌듯하다. 이제 21세기다. 우리 나라 영화가 세계 영화계에서 중심에 서리라 기대하는 21세기다. 물론 영화가 중심에 서려면 경제적으로나 무엇으로나 인정을 받아야 하지만. . 그것을 영화가 이끌 수 있다면 얼마나 (나에겐) 기쁜 일인가. .

위에서 말했듯 우리 관객들이 우리 영화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엿보이지 않는 자국 영화 사랑이 보이기에 감독들은 그 관객들의 도움을 받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관객의 도움으로 말이다. .

어느 감독이나 자신이 살아온 것을 데이터 베이스로 삼아 은유로 영화에 담길 바랄 것이다.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투영하고 싶을 게다. 그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내 이야기를 은근히 돌려 말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거워한다는 것.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절대 자국 관객들만 끌어 들여선 안 된다. 이 말은 감독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도 결부된다. 유명하지 않은 나라 한국 영화까지 관심을 가질 외국인이라면 자국에서도 많이 만들어지는 거대한 영화들엔 우선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로 미국인들은 우리 나라가 무슨 건물을 부수는 지 보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이란 나라가 어떠한 이야기를 특이하게 잘 하는지. . 그 나라의 감독들은 어떠한 사상을 갖고 어떠한 방법으로 표출하는 지를 궁금해한다.

다시 말하지만 관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극장에서 그림 값도 안 나오게 1주 걸리고 내리는 영화, 어느 나라에서 관심을 갖겠는가. . 물론 나는 관객들에게 '재미없는 영화'를 보라고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양성에. . 보편뿐만이 아닌 특수성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몇 년. . 단 몇 년만 기반을 잡아 놓으면 흔히 말하는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 평면의 균등 분할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게 되면. . 이 얼마나 보기 좋겠는가. .

자. . 21세기다. 우리 나라 영화 발전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도 기원하자. 안타깝게도 고급 영화 웹진으로 자리 매김 해왔던 '리버스' 가 윤형이의 부진으로 21세기의 빛도 보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게 되었지만. . 씨네라인의 번창을 기원하는 것으로 대신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