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보은 Neko no ongaeshi (2002) ★★★
글: Djuna
2003년 09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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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히로유키의 [고양이의 보은]은 야심이 적은 영화이고 큰 영화로 위장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1시간 반도 안되는 짧은 상영시간도 그렇고 거의 전래동화처럼 단순한 교훈을 주기 위해 흘러가는 단순한 스토리도 그렇고요 (이 영화의 교훈은 아무리 봐도 '시간 관리를 잘하자'인 것 같습니다!) 지브리는 이전에도 이 정도 스케일의 작은 영화들을 만든 적 있으니 꼭 기대치를 낮게 잡을 필요도 없겠지요. [귀를 기울이면]이 대표적인 예죠. 하긴 두 영화 모두 원작자가 같고 같은 캐릭터들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니까요.
영화는 예쁘장하고 아기자기하며 자잘한 시각적 상상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구해준 뒤 하루가 겪는 첫번째 수난은 멋진 슬랩스틱 코미디입니다.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아마도 늘 으스대는 바론을 뺀다면) 고양이라는 동물의 성격과 고양이 애호가들의 판타지를 완벽하게 살리고 있고 프랑스 육인조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배경 음악 역시 효율적입니다. 영화는 활기차고 빠르고 재미있으며 바람처럼 가볍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를 좋게만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몇가지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 중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건 하루의 역할입니다. 설정만 본다면 하루는 일련의 모험을 겪으며 성장하는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 하루가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모든 '멋있는 액션'은 고양이 바론의 몫입니다. 하루가 하는 일은 끝도 없이 구출당하면서 "멋있어요!", "예쁘다!", "귀여워!"라고 외쳐대는 일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 '멋있는' 남자 주인공 바론은 전형적인 왕느끼 왕자이니 보면서 질릴 수밖에 없답니다. 이래놨으니 "시간 관리를 잘하자(?)"라는 주제 역시 쉽게 살아나지 않아요.
[고양이의 보은]은 설정과 태생 때문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종종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많이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식으로 그려낸 [귀를 기울이면]의 속편이라고도 하죠. 꼭 이런 식으로 전혀 다른 의도의 두 작품을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두 영화를 비교하다 보면 [고양이의 보은]이 하루에게 치히로 정도의 자주성을 주지 않았던 건 분명한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군요.
기타등등
왜 일본 사람들은 극적인 순간에 장황한 유럽 이름을 읊어대는 걸 그렇게 좋아할까요?
감독
모리타 히로유키 Hiroyuki Morita
주연
이케와키 치츠루....하루
Chizuru Ikewaki....Haru
하카마다 요시히코....바론
Yoshihiko Hakamada....Baron
오카에 쿠미코....하루의 어머니
Kumiko Okae....Haru's Mother
탐바 데츠로....고양이 왕
Tetsuro Tamba....Cat King
와타나베 뎃츠....무타
Tetsu Watanabe....Muta
야마다 타카유키....룬
Takayuki Yamada....L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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