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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영화낙서판


매트릭스 3 레볼루션 The Matrix Revolutions (2003) ★★☆ :::


Djuna | 2003년 11월 07일
조회 11201


원래 삼부작 중 가장 심심한 작품은 제3편이기 마련입니다. 1편엔 신선함의 충격이 있고 2편엔 노련한 상황 활용과 결말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3편엔 반복되는 스타일의 따분함과 실망스러운 결말이 있기 마련이지요. [매트릭스] 시리즈도 예외는 아닙니다. [매트릭스 3 레볼루션]은 삼부작 중 가장 밋밋합니다. 많은 골수 [매트릭스]팬들도 이 영화엔 실망할 거예요.

영화는 말 그대로 인간과 기계가 벌이는 최후의 전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기계 군대들이 시온으로 쳐들어와 인간들의 숨통을 끊어놓으려는 동안 네오와 트리니티는 시온을 구하기 위해 기계 도시로 날아갑니다.

온갖 인스턴트 형이상학으로 가득찬 수다스러운 영화였던 [매트릭스 2 리로디드]와는 달리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은 액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온에서 벌어지는 기계와 인간의 전쟁에 투여된 러닝 타임만 잡아도 영화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지요. 물론 그 안에 투여된 비용이면 웬만한 액션 영화 서넛은 나올 거고요. 애니메이터들과 특수 효과 담당자들이 머리를 치며 고생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만큼이나 물량 공세가 엄청나요. 매트릭스에서 벌이는 네오와 스미스 요원의 결전도 지금까지 [매트릭스] 액션이 끌어온 허풍의 결정판이고요.

하지만 영화는 요란한만큼 밋밋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물량 공세도 좋고 강도가 센 액션도 좋으며 특수 효과도 좋지만, 액션 하나만 너무 밀어붙이니까 보다 질리는 거죠. 게다가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그 엄청난 폭력과 파괴에도 불구하고 [레볼루션]의 액션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확대한 벌레들과 같은 집단들이 뭉쳐 싸우는 광경인데, 여기엔 우리가 1,2편에서 볼 수 있었던 우아한 폭력의 허풍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그런 게 있을 필요도 없긴 하죠. 현실 세계의 액션과 매트릭스의 액션은 구분되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영화가 이 '현실적인 폭력'에 새로운 미학을 불어넣었는가? 그건 아니라고 해야 할 겁니다.

네오와 스미스 요원이 벌이는 최후의 대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아까 전 이 장면이 [매트릭스] 액션이 끌어온 허풍의 결정판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장의 정도를 따진다면 정확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매트릭스] 액션'의 미학이 최고도에 달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2편을 지나오는 동안 쓸만한 건 다 써먹었고 관객들 역시 그에 익숙해졌으며 그러다보니 1편에서 신선한 영상 충격이었던 것이 자기 패러디로 떨어진 것이죠. 1편에서 트리니티가 두 팔을 치켜드는 특유의 [매트릭스] 액션 자세를 취했을 때 사람들은 흥분했습니다. 3편에서는 키득키득 웃음이 나온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액션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드라마의 비중이 굉장히 줄어들었어요. 우리는 네오와 트리니티의 러브 스토리가 어떻게 결말을 맺는지 볼 수 있지만 워낙 이야기 전개의 여유가 없고 스토리 또한 전형적으로 흘러서 큰 감흥은 없습니다. 2편에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다양한 가능성과 미스터리 역시 충분히 꽃피지 못합니다. 결론은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삼부작이 만족스럽게 끝나려면 2편이 늘어놓은 것들을 어느 정도 커버할 만한 추가 논리와 설명, 이야기 전개가 필요했어요. 영화는 그냥 결론만 제시하고 끝내버립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운이나 미스터리를 남긴다기보다는 그저 불만족스러워요.

[매트릭스 3 - 레볼루션]은 지난 몇 년 동안 나왔던 가장 중요한 SF 영화 시리즈의 결말치고는 밍밍합니다. 전 워쇼스키가 이런 결말을 선택한 이유들을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밍밍함을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지요.

기타등등

1. 1,2편에서 오라클 역을 맡은 글로리아 포스터가 죽었기 때문에 메리 앨리스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2. 예고편을 본 많은 사람들은 [인정사정 볼것없다]와 마지막 액션 장면의 유사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버전을 보면 [화산고] 생각이 더 난답니다. 정말 워쇼스키 형제가 [화산고]를 보고 그 영향을 받았다면 영향이 빙빙 돈다고 할 수밖에 없군요!

3. 사티를 연기한 탄비르 애트웰은 참 귀여웠어요.



감독
앤디 워쇼스키 Andy Wachowski
래리 워쇼스키 Larry Wachowski

주연
키아누 리브즈....네오
Keanu Reeves....Neo
캐리-앤 모스....트리니티
Carrie-Anne Moss....Trinity
로렌스 피시번....모르페우스
Laurence Fishburne....Morpheus
제이다 핑켓 스미스....니오베
Jada Pinkett Smith....Niobe
휴고 위빙....스미스 요원
Hugo Weaving....Agent Smith
메리 앨리스....오라클
Mary Alice....The Oracle
탄비르 애트웰....사티
Tanveer Atwal....Sati
앤소니 저브....하먼 의장
Anthony Zerbe....Councillor Hamann
해리 레닉스....록
Harry Lennix....Lock
콜린 초우....세라프
Collin Chou....Seraph
해롤드 페리노....링크
Harold Perrineau....Link
헬무트 바카이티스....설계자
Helmut Bakaitis....The Architect
모니카 벨루치....페르세포네
Monica Bellucci....Persephone
랑베르 윌송....메로빈지언
Lambert Wilson....Merovingian






Djuna
베일에 가려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협객 듀나는 SF소설가, 씨네21 컬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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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Comments

듀나 (뭐야이건) - 2003/11/07
말가글가
담에도 거시기할라모 쓰지말거라
짱난다
아가 숲을 보거라
아듀 ~ ~ elamb(e_lamb) - 2003/11/20
영화 삼부작에다 애니매트릭스, 엔터 더 매트릭스.... 이젠 모든 끝났군요.
찬반이야 무성하지만 한시대를 풍미하던 작품이 이제야 결말을 맺게되어 조금은 서운 합니다. 스토리의 흐름이나 극의 성격이 스타워즈 삼부작(에피소드 4,5,6,)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걸 지울 수가 없네요.
화접몽이니 메시아니 많은 사상을 끌어드리인데 비해 결말이 빈약하긴 하지만 아무쪼록 워쇼스키 형제가 애초에 의도한 결말을 우리가 보았기를 바랍니다.
근데 결론이 뭐죠?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다???
백투더퓨처 삼부작의 결론도 그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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