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후예들]은 1764년부터 1767년까지 3년 동안 프랑스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제보당의 야수 La Bete du Gévaudan'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영화입니다. 저처럼 어렸을 때 UFO나 네시 이야기 따위에 열을 올린 적 있는 사람들은 이 괴물 이야기에 익숙할 거예요. 은서동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명한 이야기니까요. 프랑스 버전 보드민 무어의 야수라고나 할까요? 가끔 발자국이나 남기는 보드민 무어의 야수와는 달리 제보당의 야수는 진짜 위험한 괴물이었지만요.
한마디로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제보당이라는 자그만 마을 근방에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나서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을 살해했지요. 3년 동안 자그만치 1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괴물에게 희생되었다고 해요.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도 그 충격으로 미쳐버렸다고 하고요. 이 괴물의 정체는 아직도 아무도 모릅니다. 사냥꾼들이 잡은 커다란 늑대 중 한 마리일 수도 있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요) 돌연변이 괴물이거나 사냥 나온 외계인이거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거나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온 맹수일 수도 있겠죠. 맘대로 상상하세요. 그런다고 잡아갈 사람 없습니다.
요새 와서 '제보당의 야수'의 정체가 무엇이었냐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로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가 미해결 사건이고 그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다는 것이죠. 지금에야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할까요?
하여간 예전에 [크라잉 프리맨]의 영화 버전을 만들었던 크리스토프 강이라는 사람이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고 그게 바로 오늘 이야기할 [늑대의 후예들]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대 히트였죠. 요샌 감독판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더군요.
영화는 굉장히 별납니다. 결코 18세기를 무대로 한 프랑스 영화에서 기대할만한 내용은 아니죠. 야수를 잡아 박제로 만들라는 임무를 받고 제보당에 파견된 주인공 왕실 박제사 프롱삭은 람보와 이소룡을 합쳐놓은 것 같은 사람이고 그와 그의 인디언 친구 마니는 마치 홍콩 무협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요란한 액션을 벌입니다. 그뿐인가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제보당의 야수가 나올 때는 마치 [에일리언] 류의 괴물 영화를 보는 기분입니다.
어처구니 없지만 결과는 생산적입니다. 람보류의 일인 영웅담과 괴물 영화는 이미 할리우드에서 한 물 간 장르지만, 이렇게 18세기 프랑스를 무대로 하니 굉장히 새롭게 보이는군요. 하긴 우린 종종 특정 시대를 그 시대를 다룬 예술 작품에 맞추어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18세기 프랑스가 [조롱]이나 [위험한 관계]에 나오는 사람들로만 부글거렸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그 시대도 이런 공포 액션물의 배경이 될 자격은 충분합니다.
장르와 스타일의 일부는 할리우드에서 빌려왔지만 스토리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늑대의 후예들]은 전형적인 유럽식 모험담입니다. 영화의 각본에는 19세기 프랑스 대중작가들이 썼다고 우겨도 될만큼 고풍스럽고 프랑스적인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위장 죽음, 암기로 무장한 이탈리아 비밀 첩보원, 비밀 결사... 예를 들려면 끝도 없죠. 괴물을 둘러싼 음모는 어딘지 모르게 아서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의 사냥개]를 연상시키지만 이 역시 할리우드적은 아닙니다.
스타일 역시 아주 할리우드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강스의 스타일이 그렇게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그의 무개성은 여전히 꽤 프랑스적입니다. 90년대부터 뤽 베송과 같은 프랑스 감독들은 그 나름대로의 액션 영화 스타일을 쌓아올렸지요. 아무리 그들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그 결과는 분명히 구별할 수 있는 프랑스 액션 영화였습니다. 강스가 당연하다는 듯 헤엄치는 스타일에도 그 느낌은 묻어 있고요.
결과적으로 [늑대의 후예들]은 할리우드의 공습에 대항하는 내압용 영화로는 대성공입니다. 이 영화의 단점을 지적하라고 하면 한없이 할 수 있겠지만 (각본은 구멍 투성이고, 종종 시간 배분을 잘 못해서 늘어지고, 특수 효과는 할리우드에 비해 약하고...) 이처럼 흥미진진하고 잘 빠졌으면서 지극히 프랑스적인 오락 영화를 만들어 내놓을 수 있다면 굳이 할리우드를 겁낼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기타등등
1. 네, 다들 아시다시피 국내 개봉 버전은 20분인가 짧습니다. 정말 성의없이 턱턱 끊더군요. 어디가 잘렸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구멍이라고 생각한 게 그 잘린 필름에 담겨 있을지도 모르죠.
2. 만약 미국 영화가 이 영화에서 집시 묘사를 한 것처럼 흑인 묘사를 했다면 엄청난 소송 사태에 시달렸을 겁니다. 아직 변호사를 고용할만한 집시들이 많지 않은 모양이죠?
주연 사무엘 르 비엥....그레그와르 드 프롱삭
Samuel Le Bihan....Grégoire de Fronsac
마크 다카스코스....마니
Mark Dacascos....Mani
에밀리 드켄....마리안느 드 모랑지아스
Emilie Dequenne....Marianne de Morangias
뱅상 카셀....장-프랑스와 드 모랑지아스
Vincent Cassel....Jean-François de Morangias
모니카 벨루치....실비아
Monica Bellucci....Sylvia
제레미 레니에....토마 다프셰
Jérémie Rénier.... Thomas d'Apcher
Djuna 베일에 가려진 사이버 스페이스의 협객 듀나는 SF소설가, 씨네21 컬럼니스트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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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후예들 Le Pacte des loups (2001) ★★★ :::
장르와 스타일의 일부는 할리우드에서 빌려왔지만 스토리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늑대의 후예들]은 전형적인 유럽식 모험담입니다. 영화의 각본에는 19세기 프랑스 대중작가들이 썼다고 우겨도 될만큼 고풍스럽고 프랑스적인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위장 죽음, 암기로 무장한 이탈리아 비밀 첩보원, 비밀 결사... 예를 들려면 끝도 없죠. 괴물을 둘러싼 음모는 어딘지 모르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