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트럼페터로 변신한 그를 말하다
글: �젙�꽑湲
2004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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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트럼페터로 변신한 그를 말하다
-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 삼척 도계읍 촬영장에서
15년 전, 내가 최민식씨를 KBS 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을 통해 처음 만났다. 오래 전 꾸숑의 터프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배우 최민식씨는 최근 54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로 국내외로부터 공인된 연기파 배우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러한 그가 역시 오래 전 TV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열연했던 홍식의 이미지로 돌아온 듯한 영화 <꽃 피는 봄이 오면>(감독 류장하, 이하 <꽃봄>), 그 제작현장을 찾았다.
영화 홍보에 있어 블로그 마케팅은 필수가 되어버린 지금, 홍보대행사 PMJ엔터테인먼트가 한 포탈 블로그에 이벤트를 개최해 다섯 명의 블로거들과 촬영현장 방문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총 지휘는 감성적인 서정을 그린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에서 제작진으로 있었던 신인 류장하 감독이 맡았다. 배우 최민식씨는 류장하 감독을 일컬어 '따스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에 감독의 순수한 감성이 녹아있다'고 전했다.
초여름 가장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던 유월, 영화의 배경이자 주 촬영지인 강원도 산간의 작은 학교는 제작진들이 흘리는 습한 땀과 촬영장의 상기된 분위기로 인해 어느 때보다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몇 차례의 영화제작 촬영장 방문 경험이 있던 까닭에 숨죽인 채 기자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는 촬영장을 둘러보고 나서 배우 최민식씨의 인터뷰 기회를 가졌다.
류 감독의 지휘아래 봄을 앞둔 산간마을 학교의 겨울씬을 촬영중이라 최민식씨는 숨죽인 채 방문객에게 소리를 낮추라며 더 가까이 다가와 소곤거리듯 소리를 낮추어 인터뷰에 응했다. 다소 긴장한 블로거들을 편하게 해주려는 듯 방문 동기와 오기 힘들지 않았냐는 그의 배려로 인해 어색하던 분위기는 유쾌한 만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다음은 촬영장에서 즉석 인터뷰 기회를 가진 블로거들의 배우 최민식씨와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Q.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다른 동기와 영화를 고르는 다른 기준이 있는지요? 류장하 감독에 대한 생각은?
A. (류장하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조감독을 하셨구요. 대본을 보면 감독의 생각이 보여요. 영화 대본을 보면 감독의 인생이 녹아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작가나 감독이 지향햐는 바가 나타나 있어요. 예를 들어, 관악기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을 표현하겠다, 기타 독주로 표현하겠다.. 이런 것처럼 영화도 마찬가지에요.
인간의 공포심, 인간의 잔인함..<올드보이>처럼 제 영화적 세계를 표현하는 소재로 가져오게 되요. 감독이 어떤 방면에 매력을 느끼고 그것을 즐기느냐가 느껴져요 <꽃봄>의 감독은 따뜻한 사람이에요. 아주 순수한 감독의 감성이 시나리오에 녹아있어요.
대개 감각적이고 시류에 동조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꽃봄>이란 제목에서 보듯, 얼핏 생각하기에 한물 간 동화책같은 이야기예요. 요즘같이 감각적인 걸 선호하는 관객에게 어필이 될 것이냐 이렇게 생각하면 못하죠. 산 속을 헤매다가 민박집을 만나 따스하게 데워진 방에 들어갔을 때 따뜻함. 외투도 벗지 않고도 그 따뜻함이 손 끝부터 퍼져와서 겉옷을 입은 채 그대로 쓰러져 엎드려 잠들 수 있는..
촌스럽게 보이지만 시대 흐름에 영합하지 않는 그런 이야기를 용기있게 할 수 있는 다양성이 올드보이처럼 감각적이고 비주얼이 강하고 스타일리쉬한 작품도 있어야 하지만, 반면에 학창시절에 한번 쯤 읽어봤을 김동리의 <감자>같은 단편소설을 읽는 듯한 따스한 사랑과 순수함을 가졌어요.
Q. 영화를 처음 선택하실 때 시나리오를 보고 하시나요?
A. 그렇죠. 복잡하게 생각하지않고 외외로 간단해요. 평양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못핟ㅅ이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첫 느낌처럼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첫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게 다예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의 전부예요. 만약, 한번에 다 읽혔다면 그런 시나리오는 해요.
그런데, 첫 장이 안 넘겨져요..자꾸 담배나 딴전을 부리는 경우, 하지 않아요. 선택할 때 장르는 상관안해요. 나를 설득할 수 있는..내가 설득당할 수 있는 작품.
Q.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시면서 연기자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 적은?
A. 얼마전 깐느 갔다왔을 때. 깐느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함께 파티에 초청을 받았을 때.
감독이 나를 초청해서 배에서 파티를 열고 말로만 듣던 세계적인 거장과 그런 자리에서 공통적인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너무나 감격스러운 그런 느낌이에요. <올드보이>의 연기에 대해 칭찬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흥미진진한 얘기를 할 때. '인종은 달라도 관심사는 비슷하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Q. 미국에 <올드보이>의 판권이 팔렸는데, 깐느에 가서 최민식씨가 인지도가 올라갔는데 헐리우드에서 최민식씨에게 출연제의를 한다면..?
A. 알려진 거 없어요. (일동 웃음) 그 사람들은 저를 몰라요. 그런 거 보다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해요.' 연출가의 경우는 달라요. 지휘자로서 연출가는 <올드보이>처럼 글로벌한 영화를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자신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요. 얼마든지 더 좋은 기술력으로 잘 만들 수 있어요.
내가 영어로 한다면 얼마나 닭살 돋아요. '오 마이 갓' 한다고 한다면 얼마나 어색해요. 같은 아시아권에서 같은 문화 틀 속에서 한다면 덜 낯설고 내 말을 할 수 있는 경우엔 출연할 수 있지요.
마이클 더글러스와 다카쿠라 켄이 주연한 <흑우>라는 영화에서 다른 언어가 잘 어우러진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형사로 나오는 다카쿠라 켄이 자신의 말을 욕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내가 다쳐요. 흔히 애기해서 우리가 헐리우드에 대한 동경 등 피해의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자본이나 기술력 등 시스템에선 대단한 면이 있지만 우리가 만들어내는 소프트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뒤지지 않는 창의력이 있잖아요.
Q. (활영중이라 조용하라며 귀에 대고 소곤소곤) 최민식씨의 <파이란>을 인상깊게 봤는데, 영화를 보고 크게 울었던 적이 있는가 (옆에 류장하 감독의 '캇' 소리)
A.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버지로 나왔던 로베르토 베니니의 마지막 씬.
Q. 최근 패러디 되고 있는 만두 사건에 대해 한마디.
A. 되게 웃기는 나쁜 놈들이에요. 먹거리를 갖고 장난을 치면 안되요. 전국민의 안녕과 안위를 위해서는 민주주의 리더쉽을 갖고 그 독버섯 같은 사람은 응징해야 되요. 인권을 생각해서는 그건 올바른 리더쉽이 아니예요. '내가 만두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내가 만두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는데..'(일동 웃음)
Q. 감독 데뷔 생각은? 제작자로서 유지태씨에 대한 생각은 ?
A. 이것저것 찌르는 것보다 한가지나 연출가적인 마인드가 있어. <올드보이> 촬영하면서 지켜봤는데, 제작 현장에서 제작부 일을 해요.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각 파트에 그런 것을 다 관찰하고 경험해보는 그런 자세가 있어요. 지태씨는 기능적인 면에서 촬영 도중에 적극적으로 촬영 각도가 이랬으면 좋겠다 등의 말을 해요.
Q. 그런 경우, 감독과 자주 배우와 의견 충돌이 있을 텐데..?
A. 감독이 요구하는 건 다 하고나서, 해 보여주고 나서 해야지요. 감독과 생각을 달리한다고 내 주장만 하는 마인드는 독선이에요.
Q. 어떤 여배우의 첫인상이 좋았는지요. 앞으로 같이 연기하고 싶은 여배우는?
A. 근본적으로 인형같이 생긴 여배우나 남자배우는 이상하게 생각되요. (일동 웃음) <올드보이>에서 자살하려는 사장님 역을 하는 배우들 그런 사람을 좋아해요. <장화,홍련>의 염정아씨 같은 색깔있는 배우를 좋아해요. 작품에 들어갔을 때 그 캐릭터를 만드는 배우가 휼륭하다고 생각해요.
Q. 실제 트럼펫 연주 솜씨는?
A. 소리만 나요. OST에 녹음하는 걸 목표로 연주 연습을 하려고 해요.
Q. 포스트 최민식이라는 말에 부담감은?
A. 인터넷은 잘 안봐요. 물론, 영화평에 대한 이야기는 봐요. 나는 근본적으로 여러분(블로거, 민간인)을 믿지 않아요. 여러분들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떤 영화에서 연기가 모자랐다고 했을 때, 배우들은 쉽게 상처받아요.
여러분이 영화에 대해 참을성있게 지켜봐주지 않기 때문에 그에 영향받지 않으려 해요. 네티즌 설문조사는 반갑지 않아요.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은?
A. 다 해 보고 싶어요. 공포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한 가지, 사극만 빼놓고 다해보고 싶어요. 더운 여름날 수염을 붙이고 다녀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Q. 출연하신 영화 중에 기억나는 대사가 있다면?
A.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으로 해요. 이미 끝났으면 잊는게 좋아요.
Q. 연예인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 한마디.
A. 연예인으로 구분짓는 게 아쉬워요, 힘든 작업인데.. 끼가 많고 애들 앞에서 잘 나선다고 해서 접근하는게 아쉬워요. 청소년 시절에 80~90% 외모의 자신감 등 허영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 배우를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해요. 사람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참, 힘든 작업이에요.
공상과학 영화라 하더라도 사람이 나오잖아요. 그걸 단순히 연기로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간관계를 공부하는 거예요. 글쓰는 사람들이 소설을 쓸 때 진지하게 생각하듯 똑같이 진지하게 생각하세요.
Q. 연극 많이 하신 걸로 아는데, 다시 서실 계획이신가요?
A. 그럼요. 기회만 되면 연극무대 다시 서고 싶어요. 연극은 작은 물이고 영화는 큰물이란 관객의 생각이 잘못 된 거예요. 그 말은 똑같은 거예요. 방식이나 장소, 규모가 다른 거예요. 표현수단이 영화는 스크린이고 연극은 라이브라는 것이 달라요. 고정관념으로 나누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제일 듣기 싫은 건 영화 연기와 연극 연기가 다른 점이 무언가 묻는 거예요.
Q. 최고의 배우라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촌스런 질문이에요. 최고의 배우는 없어요. 누가 연기를 잘하느냐 하는 말은 어떤 사람이 인생을 더 잘 사냐 못 사냐 하는 얘기나 똑같아요. 인생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는 수단도 달라 어떤게 좋고 나쁜게 있겠어요. 그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 있는데, 그 우열을 가를 수 있다는 건 말이 안되요.
그 배우의 표현을 잘해냈다 또는 표현이 부족했다라고 할 수 있어요. 근본적으로 그 상황 자체를 거부해요. 무지에서 나온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배우에 대한 연구가 없는 거예요. 이번에 칸에서 14살의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어요. 열 네살 짜리가 그 작품이 원하는 이미지와 뉘앙스를 가장 잘 표현해 낸 것이에요.
약 한 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마치고 최민식씨의 촬영 일정으로 인해, 한 시간 정도 촬영장을 둘러 보았다. 촬영장을 둘러보면서 영화 속 현우(최민식 분)가 부임한 시골학교의 학생으로 출연하는 <효자동 이발사>의 낙안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도 보았다. 더운 탓인지 아이스박스와 냉음료를 부지런히 가져다 마시면서 연기에 열중하는 모습이 아름다왔다.
최민식씨는 이후, 류장하 감독 곁에서 시골학교 아이들의 합주씬을 지켜보고 있다가 복도를 오가며 블로거 일행의 사진 촬영에도 선뜻 응해줬고, 서울발 기차를 위해 인사를 하자 반갑고 너그러이 촬영장 교실 계단실 앞까지 배웅을 나오기도 했다.
폐광 지역 답게 학교 너머로 석탄빛의 야산을 배경으로 영화 <꽃봄>의 배경이 되는 도계전산정보고등학교는 새로 부임해 온 별볼일 없는 현우를 맞기에 충분했고, 교정 곳곳에 피어난 이름모를 들꽃처럼 현우가 겪는 여러 에피소드는 들꽃처럼 건강하고 따스한 웃음과 감동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 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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