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 서울형사, 목포 낭만건달에 반하다
글: �젙�꽑湲
2004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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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 서울형사, 목포 낭만건달에 반하다
- 영화 <목포는 항구다>를 보고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물갈이가 이슈화되면서 영화계 역시 <친구> 이후 지방화 시대를 선언하고 나선 영화가 있다. 풋내기 형사의 목포 조직 '성기파'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목포는 항구다>(제작 기획시대 감독 김지훈)가 그 주인공.
지난 10일 오후 1시, 종로에 위치한 서울극장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무대 인사에서 낭만건달 역을 맡은 차인표는 이 영화가 '조재현식 코미디 영화, 차인표의 액션 영화가 아닌 송선미의 에로 영화'라고 해 언론사 및 배급 관계자들을 압도하는 멘트를 선보였다.
이 영화는 서울이 아닌 목포, 대구에서 먼저 시사회를 열어 정치권을 통해 생긴 동서 불신의 벽을 허물고 동서화합을 하겠다고 나섰다. 과거 <친구>가 그랬듯 서울보다 지방에서 영화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목포는 항구다>처럼, 서로 상반된 환경 속에서 주인공이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위기 극복의 노력과 이를 돌파해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까지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의 결합을 통해 신선한 웃음을 줄 수 있다. 과연, 이 영화가 그런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전작 <나쁜 남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조재현이 실적없이 사고만 일으키는 풋내기 형사 수철로 분해 목포 최대조직 '성기파'의 두목 백성기(차인표 분)를 잡기 위해 목포로 내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수철의 코믹한 모습 뒤로 간혹 조재현의 전작 영화나 그가 출연했던 TV 드라마에서 보여준 매서운 눈빛과 온몸 연기가 이 영화 속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만화 속 캐릭터처럼 과장된 환타지와 오버액션을 통해 관객의 주의를 끌어 모으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성기파 소탕의 임무를 띤 신참 여검사 자경(송선미 분)의 등장과 함께 기대했던 환타지는 온데 간데 없고 슬랩스틱한 코미디만 남는다. 물론, 극중에서 조직간의 결투 장면 등에서 심각하게 다루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마치 영화 <챔피언>나 <록키>시리즈를 떠오르게 하는 참혹한 권투 대결로 인해 백성기에게 신임을 얻은 수철의 승승장구가 이어지는 것이 스토리 전개상에 남는 아쉬움이다. 더욱이, 조직의 2인자 두호(손병호 분)가 견제할 겨를없이 낭만건달의 오른팔이 된 수철과 얼떨결에 수철의 여동생이 되어버린 자경의 모습은 영화의 내러티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긴장감이 끊어지게 한다.
수철이 발각되지 않도록 뒷수습을 위해 호텔 커피숍의 종업원으로 분한 여검사와 낭만건달의 로맨스 환타지는 과거 영화에서 많이 봤던 오마쥬인 듯 싶으나 오래동안 영화 속 조연으로 다져온 송선미의 천연덕스런 연기로 인해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이나 코믹 패러디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오히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 흐름은 어떤 계기나 개연성을 갖는 소도구 없이 위기-위기 해결식의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자칫 지루함마저 주고 있다. 그나마, TV 드라마 등에서도 만날 수 있는 연극배우 출신의 박철민의 가오리패와 암 투병중에도 끝까지 촬영을 마친 김일우의 익살스런 유머가 이 영화가 주는 또 다른 재미일 수 있으리라.
신인 감독의 데뷔작에서 보이는 어설픈 구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만족시키는 데에 투자 기준을 삼는 큰 손 고마담으로 분한 비음섞인 목소리의 김애경을 포함, 영화 혹은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의 연기가 내러티브가 부족한 영화에 한 줄기 활력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관객의 눈높이에 다가가기에는 이 영화의 눈높이가 낮아진 이유가 지방화 시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면 이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지..
/ P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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