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의 첫날, 영화제 풍경
글: 박재은
2000년 04월 29일
개막식, 영화의 도시 전주에 대한 기대감
 |
28일 저녁 전북대 문화관은 초저녁부터 영화제 개막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게스트나 기자들은 말할 나위 없이, 교복을 입은 중고생들과 젊은 영화광들을 비롯하여 '전주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면서 구경온 중년, 노년의 아저씨, 아주머니들까지 새로운 영화제의 탄생을 축하했다.
예정시간인 7시를 조금 넘겨 단아한 대금연주와 함께 개막식 식전공연이 시작되었다. 피아노와 아쟁 합주, 피아노와 사물놀이 합주로 흥겹게 이어진 식전공연은 장구 60개와 북 7개의 합주로 흥을 더한 뒤 화려한 레이져가 스크린에 '새로운 천년의 꿈 전주국제영화제' 를 새기며 마감됐다.
영화 '구멍'에서 함께 공연한 바 있는 안성기와 김민이 각각 우리말과 영어로 개막식을 진행하였다. 김한기 전주시장의 전주 국제 영화제 개막 선포에 이어 최민 전주 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새로운 영화의 미학적, 산업적 대안을 탐색하고 50, 6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영상도시인 전주의 역사를 복원하고 나아가 새로운 영상도시의 꿈을 키워나갈 전주영화제의 야심찬 기획을 설명했다. 이어 김대중대통령이 영상으로 전주영화제 개막을 축하하는 메세지를 보냈고, 영화계의 원로인 유현목 감독, 신상옥 감독부터 중진인 이장호 감독, 정지영감독, 그리고 젊은 감독들인 홍상수, 김지운, 변혁, 김기덕 감독 등의 게스트 소개가 이어졌다. 배우 가운데는 최은희, 장미희, 강수연, 이정현, 그리고 개막작 오! 수정의 여주인공 이은주, 섬의 여주인공 서정과 명배우 명계남 등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감독들보다 배우가 무대에 오를 때 더 많이 박수를 받는다는 안성기의 우스개 섞인 코멘트가 있기는 했으나, 무대를 꽉 채운 게스트들은 배우가 아니라 감독들이었다. 해외게스트로는 로저 코만 감독과 프레데릭 폰테인 감독, 야구치 시노부 감독과 애니메이션 앨리스에서 앨리스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시미즈 가오리가 자리를 함께 했다.
게스트 소개로 개막식이 끝나고, 10분간 휴식 후 개막작인 오! 수정이 상영되었다. 흑백영화인 관계로 일본에서 진행중인 영화의 완성프린트가 날짜를 맞추지 못해 첫번째 색보정만을 거친 프린트가 상영되는 것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사과가 있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욕망을 잡으려는 남자의 시점과 사랑하는 사람을 미화하지만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여자의 시점으로 만남부터 결실을 맺기까지를 두 번씩 보여주는 오! 수정은 두 남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오래된 주제인 사랑을 보편적 주제로 끌어올리며 흑백영화의 미학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해냈다.
개막작 상영이 끝난후에도 늦은
시간이었진만, 관객들은 다지탈 삼인삼색의
상영관인 덕진문화회관으로 서둘러 발길을
돌렸고, 전주국제 영화제의 첫날은 7일간의
영화사랑에 가슴두근거리며 깊어갔다.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