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저녁 6시 30분, 전주 국제영화제 디지털 전용관인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특별기획인 디지털 삼인삼색의 두 번째 상영이 있었다.

충무로 주류 영화에 진출한 에로배우가 정사씬을 찍으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 박광수 감독의 <N1 빤스 벗고 덤벼라>에서는 여주인공 하얀 역을 맡은 왕유선의 상황에 쫓겨 원하지 않는 연기를 해야하는 내면 연기가 돋보였다. 총 다섯 대의 카메라가 배우와 스탭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촬영현장의 긴장감을 표현해냈다. <N2 밤의 이름>은 어느날 아침 전날밤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태어난 택시기사의 자기 찾기 과정을 대사를 절제하고 배우의 표정으로 전달하려 한 듯 보였다. 세편의 영화가운데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장위엔 감독의 다큐멘타리 <N3 진싱파일>은 여성으로 성전환수술한 무용가 진싱의 입을 빌려 인간관계와 인생의 외로움을 직설적으로 그러나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시간에는 역시 디지털 영화 작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질문이 많았다. 박광수 감독에게는 영화 속에 에로배우의 홈페이지가 실재하는냐는 유머스런 질문부터 디지털 영화 속에 필름 컷을 삽입한 의도과 효과를 묻는 진지한 질문이 던져졌고, 박광수 감독은 실제로 에로배우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www.whitelove.com) 대답해 오히려 관객에게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동안 다소 무거운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빤스벗고 덤벼라는 상당히 유머스런 영화라는 관객의 평가에 박광수 감독 자신은 자신의 영화가 무거운 영화였다고 생각해본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디지털 영화에 관한 질문에는 필름 컷을 3컷을 사용했는데 사실 그 의미를 선명하게 정리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디지털과 필름을 섞은 영화를 실험해볼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김윤태  감독에게는 다소 비판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 간 실험영화에서 보여온 이미지의 강점들이 밤의 이름에서는 별로 살아나지 못했다. 사실 실망스럽다"라는 관객의 비판에 감독 스스로도 디지털 영화는 처음이고 그러다 보니 디지털이라는 형식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마치 TV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는 관객의 평에도 감독은 실험영화가 아니라 처음으로 내러티브 영화를 시도했는데, 만일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로 보였다면 그것은 영화가 잘 안  된 것일거라는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N2의 촬영감독이자 전주영화제 기술자문인 박기웅 기사는 실제 촬영과정에 대해 초점도 수동으로 맞출 수 없고, 명암도 분명치 않은 디지털이라는 작업이 너무 힘들었으며 다시 필름작업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필름과 디지털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미 중진작가를 넘어선 박광수 감독은 주류영화의 작가답게 내러티브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다섯대의 카메라로 끊임없이 바뀌는 시점이 얼마나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는가는 사실 의문이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내러티브를 다섯 개의 시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할해낸 걸까? 김윤태 감독은 붉은 색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디지털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그의 주인공이 늘 돌아가는 여관의 붉은 빛은 그래서 환상적이기보다는 보는 이의 눈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어제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의 상당수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감독 지망생들로 기성 감독들이 만든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디지털 영화를 기대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러 일회성의 실험으로 대한 인상을 보인 제작진의 모습은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말았다. 어느 비디오작가의 말처럼 기성감독을 선정해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이미 디지털이라는 형식에 익숙한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창구가 더 넓어지는 것, 그것이 전주국제영화제가 새로운 대안영화제가 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N1 빤스벗고 덤벼라
감 독 박광수
프로듀서 류진옥
조감독 이형석
연출부 권용국, 김종운
촬 영 김병서
촬영부 이종복, 성승택, 엄혜정, 김동영, 이정화
조 명 박현원
동시녹음 안복남
녹음부 함영준, 한형석
미술부 윤지연
음 악 원 일
프로덕션디자이너 유성희
Web디자인 정병목, 김남훈
출연: 왕유선, 이문호

N2 밤의 이름
감 독 김윤태
PD 이수정
조감독 이주호, 이호응, 김이고
촬 영 박기웅
촬영부 김민성, 제창규
조명 박종환
제작실장 예성일
제작부 김태훈, 차명훈
동시녹음 김완동, 박종근
미술감독 오재원, 정은영, 전성호
의상,분장 강태연, 안영현, 공미라 
편집 강태순, 이창빈
스틸 성남훈 (저널리즘 사진작가)
출연 안석환, 이신, 오수란, 서경철

N3 진싱파일
감독 프로듀서 장 위엔(Zhang Yuan)
책임 프로듀서 샨 동빙(Shan Dongbing)
출 연 진 싱(Jin Xing)
시 나 리 오 닝 따이(Ning Dai)
촬 영 감 독 공 리(Gong Li)
동 시 녹 음 왕 져(Wang Zhe)
사 운 드 믹 서 우 라라(Wu La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