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망스>에 대한 소문의 진원지는 바로 칸느. 그리고 어제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상영장인 전북대 문화관에서는 국내 관객들에게도 그 소문을 여과 없이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오후 8시, 상영시간 전부터 모여든 관객들이 금세 장내를 꽉 메우고 두근대며 기다리는 가운데 한 꼬마가 눈에 띄어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느 부모가 영화 <로망스>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가족 나들이 차 영화제 상영장을 찾았던 것. 결국 그 가족은 극장을 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져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보다 강도가 센 영화 속 베드 씬에 당황한 관객들 때문에 장내가 잠시 소란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여성의 성적인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한 수준작'이라는 것이 중론이었고, 특히 여성관객들의 경우 영화를 본 소감으로 '통쾌하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우지영(32세)씨는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괜찮았다. 표현이 극한까지 간 점이 좋다. 여성감독이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색다른 영화, 자신만의 색을 찾는 여성의 모습에 뿌듯하고 승리감까지 젖게 만드는 영화'라면서 '노출? 이런 영화도 필요하다'고 당당히 말했다. 원광대 교수인 이상복 씨(46세)도 '깨끗하고 솔직한 영화, 대사가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충격적이었지만 보는 동안 덤덤해졌다'고 답변했다.

한편 '공포영화보다 더 엽기적이다.', '한마디로 정문 앞에서 사람들을 뜯어 말리고 싶은 영화'라는 등의 전혀 상반된 반응들도 나와, <로망스>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가장 논란을 일으킬 작품임이 증명되었다.

로망스 Romance

• 프랑스/1999/95분/35mm
• 감 독 : 카트린느 브레이야 Catherine Breillat
• 제 작 : 장 프랑소와 르프터 Jean-FranCois Lepetit
• 각 본 : 스베린 시아우 Severine Siaut
• 촬 영 : 요르고스 아르바니티스 Yorgos Arvanitis
• 음 악 : DJ 발렝텡 DJ Valentin, 라파엘 티다 Raphael Tidas
• 출 연 : 캬롤린 뒤시 Caroline Ducey, Rocco Siffredi, Sagamore Stevenin, Francois Berleand, Reza Habouhossin, Fabien de Jomaron
• 시놉시스 : 마리(캬롤린 뒤시)는 임신하기를 원하지만 애인인 폴은 아버지가 되는 것을 두려워할 뿐 아니라, 성관계도 내켜하지 않는다. 좌절감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던 마리는 다른 곳에서 충족감을 얻기로 결심한다. 처음에 그녀는 카페에서 만난 파올로(이태리의 포르노 스타인 로코 씨프레디 Rocco Siffredi가 이 역할을 맡았음)와 짧지만 강렬한 정사를 갖는다. 다음으로 그녀는 자신이 교사로 있는 학교의 교장과 더 위험한 관계를 시작한다.

1일 씨네 21 3관에서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두 번째 상영이 있었다. 첫 상영 이후 관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번졌던 모양인지, 이번에는 더 많은 관객들이 몰려 와 성황을 이뤘으며, "아무생각하지 말고, 분석하지도 말고, 보고 그냥 즐기세요"라는 류승완 감독의 주문으로 상영이 시작되었다.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는 정성일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이루어졌으며,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증명이나 하는 듯, 객석과 무대 사이에는 수많은 질문이 오갔다. 특히 <주유소 습격사건>, <깡패수업>의 김상진 감독과 <베이비>의 임필성 감독 등이 함께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임필성 감독은  한국에서 장르 영화를 천대하는 것에 분노, 자신은 호러와 환타지 영화를 만들고 류승완 감독은 액션 영화를 만들기로 했던 과거의 약속에 관해 이야기하며, 류승완 감독이 먼저 그 약속을 지킨 것을 부러워했다.

배우 지망생인데 아무도 출연을 시켜주지 않아 직접 연출을 시작했다는 류승완 감독은, 자신은 <프로젝트 A>, <폴리스 스토리>와 같은 영화를 좋아하며 이 작품은 바로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주"라 말했다.

또한 "좋아서 선택한 것이 영화이며, 그래서 영화를 한다"는 감독의 말에 정성일 프로그래머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저주받은 축복이다"라는 김홍준 감독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Die Bad

• 한국/2000/90분/16mm/컬러+흑백
• 감 독 : 류승완
• 프로듀서 : 김성제
• 촬 영 : 조용규
• 조 명 : 김성관
• 동시녹음 : 윤해진, 이태규
• 제작팀장 : 정제현
• 조감독 : 김경수
• 출 연 : 류승완
• 작품구성
  1부 <패싸움> 공고생과 예고생의 한판 패싸움
  2부 <악몽> 현수의 악령과 싸우는 나약한 전과자 성빈
  3부 <현대인> 경찰의 폭력과 깡패의 폭력, 무엇이 다른가?
  4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인간사 죽거나 나쁘거나 둘 중에 하나지!

어젯밤(1일) 저녁 9시부터 전북대 대학로 라이브 홀 '쥬크박스'에서 열린 '단편영화인의 밤' 행사에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거의 모든 게스트들과 한국단편 부문에 작품을 출품한 단편영화감독들, 그리고 영화제 스텝들을 비롯 일반 관객들까지 함께 어울려 신나는 축제의 밤을 보냈다.

같은 날 이벤트 공연(펑크쇼)이 있었던 '크라잉넛', '쟈니 로얄', '레이지 본' 세 밴드의 공연이 진행되는 사이, 사회자가 재치있게 행사에 참여한 게스트들을 무대로 이끌어, 한사람씩 순서대로 소개와 인사가 이루어졌다.

이날 참석한 해외 게스트 중 감독으로는, 'N-비전'이 발굴한 두 명의 디지털 영화 작가, 존 아캄프라와 존 조스트, <디지털 삼인삼색>의 장 위엔, 그 외 수잔 피트(애니메이션 '아스파라거스에 관한 에로틱 판타지'), 왕 취엔안('월식'), 마에지마 켄이치('앨리스'), 오비타니 유우리('푸푸 염세주의자')가 참석했으며, 배우로는 '월식' 여배우 위난, <디지털 삼인삼색> 'N-3 : 진 싱 파일'의 진 싱이 있었다. 그리고 각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인 토니 레인즈, 알랭 잘라두, 티엔 주앙주앙, 페기 차오 등도 자리했고 심지어 전주국제영화제 심포지엄의 발제자들까지, 거의 모든 게스트들이 참석한 셈이다. 입국 시기도 다르고 각자 인터뷰 등 개인 스케줄에 쫓겨 미처 서로 인사도 나누지 못 했던 게스트들은, 이날 행사장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행사에 참석한 단편영화인들도 이들과 동석한 것에 기쁨을 표시했다.

이날 에피소드로는 <디지털 삼인삼색> 중 장 위엔 감독 작품에 출연한 진 싱이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자 장내가 뒤집어진 것. 양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라고 하는데, 전주에 오기 전까지는 영화제 스텝들도 몰랐던 사실이다. 게다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무대로 올라간 한 스텝이 춤을 추기 시작하자, 무용가이기도 한 진 싱이 갑자기 무대 위로 올라가 함께 멋진 듀엣 춤을 선보여, 행사장 내 모든 이들의 엄청난 환호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