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강 수월래~
글: 박용하
2001년 01월 19일
사람이 태어나서 꼭 안하는 짓거리를 할때가 있다. 음, 내가 요즘 그런다. ^^; 왜 그런지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되겠지.. 난 노출족이 아니니. 뭐 글을 쓰는 누구나는 노출증 환자이며 글을 읽는 누구가는 관음증 환자라는 이야기를 주절거린 어떤 작가의 이야기가 조금은 설득력있게 읽힌다만.. 어느정도 노출은 스릴 넘치는 일이기는 하나, 올누드는 불쾌할 뿐이라는게 내 소신이라~(똥배는 나만 보고 있기에도 충분히 불유쾌하다.-.-;;)
어제였나? 아 어제가 맞나부다. 하루종일 늦게 퍼져있으면서 무기력하게 있으려니 괜히 날 차버린 수많은 눈 제대로 박힌 여인네들 생각에 가슴만 쓰려오고 답답해지는 것이 '아! 이런때 빨갱이 영화 한 편이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에서 울집서 좀 먼 비디오샵에 가서 '붉은 시편'을 빌렸다. 이름을 봐라. 붉은 시편(Red Psalm)이라.. 원제는 내가 헝가리 말을 몰라서 금방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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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지만.. 이거 밖에 없어서리.. ^^;; |
영화는 처음에 농민들과 악사들이 헝가리 무곡에 맞추어 축제를 벌이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까지 초원의 배경을 떠나지 않는다. 지주의 영토에서 봉기를 하던 농민들은 엥겔스의 선언에 감명받고 그들을 설득하려온 병사는 농민들에게 무기를 들이대지 않는다하여 총살을 당한다. 그런데 이 병사는 곧 여인의 키스로 부활한다. (이 병사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 사람은 나중에 노동자·농민이 학살되고 피로 넘치는 강물에서 스스로 들어가 세례를 한다. 이행동이 세례인지 아니면 물을 마시는 행위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스토리상 세례가 맞는듯 싶다) 농민들은 지주를 포박하고 그들을 부르주아적 논리로 설득하려온 백작은 '자본론'으로 짐작되는 저서의 논리앞에 죽고만다. 백작의 죽음 후 농민들은 배워야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과학적 사고로 지주와 자본가에게 맞설 것을 다짐한다. 어깨를 맞걸고 빙글빙글 원을 돌면서.
이 모든 것들을 롱테이크라는 한 기법만으로 담아놓은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보다는 군중을 단지 극 안의 캐릭터들끼리의 의사소통만이 아니라 화면을 응시하고 말을 거는 한 여인을 통해서 관객들과도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비폭력으로 맞서려던 노동자·농민들에게 종치는 노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 단지 빈손으로의 투쟁에서 무기를 들게끔 종용한다. 이는 희생을 뜻한다. 그러나 극 중에서 노동자와 농민은 군인들에게 빈손으로 다가선다. 그들에게도 아직 신앙이 있으며, 그들의 구세주와 다른 형태의 아멘을 올리나 그들을 인간으로 보며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인듯 싶다.
점점 불어나는 군중.. 어느 높게 솟은 솟대를 중심으로 거대 군무를 펼치던 군중 사이로는 심지어 군인들까지 섞여 흡사 자그마한 우주가 펼쳐진듯 뛰논다. 그러나 곧 정적을 깨는 호각소리, 나팔소리가 들려오더니 군인들은 군중사이에서 빠지고 노동자와 농민을 포위한채로 사격을 가한다. 이 장면은 정말 충격적이다. 기존 상업영화에서 들어 익숙한 총소리가 아닌 구식총이 내는 소리는 얇으면서도 무척이나 귀에 거슬린다. 그들이 죽고 살아남은자들은 백띠를 짊어지고 군인모자를 쓴 신부의 맹세를 읊는다. '대중운동을 하지 말고, 그들을 신고하라'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그리고 곳곳에서 카톨릭 신부들이 다가아 향로를 흔들어댄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과 하얀색이 대조를 이루며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하는 이 영화는 자칫하면 도식적인 상징으로 흐를 가능성이 충분하였다. 그러나 색감과 관계없는 중요한 상징들과 음악, 극의 종반의 악사의 노래가사- '아무 것도 없다', '바위는 딱딱하고 버터는 부드럽다'-등도 무척이나 중요한 상징으로 극의 횡을 잡고 있다. 붉은 색과 하얀색이라는 두 색체 대비가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두 계급의 융합할 수 없는 계급적 이해의 차를 상징하면서 극의 종을 잡고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음악,노래가사,상의를 벗고 뛰노는 헝거리 여인들, 새 등은 노동자의 끈끈한 유대를 상징하며 극의 횡을 잡고 있다.
영화는 마지막에 한 여인이 붉은 헝겊이 달린 총으로 말을 타고 도는-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말을 탄 군인들은 노동자·농민의 무리 외곽을 돈다. 카메라 앞에서 도니 이것은 마치 근경과 같은 효과를 창출해내게 된다-군인들을 죽이면서 끝을 맺는다.
오늘 아침 신문에 전태일열사 기념사업회에서 평화시장거리를 전태일 거리로 명명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태일이라..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아는 후배들 중에 몇이나 전태일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로 말하자면 나 역시 그런말 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어릴때 계몽사에서 출판된 '만화한국사'에서 본 전태일부분을 본게 아마 서적을 통한 전태일 열사에 대한 기록 중 7할을 차지하고 있을 나인데..^^;; 아, 박광수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봤었으니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을 것인가?
'노동은 아름답다'라는 이야기를 하면 잡혀갈 시절이 있었다고 들었다. 난 뭐 그 시대에 국민학교(난 국민학교 다녔다. 초등학교 안다녔다)에서 빌빌거리면서 공부욜씸히 하고 있었으니.. 울집 근처 k대에서 데모를 하면 취루탄연기가 바람을 타고 울집까정 날라오는데, 그때 투덜대던 말을 고대로 옮기면
'에이씨, 대학생이나 되어서 공부나 열심히 할 것이지 데모질이나 하고..콜럭콜럭' 이였다. 아 이 얼마나 정직한 말인가? 그리고 얼마나 시대에 앞서는 대답이였단 말인가? 지금 서울 사대문 안에 혹은 밖에라도 있는 대학홈페이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단다. 01학번이 들어오면서 울학교 서열은 어느매쯤인지 대학서열논쟁이라는 불이..
거창하게 '노동해방을 통한 인간해방'을 이야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땅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위 '대학생'들이라는 집단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가? 청년의 심장소리를 산업역군의 엔진소리로 들었었던 시대도 있었겠지만, '대학생'들에게는 쬐금 세상물 덜 묻었으면, 쬐끔 더 진리에 대한 열망이 있었으면, 쬐끔 더 사회 시궁창물과 타협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들이 있어왔는가? 그럼 그들에게 우리는 과연 기대만큼 하고 있는가? '엄마 나 오이맞어?'라는 시리즈가 유행할때부터 대학생이라는 집단은 스스로의 자기규정에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여러분 저 대학생 맞아여? 근데 저는 왜 정치 혹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죠?'
TV에서 혹은 지면에서 전태일 열사와 얼마 전 안기부 대공안보(보안실인가?또 헷갈리네~~)실에서 위령제를 지낸 박종철 열사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보다는 그들의 죽음이 어떠한 파장을 일으켰고 정치적으로 어떠한 지형변화를 가져왔는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진대도 말이다. 열사라는 존재는 그들을 추억하기 위하여 이름 붙여놓은 존재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주절거릴 수 있게 걸어놓은 사진패일 뿐이다. 즉 열사가 남겨놓은 혹은 뿌려놓은 열망과 희망을 얼마나 진척시켜놓았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지 진정 열사님의 비존재 의미가 있는 것이다.
매일 아침 9시까정 열나가 달려가서 12시 넘어 한시간여 주어지는
점심식사 시간, 그거 왜 그리 빨리가는지 맛없는데 비싸기만한
밥먹고 담배한대 꼬나물고 얼마 있음 다시 오후근무, 졸린 눈
비벼가며 컴앞에서 서류치고 복사기앞에서 복사하다보면 마의 4시
마의 4시 지나고나면 5시, 초단위로 시간보다보면 6시,
그 여섯시에 눈치코치 상사퇴근 후에 술약속 있게되면 부어라마셔라
먹다 11시, 들어가면 의무방어전 안하고(생각해보니 총각이 별 음담
패설을 다 늘어놓는군.^-.-^) 구냥 자게되면 뭐 푹 6-8시간 자다 해
장도 못하고 다시 회사.. This is the City life..
이게 대학 졸업하고 들어갈 수도 '없는' 회사원의 모습이란다. 다시 4.1%대로 뛰어버린 청년실업율을 생각하면 이것두 꿈이란다. '대학생들만 청년이냐'라고 질문한다면 '아직 제가 덜커서 저에게는 제 앞을 보는거 밖에 안보이네요. 죄송합니다'라고 답변을 할 것이다. 하여간 얼마간 군대 짱박혀 있으면 불경기도 풀리겠지 뭐. 넘 이기적인 발상이라고여? 아얏! 돌 좀 그만 던져요.. #.ㅜ 이런 상황에서 무슨 노동자의 권리니 전진이니라는 대사가 나오는 영화며 노동권보호라고 반론을 펼 수 있다. 당장 취업이 안되어서 난리인 판국에.. 그리고 또 왜 다른 많은 사람들 보다 대학생들을 물고늘어지냐고 말할 수도 있다. 맞다. 내가 좀 억지를 쓰고 있는게 사실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생각하는 것은 정말로 어느정도 놀고 있는 사람들이나 할 짓이다. 그렇다!! 난 놀고 있기때문에 억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근데 난 이 억지라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왜? 연일 터지는 억대 금융비리사건때문에? 연일 청와대 증인 심문방식때문에 공회전하는 국회때문에? 아님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백화점 불빛이 싫기 때문에?
아니다. 이제는 이런 영화가 예술영화가 되어서 먼지낀 곳에 짱박혀 있는 현실이 싫어서이다.(사실 차분히 보다보면 무척이나 형식적이여서 이해하기도 쉽다) 더 나아가 '인간답게 사는게 무얼까'라는 생각보다 자동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겨 글자나 숫자를 입력하는 사무에 익숙해져버린 상황때문일 것이다.
자신만만해지고 있는 인간이다. 우리가 과연 잘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폐기해놓고도 두려움이 없게 되어버릴 정도로 우리는 잘해나가고 있는가?
강강 수월래는 우리 전통의 놀이가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적으로 들었던 생각 중에 하나는 헝가리 농민들의 단결을 위한 저 어깨걸고 추는 군무가 마치 강강수월래와 비슷하기 때문이였으리라. 그래, 강강수월래와 무척이나 흡사하다. 사람끼리 의지하고 살아간다는 것, 어깨를 기대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람을 목적이나 도구로써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동일한 존재자로써이 사람으로 대하는 것.. 그런 것은 둥근 달과 같이 어여쁘고 모난 곳없는 것이리라 믿는다. 그렇게 믿고는 있다. ^^
에구에구,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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