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는 졸라 크다!
글: 박용하
2001년 02월 12일
얼마 전 서울대에서 열린 '3일간의 토론광장'이란 곳에 간 적이 있었다. 우선 가기전에 들었던 감정은 졸라 추웠다는 거라는 거랑 생각해보니 함도 서울대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놀람이였다. 고려대는 집근처니 수시로 들락달락 거렸고, 연세대도 한번쯤 가봤던 걸로 기억되는데 이상스레 통용되는 서열로 울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곳에 호기심이로라도 함 가볼 생각이 있었을텐데, 안간 이유는 왜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서울대하면 연달아 떠오르는 울나라 학벌제일주의와 동문챙겨주기, 대학생들이 서열경쟁의식에 밀려 자기 정체성찾는 것에 등한시 하는 뭐 각종 부스럼들, 누런 고름들이 떠올라서 한번도 찾아가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모르지 해마다 울 고등학교 신문반 중 서울대 출신 형들과 동기들, 후배들에게 어떠한 열등감이 있는지도. ^^;; 뭐 그런게 없다고는 못하겠다. 나도 갈 수 있었다면 서울대에 가겠다고 하였을테니 말이다.
우선 서울대라는 곳에 가기 위해 울 학교에서 사당까지 가야했는데, 가서 보니 차로 가는 길이 꽤 되는 것에 약간 당황했다. 5시 반에 홍석천(존칭은 상략하기로.. ^^) 강연이 시작된다고 들었는데 전철에서 나온 시각이 5시 반이였으니.-.-; 엇, 게다가 돈도 딱 만원짜리다. 에고 바꿀 곳없나? 없다. 이때 이 돈없고 가난한 백수가 택한 무식한 방법! 택시를 탔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무식한 방법이였다. 꽤 멀었으며 기본요금 넘었다.ㅜㅜ
도착한 서울대는 대학로에 울 자랑스런-이건 외교적멘트임을 밝힘-s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랑은 비교도 안되게 컸다. 그러나 마치 공장들 몇개 연동시켜놓은 것 같은 느낌에 '아 그래서 남모군이 울 횡하고 벙커 같다는 이야길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횡하고 정말 뭐 어떻게말해야 할까? 너무나 횡하였다. 뭐 인정같은거 그런거보다는 그냥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틱 들었다. 하여간 여기서 또 강연장까정 가는데 우여곡절-난 길치다. ^^;;- 을 겪고 겨우 들어간 강연장.
사람들이 꽉 찼다. 뿌옇게 김이 서린 안경을 쓰고 들어간 곳에 의자는 다 차서 복도에 빤딱이 종이-그 관 동파되지 말라고 싸놓는 명칭 알지 못하는 그 머-를 깔고 앉았다. 강연 중간에 들어갔다 일찍 나와서 모든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칼럼을 통해 강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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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졸라 후까시!! -.- |
학교에서 비평관련 수업을 수강하다 퀴어무비(queer movie)와 퀴어비평이론을 발표를 맞게 된 적이 있어, 이반(二般)사이트와 각종 퀴어무비, 이론 등을 살펴볼 계기가 마련된 적이 있다. 평소에도 관심분야였기에 수업을 계기로 좀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몇몇 부분들은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울 나라에서 동성애자하면 차분하고 논리적인 말투, 약간 까진 머리를 한 문성근 아자씨가 '이문제는..', '참으로..'로 시작하는 어투로 여는 '고것을 알려주마'나 지나치게 경직된 말투로 보는 사람 긴장시키는 'pd 노트' 등에 소개된 남잔데 여자보다 이쁘고 여성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은 트렌스젠더(trans gender)라 분류되는 사람들로 자신의 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성으로 되기를 강렬히 욕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트렌스 젠더라고 해서 다 이쁜거 아니다. -.-
인터넷을 꽤 했다고 자신하는 네티즌들이라면 이반문화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들보다는 훨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반이라는 표현은 동성애자들의 스스로를 일컫는 용어로 '일반이성애자'들과는 다른 자신들을 일컫는 어떻게 보면 약간은 자조섞인 스스로의 규정어이다. 그러한 스스로의 규정처럼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로 살기란 참으로 어렵다고들 한다. 뭐 가만 생각해봐도 그정도쯤이야 짐작이 가기는 하지만, 발표를 준비하던 그때나 최근까지나 그런 이야기를 직접 듣는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홍석천 강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티켓을 샀다. 다른 강연은 별 관심없었고, 홍석천 강연만 들을 걸로 생각하고 거금 2500원을 투자했다.
노트까정 들고 들어가서 필기하면서 들었던 강연치고 강연은 전혀 이론적이지 않았으며 많은 부분 유쾌하였고 금기를 넘나드는 발언-'잘생긴 남자네?','여자탤런트들이 난리가 아닌게야,나하곤 스캔들안나니까 막껴안고, 지들이 날 뭘로 알고!','여자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되여. 꼭 할때 장화쓰라고 해여' 등등-들은 강연을 듣는 이에게 많은 웃음을 터트려주었다. 강연의 주된 내용을 자신의 커밍아웃이 실제로는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커밍아웃을 감행하기까지의 심정들, 커밍아웃 후 주변 상황들이 어떻게 변하였는가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발표문이나 발제문 없이 진행되었다. 매우 일관적이게 그는 나약한 동성애자임을 드러내는 발언들을 하였고, 그가 강연을 들으로 온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한다는 생각도 하였다. 이론적인 수준에서 그는 어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동성애자 인권보호를 위해 연대해야한다는 식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서동진의 강연을 찾아 듣는게 낫지 않느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그 강연을 통해서 동성애에 대해서 좀더 많은 생각을,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음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발로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가장 좋았던 강연이였다는 생각이다.
동성애라는 것은 누누히 말하듯 '사랑'의 일종이다. 그 대상이 이성이 아니라 동성에게 향해있어서 그렇지만 동성애도 사랑이다. 그렇게 되면 동성애자에게 있어서 가장 커다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감정에 대해서 스스로가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게 될 불안함에 더해 사회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관념, 즉 사람은 누구나 이성에게 관심이 가고 사랑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관념과 실재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 스스로와 일어나는 충돌에 낳는 불안함까지 포함되게 된다.
동성애자는 이중의 불안함을 겪게 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인간 누구나가 갖게 될 불안함일 수 있으나 90%가 좀 넘는 '일반' 이성애자들은 성정체성에 대해서 어릴 때나 쬐금 느낄 뿐이지 그런 것으로 불안함을 갖지는 않는다. 이 불안함은 실존에도 연관될 정도로 동성애자에게는 무거운 짐이다.
"그건 일종의 대화가 안되는 것과 같았어여. 여자친구에 대해서 막 고민 털어놓고 물어보면 '음 내여자친구는 좀 씩씩하고 음.. 군대도 갔다왔고..'(좌중 웃음)... 그럴 수는 없으니까 계속 거짓말해야하잖아요? 이해도 안되고."
-홍석천, 3일간의 토론광장 강연 中-
커밍아웃은 그러한 동성애자들에게 있어 하나의 자기현시이다. '어딕션'에서의 주인공이 백주대낮을 걸어다니며 자기현시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 대사처럼 그들은 스스로를 드러냄으로 그 불안함을 없앤다. 불안함의 사라짐은 홍석천의 표현을 빌자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은'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은 좀 과장해 말해서 자신의 실존에 대한 숙제 중 한가지는 해논 셈처럼 느낀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일반보다 떨어지는 이반이 아니라 실존이라는 점에서 불안해하는 일반보다 쬐금이지만 자기가 누군지 정도는 알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과장해서 말하면 실존을 이룬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그렇지만 '커밍아웃'이라는 것을 다른 동성애자들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커밍아웃'후 당해오는 화살은 다른 사람들이 대신 맞아줄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석천도 이런 점에서 다른 동성애자들에게 커밍아웃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였다. 동성애 운동을 벌이는 주도적인 단체들의 생각들 중에서 맘에 안드는 점이 있다면 이 동성애 인권 운동을 지나치게 사회적인 시각에서, 정치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려한다는 점이다. 성정치학을 말하고, 그것을 통해 어떤 이상세계를 바라는 것은 동성애에 대해서 약간은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다. 동성애는 개인적인 부분이 매우 강하다는 생각이다. 동성애자라고 스스로를 인식하게 되는 동시에서부터 날아들게되는 수많은 사회적 통념과 비판들. 그 비판들을 감내하지 못하기에 스스로를 벽장 속으로 집어넣게 되는 동성애자들을 누가 욕할 수 있을 것인가?
흡혈귀 영화를 동성애적인 사회적 시선을 상징한다고들 한다. 대부분의 흡혈귀 영화에서 드라큐라는 낮에는 관 속에 누워있다 햇빛과 마늘을 즐기는 여자들, 사람들을 밤 중에 먹잇감으로 사냥한다. 그리고 종국에 십자가와 마늘, 햇빛, 십자가 등으로 타죽는다. 즉 그들은 일반 이성애자에게 늘 강간을 할 수 있는 잠재적 강간자들이며 A.I.D.S 병원체 보균자로 마늘과 같은 약재로 소독해야할 사람들이며, 신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기에 종교로 벌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덤도 없이 타죽어야한다. 그들이 살아왔음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 음.. 이토록 가멸차게 폭력이 행사되던 집단이 광인들의 집단 이외에 또 어떤 집단이 있었는가? 아, 이교도들의 집단이 그랬군. 아, 아프리카 출신 집단이 그랬군. 아, 나환자 집단이 그랬군.
졸라 이성애자 필자가 지금껏 졸려가는 눈 비비며 올린 이 긴글의 결론은 각자 돈 내고 사는 영화표사는 사람들처럼 살자는 이야기이다. 그들이 어떠한 취향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자신에게 같은 영화를 보고자 권하지 않는다면, 혹 권한다고 해도 당신들에 확실히 거부의사를 밝힌다면 그러면 되지 않는가? 그러면 될 껄 가지고 핏대 올려가며 ' 저영화 잼없어여!!'서부터 시작해서 '저 영화표사는 쉑이들 다 죽일 넘들이야'라거나 '에잇, 저 영화보러온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야'라거나 영화표 파는 곳에 바리케이트까정 치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서이다.
음.. 졸린 하루다. 에구 다들 잘자라. ^^
ps.담엔 영화이야기 올릴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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