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의 영화구라

짧은 단상..


글: 박용하
2001년 04월 02일

구체적으로 우리는 흔히 잊고 지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아니면 미뤄놓은 오래된 숙제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그것은 바로 '신이란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신이란 무엇인가,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문제는 사람들 마음 속에 각기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있다. 무신론자임을 자처하는 내 친구는 '귀신이 무섭다'고 농을 치면서 나의 날라리 같은 신앙을 인정해준 적이 있었다.

잉마르 베르히만이라는 북구의 천재감독은 이 문제에 진지한 고민을 던졌던 감독이라 생각한다. 얼마전 부터 계속되고 있는 '잉그마르 베르히만감독전'에서 본 '제7의 봉인'은 그가 지니는 사상적 깊이와 영화적 구성의 탁월성을 입증하는 좋은 작품인 동시에 미뤄놓은 숙제를 나름대로 훌륭하게 답한 범생이의 답안을 보는 듯한 기분이였다.

십자군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기사에게 반기고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이름의 저승사자와 흑사병으로 죽어가는 민중들이다. 그는 끊임없이 신이 있을까라는 문제와 그렇다면 왜 구원이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고뇌와 씨름하며 죽음에게 시간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한다. 죽음은 그럴 수 없다하는데, 이때 기사는 죽음이 좋아한다고 알려진 체스게임을 제안한다. 기사는 자신의 고향집을 돌아가는 여정에서 광대무리를 만나고 신학도의 길을 져버리고 강도로 변한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신에게 사죄하기 위해 스스로의 몸에 채찍질을 가하는 무리들과 자신은 늘 악마를 볼 수 있다고 믿는 마녀를 만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작품은 무척이나 허한 작품이다. 기사는 결국에 죽어버리고 광대의 가족들만 살아남게 된다. 일곱번째 봉인이 뜯어지면 마지막 날이 도래한다지만 감독은 미카엘이라는 천사이름을 단 통통한 광대의 아들에게만은 희망을 부여하고 작품을 마무리 짓는다.

삶을
무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나 단호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생이라는 것은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

살아볼 일이다. 추한 과거를 가기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죽음을 목전에 두어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육체를 지닌 사람들이라도, 친구 하나 없이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다고 하더라도, 죽는거보다 살아가볼만한 세상이다.

음..
곧 군대를 가서 아마 칼럼은 꽤 늦게씩 올라갈거 같습니다.
군대 가서 밥이 안되더라도, 꾸준히 칼럼을 쓰겠습니다. 그런 식으로라도 영화와의 끈을 놓치 않는게 어른이 되지 않는 길이라 생각이 되어서 말이죠. 하하핫~~

음... 가장 기억에 남는 거는 말이죠, 햇살 가득한 극장 옆 통유리너머로 보이던 장독대와 고양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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