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유감
글: 박용하
2001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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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그녀의 출연프로를 꼽자면 공중파만 하더라도 3개 프로그램이 넘게된다. 서세원쇼, 두남자쇼,연예가중계..
한계레 21일이라는 진보적 성향의 주간지에서 표지를 장식할만큼 그녀는 소위 떴다. 그렇지만 그러한 급부상이 우려되는 것은 단순히 기우일까?
그녀의 다큐에서도 잘 소개가 되어있듯이 그녀는 남자로 태어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한 그녀는 트랜스젠더 하리수라는 외부에서 부여한 명칭을 거부한다. 연예가 중계에서 밝혔듯 그녀는 '트랜스젠더를 선택한 것이'아니라 트랜스젠더가 되기 이전에 이미 자신은 여성이라는 자각이 있었다.
1.트랜스 젠더, 과연 선택의 문제인가 선천적인 문제인가?
트랜스 젠더는 기존의 성을 바꾼 일련의 사람들을 지칭한다. 즉 생득적으로 가지게 된 성과 다른 이성이 되기 위해 성전환을 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여자가 남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둘다 생식능력이 새로 생기지는 않는다.
생식능력이 없으며 스스로 선택한(외부에서 보기에) 성적 정체성을 과연 인정해주어야하느냐 말아야하는 문제가 여기서 부각되게 된다. 우리는 하리수를 남자로 보아야할 것인가 여자로 보아야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는 쉽사리 답을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사회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종교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부여하고 요구하는 성적인 역할에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종교적인 책무, 특성이 강력한 사회에서는 신이 부여한 육체를 거부하는 일은 일종의 이단행위로까지 비춰질 수 있기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회에서 트랜스 젠더를 포함한 성적소수자들은 무형의, 유형의 차별을 받고 있다. 가장 그 권익이 강력하다는 북유럽에서도 사람들의 일반적 인식은 성적 소수자들을 '별종'취급한다.
더군다나 유교적인 관습이 조선시대 이후 뿌리깊게 남아 있는 우리나리에서 성적 소수자, 특히나 트랜스 젠더에 대한 이야기가 가능할까? 하리수씨의 등장은 이런 점에서 매우 특이할 만한 일이다. 어떤 면에서 매우 충격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사회는 이 충격적인 일을 매우 잘 끌어안고 가고 있다.
2. 하리수 인간극장 그후..
우리 사회는 늘 앞뒤가 전도되어서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다.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결행한 이후에 언론에서 보여진 일련의 기사 내용의 변화도 그렇고 MBC측의 뽀뽀뽀 방출사건도 그러하며 최근에 다시 방송으로 복귀된 사태를 볼때도 그러하다.
성적 소수자들의 권익과 그들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문제가 선이라면 하리수씨가 모델로, 엔터테이너로 실력을 인정받아야하느냐는 문제가 후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언론과 연예계는 성적소수자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를 접어두고 이 잘빠진(?) 모델의 춤솜씨와 이야기 솜씨,고등학교시절에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으로 대신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가 소재거리가 떨어질때마다 울거먹은 트랜스 젠더의 일상사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는 마당이 공중파 토크쇼로 넓어졌을뿐 이것이 담론화 공론화 되기는 더욱더 어려워져버린 현실인 듯 싶다. (그나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일련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담론은 시청자들에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선입견을 많은 부분 일소 시킨 긍적적인 영향도 있었다)
프리실라에서의 인디언들의 태도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이고 아버지가 게이라는 사실에 별 부끄럼이 없는 선입견없는 다음세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떠들썩은 마치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집단 폭행을 감행하는 남정네들의 살기를 즐거움과 약간의 어설픔으로 덮어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3. 관음증
영화는 관음증의 욕구를 풀어주는 배설의 장소라는 주장이 있다. 소설가는 노출증 환자이며 독자들은 관음증 환자라는 소리도 있다. 어떠한 사태를 보는데 있어서 늘 관객들이 있고 그것을 주도하는 혹은 참여된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늘 관음증의 욕구는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볼때 이 관음증이 때로는 정당한 평가와 요구가 있어야할 당위를 희석시킬때가 종종 있다. 만약 하리수씨가 그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모델이나 엔터테이너(이런 용어가 가당키야한가라는 물음이 늘 제기되지만 어찌되었던), 영화배우로 데뷔하지 않고 일반 전문직이나 혹은 정치계, 학계로 진출하였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하리수씨의 외모가 그렇게 특출나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나 있었을까?
4. 화이팅!
교묘히 문제의 본질을 덮고 시각적 즐거움정도로 치우쳐지고 있는 하리수씨의 급부상과 배우로써,모델로써의 데뷔. 그 열기가 긍정적 분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않는다. 더불어 쉽사리 우리사회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늘 그렇듯 본질을 피해가는 언론의 태도나 시청자들, 혹은 신문구독자들을 초등학생쯤으로 바라보고 교정시키려는 태도가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 하리수씨가 자신만의 꿈을 착실하게 꾸준히 오랫동안 추구하고 밟아갔으면 좋겠다. 그녀는 모델로써의 충분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신체적 조건, 그리고 자신을 당당하게 밝히는 정신적 건강함이 그녀가 모델로써의 충분한 자질이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시대는 유감스럽지만, 하리수씨의 꿈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그 시대의 파고에 묻혀서 방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리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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