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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파의 영화구라 친구 글: 박용하 2001년 07월 18일 사람으로 살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음에는 크게 성격이 다른 두가지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우정과 사랑이다. 물론 원수지간이나 애증지간 등의 다른 여러스펙트럼을 상정할 수 있지만 사랑과 우정처럼 비슷하면서도 오묘하게 다른 성격의 긍정적 감정은 매우 드물다. 영화라는 것이 결국 사람의 생을 담아내는 것이 주가 된다는 점에서볼때 이 우정과 사랑은 단골메뉴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많은 영화에서 가슴을 에이는 사랑을 보기도 하고 주먹을 불끈쥐게 만드는 우정을 보기도 한다. 한동안 '친구'를 보고서 그날 저녁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 소줏잔 기울이는 것이 열병처럼 번지는 걸 보면 영화는 때로는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시간, 공간을 끌어당기는 일도 하는 듯 싶다. 요즘 우정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사랑보다 우정에 매달리게 되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이 교통사고처럼 느닷없이 다가와 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느닷없이 떠나가는 '우연적'인 사태의 성격을 지닌 반면에 우정이라는 것은 오래두고 익히는 술이나 장과 같이 사람의 꾸준한 노력, 인내, 다툼, 시기를 바탕으로 쌓아올리는 '인과적, 순차적'인 사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은 따로 떨어진 별개가 아니다. 타인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즉 세상은 나만의 세상이며 타인의 세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볼때 이런 사고는 유아론적 사고라고 비판받겠지만 나의 경험, 나의 시간, 나의 공간으로 이뤄지는게 내가 해석하는 세계라는 점에서 볼때 가장 확실하고 명료한 '사실(fact)'로써 유아론적 세계는 솔직하고도 위험스럽지만 가장 원초적인 명제에 근접하지 않나 싶다. 이렇게 유아적인 세계속의 인간이 다른 사회로부터 맺는 관계의 양상은 폭력적이다. 포유동물 중 가장 오랫동안 양육되면서 때로는 생존에, 때로는 폭력에 강제되는 문법,도덕,종교의 목록들.. 이들은 강제됨으로 이미 폭력성을 띄게 되는데 이러한 폭력성을 받아들이는 양상은 제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순종적으로 어떤 이는 반항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지만 그 두 경우를 두고 어느 한쪽이 정이고 어느 한쪽이 반이다라고 할 수 없는데, 이유는 모든 인류가 이 강제의 기간은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정이라는 것의 작용을 살펴볼때 우리는 후자의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이 훨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순종적으로 적응한 경우의 사람들은 대개 발빠르게 사람들과 잘지내는 법을 배우게 마련이다. 그들은 사회에서 제시하는 목록을 빠르게 숙지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사회에서 제시하는 좋은 덕목을 실천하기 위해 경주한다. 이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어떤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제시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이 판단하여 실천하는 하나의 실천 양식이기 때문이다. 반항적으로(여기서 반항적이라는 단어의 어의는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광범위하게 볼때 '냉소적','비판적','회의적'인 단어의 어의를 포함하고 있다) 목록을 살펴보는 사람은 사회에서의 관계맺음에 있어 둔하다. 느리다. 그는 사회가 제시하는 덕목 중 좋은 덕목들이 정말 좋은 것인가, 사회가 제시하는 덕목대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바른 인생살이인가라는 질문과 더불어 자신만의 가치체계를 세우려는 시도를 한다. 그것이 매우 깔끔하고 정제된 언어로써 실천으로써 시도되는 경우도 있으며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언어,실천으로써 시도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몇몇 만이 자신들의 가치체계를 타인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배의식을 가지고 사회에서 내몰림 당하게 된다. 결국 사회목록에 반성적이며 반항적인 사람들도 한가지의 목록은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회적인 '인정'이라는 덕목이다. 사람과 사람을 만나 진심을 터놓고 우정을 쌓아간다는 것을 이러한 '인정'의 차원으로 다수가 이해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정은 '인정'의 차원이 아니다. '인정'이라는 것은 결국 인정하는 사람에게 어떻게든 복합적인 구조를 통해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이지 그 이상의 것은 아니다. 우정이라는 것은 오히려 '동정'에 가깝다. 혼자 덩그러니 세상에 놓은 인간은 아무리 사회가 제시해준 목록을 달달 외우며 경주하여도 종종 자신이 혼자 덩그러니 있다라는 사실을 떠올리게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불안, 고독은 어떠한 것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 흐느끼며 울어낼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이런 것에 있어서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같은 출발선상에 놓여있다. 한발자국도 나설 수도 없는 선상이기는 하나 '불안한 존재자'라는 점에서 인간은 같은 출발점이다. 너두 나랑 같구나 이런 고백이 우정의 출발이다. 너도 나랑 같이 똑같이 세상에 떨어졌으며 사회에서 제시하는 목록을 부여받고 있고 오랜동안 강제되어온 내게서 오지 않은 것들로 덧붙여져 흉하게 일그러져있는 모습이라는 인식, 동감. 우정의 출발은 그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친구들은 마지막 여행을 마치는 가운데 한석규를 가운데 두고 사진을 찍는다. 한번도 자신을 내비치지 않고 열심히 노는 친구들 뒤켠에서 조용히 감자를 다듬고 구워내는 친구에게 그들의 가운데를 비우고 조용히 있는다. 우정의 마지막 모습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가운데 서라고 한번도 강요하지 않다 죽음이라는 이별의 사태 앞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비우고 한번 앉혀보는 것, 조용히 스스로의 자리를 비우고 친구를 내세우는 것, 강제하지 않는 것.. 유명한 선인들의 우정보다 그런 우정을 한번쯤 꿈꿔본다. 언제나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갈구고 때리고 하지만 한번쯤 자신의 자리를 대신 물리고 친구를 채워주는 모습, 같은 길을 가는 상처뿐인 영혼에게 어울리는 자기 희생의 방식. This article is from http://www.cinelin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