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무서운 너무나도 무서운
글: 박용하
2001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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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Memento]는 단지 주인공에게 향하는 '기억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관객과 세상에 냉소적으로 던지는 야유이다. 당신은 기억하고 있는가? 자신을 제대로, 자신의 지금 모습이 되기까지의 여정과 출발점, 더불어 행위의 첫 방점을 기억하고 있는가?
기억하는가? 기억하라! 그리고 절망하라!
1. 기억하는가?
레너드는 자신의 기억을 오로지 15분정도 밖에 유지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손실증 환자이다. 그는 15분이면 데이터 삭제키가 눌러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컴퓨터처럼 몽땅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가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내가 강간당하고 죽었다는 사실과 주범은 잡았으나 공범이 있으며 그 공범은 존 G라는 이름의 백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여기서 관객들은 서서히 의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가 기억하고 있는 아내의 살해기억은 올바른 것인가? 레너드는 왜 그리 다른 모든 것을 불확실하게 생각하면서 아내의 범행에 둘이 있었다고 확신하는가? 그리고 존 G라는 인물이 범인이라는 것은 어떻게 아는가?
메멘토 개봉후 수많은 논쟁거리 중에 가장 확실하고 명확한 것은 레너드가 복수를 이미 하였고 존 G라는 인물은 죽었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가장 불확실한 사실은 아내가 누구에게 죽었느냐는 사실이다.
레너드는 누구에게나 새미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새미와 다르게 습관에 기초한 방법들로 메모를 하고 있기때문에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새미는 레너드와 같이 단기기억손실증 환자인데 보험조사관이였던 그는 새미의 단기기억손실증이 대뇌의 상처때문이 아니라 심리적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보험청구를 거부하게 한다. 새미의 아내는 레너드의 판정이 새미가 나을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간주하여 새미에게 자신의 인슐린 주사를 놓게하는 일을 시계를 15분 뒤로 지속적으로 조작함으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시험을 한다. 그러나 새미는 기억하지 못하고 새미의 아내는 인슐린 과다 복용으로 죽는다. 그런 새미와 다르게 그는 자신의 세안습관과 면도습관을 통해 메모를 한다.
'사건의 수사는 사실로 진행하지 기억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자신의 확신 근거로 삼고서 말이다.
하지만 기억도 손실가능하다면 사실도 손실가능하다. 메모지 한장을 찢어버리거나 사진 한장을 없앤다면 레너드의 기억은 다른 행보를 걷게 하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그를 움직이게 하는 범인에 대한 복수! 이것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2. 기억하라!
레너드는 아내의 끔찍한 죽음을 기억하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외친다. 15분마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지속적으로 흐르는 세상 속에서의 삶이란 끊임없이 불안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나탈리는 그를 이용하여 도드에게 폭행을 가한다. 실종된 지미의 돈을 찾아내라고 협박하는 도드를 레너드를 이용하여 폭행하는 나탈리와 같이 레너드의 주변에는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런 절박하고 끔찍한 상황을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더욱 열정적으로 아내의 죽음을 복수하려한다. 그에게 유일한 부동점은 아내가 강간을 당해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더 범인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존 G라는 범인이 있다는 사실은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반증해주기때문이다.
우리가 정의가 있다고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방식또한 레너드의 방식과 닮아 있지 않나 싶다. 우리는 극악한 연쇄살인범과 범죄자들을 처단함으로 선이 이뤄졌다고 종종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선과 악이 극단에 놓여 있을거라는 믿음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세상에 단지 악만 놓여 있을 수도 있잖은가? 그렇게 믿기에 레너드도 우리들도 끔찍하기때문에 우리는 이항대립적인 세계관을 선택한다.
그러나,
기억하라! 우리가 사는 세상에 선과 악이 쌍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 아내가 살해당했으므로 범인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은, 우리가 레너드가 믿고 있는 바일 뿐이라는 사실을..
3. 절망하라!
영화의 말미에서 테디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에도 몇몇 부분에서 레너드가 확실하다고 기억하는 사실들, 무의식마저 조작하려는 행위들을 관객들은 목도하게 된다. 창녀에게 자신의 아내가 사용하던 물건을 이리저러 늘어놓으라는 장면이나 새미의 이야기 속에서 새미는 분명 2분단위로 기억을 잊어버리는 기억손실증 환자인데 새미의 아내가 돌려놓은 시계는 15분이라는 사실-레너드가 15분 단위로 잊어버린다-등등이 이를 입증한다.
레너드는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던 것이다. 스스로가 15분 단위로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철저히 이용하여 아내의 죽음에 대한 복수, 자신이 죽였을 수도 있을 아내의 죽음을 가상의 범인에게 책임을 넘김으로써 그는 구원받음과 동시에 행위의 이유를 찾게 된다. 가상의 범인에 대한 복수심이 그의 존재이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인간의 인식 방법에 대한 서술을 하면서 의식을 자신이 찾고자 하는 대상외의 것을 무화(無化)시킴으로써 인식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또한 그는 무의식이라는 것 또한 의식의 최초 본원적인 기도, 본원적인 기획에 의한 것으로 설명하는데 사르트르의 관점에서 볼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무의식과 기억마저도 자신이 기획한다. 그는 그에게 있어 일반적 사실성마저 자기 좋을대로 설정해놓고 설정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가 절망해야할 분명한 위치는 여기에 놓여있는 것이다. 우리가 계획적으로 잊어버린 과거가 얼마나 많은가라는 사실, 그 사실에 우리는 절망해야한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질곡의 아픔을 꺼내지 않아도 가깝게 삼풍백화점 사고와 성수대교 사건, 아현동가스 폭발사고 등을 보아도 그렇다. 우리는 어느새 잊어버리고 다시금 달려가고 있다. 총체적 부실이라고 치부해버리며 단지 삼품의 사장단이나 성수대교 관리팀정도에 죄과를 돌리고 안심하지만 경제 제일 논리와 결과 중심주의가 이면에 움직이는 거대 이데올로기라는 생각에 이르르면 우리가 딛고 있는 지면이 얼마나 불안정한 망각을 통해서 있는지 생각해보라. 경제 제일 논리와 결과중심주의를 오히려 공고히 하고 그런 분위기들을 우리 사이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고의로 망각한체 성장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인가?
레너드는 자신의 아내를 죽인 듯이 보인다. 직접적인 묘사는 찾기 힘들지만, 그가 'I have done'이라는 문신을 새기고 아내와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을 환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그가 복수를 했을때 아내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렇지만 레너드는 자신의 복수가 아내의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아내를 참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메멘토의 섬짓함은 여기에 놓여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믿는바, 믿음으로 위해 가장 잔혹한 짓도 할 수 있다. 해왔고 해갈 것이다. 저기 저 처절한 복수극을 보아라. 가장 피폐한 땅, 구 소련의 침공으로 물길을 곳도 남지 않은 최빈국 아프가니스탄의 한줌도 안되는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하기 위해 스스로가 세계 민주주의의 대표라고 믿는 미국의 움직임을!
영화의 마지막, 전쟁의 마지막에 놓일 가장 끔찍한 일은 아무런 죄책감없는 살인이다. 레너드가 지미를 죽인 살인과 같이 아프간 민간인을 오폭할 미국군대의 살인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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