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머리 2> 불편해지는 영화
글: 박용하
2001년 1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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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때문에 우리는 그 당황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유형무형의 억압을 성적 소수자들과 우리에게 가한다. 이것은 매우 오래된 관행이였으며 서구의 역사에서도 우리의 역사에서도 꾸준하였으며 미시적인 차원에까지 이른다.
하나 생각해보자. 이 필자는 왜 그리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문화에 지속적으로 저급하고 핍진한 수준이지만 글을 쓰고 있는가? 이넘 혹시 게이아니야? -.-;;
1. 몸
사람에게 가장 확실한 것이 무엇일까? 아주 깊이 있게 들어가지 말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그 무엇, 그것이 무엇일까? 바로 '몸'이 아닐까? 누군가 혹은 무언가로 인해 몸에 상처를 입어봐라. 얼마나 아프고 쓰라린 고통을 겪게 되는가? (개중에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나.. -_-&) 몸에 맞게 음식을 먹고 몸에 맞게 잠을 자고 몸에 맞게 섹스를 한다. 몸은 골치아픈 철학적 문제 속에서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하나의 확실성이다.
그런 몸에게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억압을 가한다면? 그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일이 있을까? 아주 극단적이고 아멜리에적인 상상력으로 모든 사람들을 관리하기 쉽게 코뚜레를 뚫게 하고 그 꼬뚜레에 줄을 엮어 공장라인에 놓게 된다면 이 얼마나 지옥같은 현실인가?
성적 소수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철학이나 예술이 잠수함의 토끼와 같은 존재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성적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억압 수치는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가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이며 생득적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몸'까지도 간섭하려는 폭압적이고 세밀하며 미시적인지의 척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2. 하리수와 홍석천
영화 이야기보다 이 둘의 이야기를 해보자. 한계레 21에서 언젠가 다뤄진 홍석천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하리수에게 질투심을 느끼지 않느냐에 대한 질문에 홍석천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좋게(?)만 보아넘기지는 말아야한다. 왜? 그것은 이땅의 성적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되어 나가고 있기때문이다.
하리수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확정수술(소위 성 전환수술)을 한 사람이다. 용어 전부가 외래용어라는 점에서 마음에 안들지만, Male to Female(M2F 혹은 MTF로 줄여 쓴다)이라고들 한다. 이러한 그녀의 이력은 상징적으로 보았을때 남자의 권리를 모두 버리고 지위적으로 낮은 여자로 스스로를 낮은 위치에 두기를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억측인 감이 없지 않지만 홍석천의 경우는 이와 연관지어 보았을때 남자의 권리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성적 취향을 가졌음을 밝히는 것때문에 하리수와는 다른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하리수는 남성 중심사회에서 '대상'이 되었고, 홍석천은 '대상'도 되지 않은 채 '남자'로 '남성성'을 버린 것이 된다. 생물학적인 상태로만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것이 관습인 것을 볼때 홍석천보다 하리수가 뜬 이유는 쉽게 짐작이 되고도 남음이다. 그는 곧 퇴출 당했고 뽀뽀뽀에서 강퇴당했다가 최근에 방송활동이 풀렸다. 그러나 지금도 그의 인권활동은 각종 억압을 받고 있다.
3. 다큐
영화 속에서 희한한 캐릭터가 한명 등장한다. 바로 다큐라는 인물이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완벽히 여자인 미혼모와 성전환자 하리수 사이에 위치한다. 그는 세상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진실을 제대로 찍어보고 싶어한다. 자기가 꼭 한번쯤은 정말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것, 스스로의 마스터피스를 꼽고 싶어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중요한 순간에 둘을 등지고 떠난다.
그는 이성애자이면서 성적 소수자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이의 상징이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그는 스스로가 성적 소수자, 외계인이 아니기에 중요한 순간에 떠나버린다. 하리수는 다큐에게 미혼모가 자신으로 오인받아 죽고 그를 사랑한 야구선수도 자살을 하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보여주며 이것이 마지막 씬이라고 말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매카시즘적 상황, 이것이 다큐가 궁금해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성적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억압은 그 외연이 광기를 띄면서 폭압적인 형태로 가해진다. 폭압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시무시한 것은 아니다. 하리수가 매체를 통해 여성성이 부각되고 실존에 대한 고민이 없는 연예인으로 부각되는 것, 이것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그릇된 관념이 심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쁘면 다 용서가 돼'나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딴세상 이야기니 나랑은 상관없어'라는 식의 관념 말이다.
꽤나 장황하게 두서없이 이끌어진 이 칼럼을 쓰면서도 왜 이 영화에 대해서 그리 잘 적지 못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이성애자이기때문이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스스로의 모습이 단지 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수많은 성적 소수자들의 초상이 내 모습이 아니고, 이제는 성억압이라는 진지한 화두를 텔레비젼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선정성을 가미하고 오락성을 버무려서 그저 얼굴 이쁜 연예인이야기로 만들어버린 조직체가 내가 속한 조직체가 아니라는 사실..
이것이 나를 다큐처럼 만들고 다큐의 카메라를 텔레비전처럼 만든다.
우리 조금 불편해보면 어떨까? '노랑 머리 2'는 그 상업적 마케팅에 의해서 퇴색되기는 했지만 최근에 내가 본 영화중에 가장 솔직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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