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스> 반전 이외에도
글: 박용하
2002년 01월 14일
영화 '디 아더스'을 논함에 있어서 가장 즐겨 말하게 되는 것은 영화 말미의 반전이다. 그것이 '식스 센스'의 그것에 비견된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지만, 본 영화 '디아더스'는 반전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거리가 풍성한 잘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종교와 죽음에 대한 매우 심도 깊은 주제의식은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결코 '얼마나 놀래줄까?'를 고민한 감독이기 보다는 '공포를 통해서 얼마만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 감독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1. 빛과 어둠
영화의 배경은 2차대전 중 영국의 한 해안가섬이다. 안개가 짙기로 유명한 영국인데다가 섬이니 영화 배경내내 실외의 풍경은 청청해본 적이 없다. 실내에서 실외를 내다보는 풍경 중에는 몇몇 장면 매우 밝은 햇살을 보이는 장면이 있으나 '니콜 키드만'을 비롯한 아역배우들이 실외로 나가는 경우 그들이 보는 들과 하늘이란 잿빛으로 가득하다. 이런 잿빛 가득한 공간에서 빛과 어둠이라는 소재는 매우 두드러지는 효과를 발휘한다. 바로 '공포'이다.
사람이 어떠한 유령이나 헛것을 보게 되는 이유 중에 어둠이 영화관의 스크린이나 망막과 같이 일종의 막을 형성하고 그것에 사람의 상상과 기대를 투영함으로 헛것이 보이게 된다는 이론이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 잘 생각나진 않지만 대체로 이러한 이유로 공포영화의 대부분은 빛과 어둠을 매우 잘사용한다. 최근들어 공포영화는 특수효과를 이용한 공포 창출을 더욱많이 시도하지만 특수효과를 통한 공포창출은 그것이 매우 실사와 같다고 하더래도 스크린 속에서 보여지는 가상이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면 공포의 강도는 한층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둠을 이용한 공포의 창출은 이러한 단점이 없다. 그저 막막한 어둠을 비춰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은 끝없이 뻗어나간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빛과 어둠을 매우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점이 '떼시스'에서 '오픈 유어 아이즈'를 거쳐 '디아더스'까지 이르면서도 감독이 전통적인 공포영화방식에만 고집하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논의는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다. 각 영화는 분명 약간 차이가 지는 연출방식을 택하고 각기 다른 주제의식을 지니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 칼럼에서 지적한 전통적 연출방식이라함은 현재 다른 공포, 추리영화에서 보여지는 현란한 편집, 특수효과의 남발, 다양한 앵글과 보수적 이데올로기 옹호라는 정형화된 주제의식과 비교해볼때 그렇다는 것이다)
2. 종교,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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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단절적인 요소들을 연계해주는 것는 신앙이다. 그레이스는 아이들과 매일 성경을 읽음으로 그들에게 교육하고 생각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교육과 공유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단지 일방적인 주입 이외 다른 것이 아니다. 앤은 하나님이 세상을 7일동안 만들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아이들과 그레이스는 부분부분 신앙에 대해서 차이를 지니는데 거짓말에 대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에 이르러서 그레이스와 아이들, 구세대와 신세대의 가치관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은 진실보다 실용을 택하고 어른은 진실을 택한다.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인가 하는 것은 영화의 말미에도 부정확하게 표현된다. 하지만 영화 내내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종교와 철학의 불확정성이다. 밀즈부인과 미스터 터틀은 그레이스 가족에게 있어서 타인이지만 그들과 충분히 공유될만한 상황에 놓인다. 그들은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나 모든 것이 드러나기 전까지도 그레이스는 그들을 신뢰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관객역시 그들을 신뢰하지 못한다. 감독은 어찌보면 이러한 충돌을 영화의 핵심에 두고 싶은 것이 아니였나 싶다.
3. 충돌, 공포
타인을 만나게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정량의 공포를 수반하게 된다. 그것이 공포라는 이름이 아닌 희석된 형태로의 설레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도 말이다. 이러한 공포가 가장 극대화 되는 지점은 보이지 않는 것과의 만남이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으며 느낄 수도 없는 것, 즉 경험해보지 못한 타자와의 만남은 충돌이며 공포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내내 드러난 공포심 이외에 석연치 않은 점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저 무섭기만 해도 영화를 본 값이 아깝지 않겠지만, 영화를 차분히 다시 떠올리면 분명 제대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들이 곳곳에 떠오를 것이다. 하나만 제기해보자면 커튼의 부재라는 상황이다. 커튼은 과연 누가 치운 것인가? 이점은 각자의 생각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임으로 각자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가장 좋을 듯 싶다.
이 영화는 이처럼 단지 충격적인 반전 이외에도 열려있는 영화이다. 또한 무언가와의 만남이 어떠한 형태로 변질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맨 마지막 대사에 대해서는 우리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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