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잡을 수 없는..
글: 박용하
2002년 04월 17일
날이 좋다. 4월하면 떠오르는 것처럼 차분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산뜻한 하늘, 약간의 황사가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마시기 그럴 듯한 공기, 이것들이 4월의 '잔인함'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땅에서 4월이 잔인해지는 이유는 4월 3일부터 4월 19일까지의 각종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알리기 위한 행사들때문이기도 그렇지만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어지러지는 것을 막을 수 없어지는 시기가 딱 요 4월을 기점으로 하기 때문일 것 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한숨을 크게 쉬어보고, 다시 모니터를 보며 글을 쓸 이야기를 떠올린다.
윤후명의 중편 소설인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라는 소설이 있다. 얼마전에 그 소설을 예전에 수업시간에 읽었다는 것을 완전히 까먹고 다시 읽었던 경험을 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남자와 여주인공인 여자, 그리고 자작나무와 비행기가 갈색톤으로 떠오르던 그 소설에서 결국 여자는 날아다니는 자작나무를 그리지 않는다. 그리지 '못하'는 것인지 그리지 '않'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으나 남자는 어느정도 현실 속에서 뿌리박고 살아가는 모습의 '여자'를 기대했으므로 크게 '충격'을 받는다.
'야후!의 강에는 천개의 달이 뜬다'의 저자 이원은 인간이 뿌리박혀있는 존재가 아님을 알아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무엇에 정착되어 사는 나무가 아니라 인터넷이나 세상 위에서 부유하며 사는 곳을 끊임없이 옮겨다니는 유목민과 같은 존재라는 것, 그것의 지속적인 확인. 인간은 날지 못한다도 아니고 인간은 나는 꿈을 버려야한다라는 주장, 그 시집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이라고는 '정말 그러한가'라는 긍정적 반문이 아니라 '이건 시가 아니다'라는 부정적 거부였다. 왜 그래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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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담배를 물고 있는 해골 -고흐- |
희망을 버려야하는가?
운명이라는 말앞에 저기 위에 쓴 수식어가 종종 따라다닌다. '겉잡을 수 없'는 운명. 그 속에 내던져진 불행한 '인간', '나', 등속의 모든 존재자들, 독자들.
희망을 버려야하는가?
진부한 결론1]
절망은 오래된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있는 것은 오로지 희망 뿐이다. 그 희망을 놓치는 순간은 오로지 죽음의 순간 뿐이니 희망에 대한 믿음, 그 끝을 놓아버리지 말자.
진부한 결론2]
우린 지금 눈을 감고 추락하고 있다
소년소녀들아 모두 함께 모여 모여라
갈 곳 없는 외로운 천사, 수많은 이야기들 내 사랑아!
너도 함께 같이 가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나의 날개 시원하네
이런 젠장할! 8미터 뿐이로구나
외로운 기러기, 갈매기, 모기, 토끼, 소년소녀들아!
모두 추락해서 지구를 박살내자
나는 거짓말냉이 너도 거짓말쟁이
우린 지금 모두 여기 다 죽자
날아보자 X 10
찢어진 나의 날개로 난 보지 못했어요 진실을
모든 건 추락하고 있다고 내 사랑아, 같이 가자
내일 모레가 내 생일이다
-'다죽자', 크라잉 넛-
'말달리자'로 유명한 크라잉넛의 '다죽자'이다. '찢어진 나의 날개'로 '진실'을 보지 못했으므로 다 죽자는 이 노래가사, 근데 좀 이기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가? 왜 '너'만 죽지 '다' 같이 죽자라고 하는걸까?
죽기도 싫은데다가 남 좋은일 시키는 것 같아서 싫다. 더 살아보자.
진부한 결론3]
말할 수 없는 것은 말하지 말아야한다.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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