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파의 영화구라

<심판> 출구 없는 불안


글: 박용하
2002년 04월 25일

불안: 구체적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느껴지는 두려움
공포: 구체적 대상이 있는 상태에서 느껴지는 두려움, 예를 들어 대인공포증, 광장공포증, 게이공포증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카프카

카프카라는 문인은 매우 이례적인 문인이다. 겉으로 봐서 문인치고는 결격사유가 없었던 그였지만 내부적으로 성에 관해서는 여타다른 이들과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글에 붙들린 사람이라는소명의식이 강고했음을 자연스레 긍정하였다. 한 여인과 세번의 약혼과 세번의 파혼을 통해서 드러나듯 그는 결혼이 일상이 되어버려 자신의 내면마저 갉아먹은 후에 글을 쓸 여력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할 정도로 글에 대한 소명의식은 신념을 너머 강박이였다.

그렇기에 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충동적 성애이다. 그는 성의 본질을 '충동'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렇다고 그가 결코 사랑의 정신적인 면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사랑에 대해서 여러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그렇지만 종국에 가장 부각되는 것은 성애에 관한 충동이다. 그 충동은 지독해서 매우 의례적이고 공식적인 석상에서의 충동도 긍정된다. 충동 자체에 선과 악은 없다.

2. 출구부재의 문학

그의 작품, 성, 변신, 심판에서 주인공들과 등장인물들은 각기 출구부재 혹은 그와 반대로 입구의 부재상황을 겪는다. 그들은 어딘가 닫힌 구조 안에서 머물게 되고 떠돈다. 그렇지만 거기서 '살지'는 않는다. 구체적으로 심판에서 볼때 죠셉케이는 심문이 벌어지는 심판장에서 살지 않는다. 다만 그는 심판에 대한 소식을 전해들을 뿐이다. 그렇게 단지 유목민적이고 이방인으로 세계를 단지 들락거릴 뿐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위치에 놓여 있기에 닫힌구조, 법조계와 같은 곳에서의 이상성을 가장 먼저 알아낸다.

허나 그러한 알아냄과 동시에 수반되는 것이 그의 이상행동이다. 죠셉케이는 자신의 죽음을 긍정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는 깨닫는다. 그러나 그 깨달음을 자신도 닫힌구조에 살고 있는것에 대한 깨달음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 작품내에서 그 강도와 강조점이 다르지만 그는 종종 구조의 억압과 모순을 거스르려는 모습을 보인다.

3. 모순의 형용과 부조리

그렇다. 그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능동적으로 살다가 부조리한 모습 속으로 편향되는 시점에서 죽는다.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이해하여야하는가??

카프카의 문학에서 부딪치는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미 일찌기 칸트가 지적한대로 '이율배반'의 세계가 현실이라는 것을 지지하는 것도 후대에 까뮈가 밝혀내듯 이 현실은 '부조리'한 속성을 지지하는 것도 아닌채 카프카의 작품 속 인물은 살아간다. 혹은 죽어간다. 모순의 형용도 아니고 부조리도 아니라면 대체 어디쯤 카프카를 놓아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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