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다시 라디오 듣기
글: 박용하
2002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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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런 대열(?)에 합류해보고자 참 많이 노력했는데 길게 쓴 평을 엎고 또 엎어선 지금 라디오를 들으며 생각나는대로 주절거리는 것, 그것이 이 영화에 대해 가장 솔직한 감정을 토해내는 것 같아서 지금에서야, 이 영화가 이제 내려서고 있는 시점에서야, 무언가를 끄적여본다. ^-^
오아시스는 사막지방에서 지반에 고인 지하수가 풍화작용으로 인해 지표로 드러난 샘이다. (앗, 자연교과서 같으당) 그렇기 때문에 사막지형에서는 주로 오아시스를 주변으로 문명권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오아시스'는 또하나 희한한 광경을 연출한다고 들었다. 그것은 바로 '신기루'이다. 사막의 증기들은 하나의 막이 되어 오아시스나 혹은 도시들을 상영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이 오아시스는 어쩌면 최초의 배우가 아니였을까?
0. 라디오
대학시절 라디오를 많이 듣는 사람이 있을까? 학창시절 끼고 살던 라디오를 대학초년때는 놓기 마련이다. 술이며 노는 일에 바뻐서 좀 잊게 마련이다. 음, 나만 그런지 아닌지는 잘모르겠다. 대체로 주변 남학생들은 라디오를 대신해서 음반에 빠져든다. 그렇지만 라디오는 음악만 듣기 위한 매체는 분명 아니다.
오아시스에서 내내 걸리는 것은 이 '라디오'였다. 배철수와 이소라, 그리고 어느 프로 로고송인지 모르겠지만 새벽에 들려온 노래. 이것들은 꽤나 마음으로 직접 다가온다. 문자보다 음향은 훨 감성적이고 훨 축축하다. 공주는 이 라디오를 통해서 세상과 만난다. 분명 어느정도 신기루인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를 통해서 접한 세상, 그게 신기루이기는 하지만 공주는 그래도 뛰쳐나가보고 싶다.
- 밖은 시끄러워 얼마나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 몸으로는 위험하기도해.
- 어른이 되었으면 말이야, 자기 일에도 책임을 지고 남의 시선도 생각해봐야지.
- 퍽퍽퍽
늘 세상을 안다는 어른은 요런식으로 새를 가둬둔다. 공주도 종두도 이런 새장틀을 벗어나보려하지만 사람잡는다는 휠체어자동승강기도 없는, 동대문 역 1호선, 갈아타는 곳 계단을 뛰어내리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어른은 환타지도 실제 세상도 가둬버린다. 희망은 출구없는 뫼뵈우스 아래 있다.
0.5. 다시 라디오
아직도 이상은의 '언젠가는'과 패닉의 '내 낡은 서랍속의 바다'가 나오는 프로가 있다. 가속도의 세상이기는 하지만 조금 늦게 진행되는 세상이 있다. 쉽게 우린 정치적으로 탈색된 '사랑'이라는게 인류 영원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사랑'도 사람 살아가는 일의 한 구석이니 전혀 비정치적일 수 없다. 사족이지만 만약 저상버스가 도입되어서 공주의 이동이 전혀 불편이 없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 반감될 것인가?
최근 잡음이 좀 많았지만 이종환, 최유라의 라디오시대나 양희은의 여성시대가 아직도 가장 서민적인 프로로 대변되는 이유, 그것은 라디오가 가진 최대의 힘이다. 왜 이런 힘이 존재할까? 사실 잘모른다. 어쩌면 라디오를 청취하는 인구가 텔레비젼이나 신문보다 적기 때문이 아닐까?
라디오로 돌아가자. AM도 좋겠지만 FM으로 돌아가보도록 하자. 그곳에는 아직도 '사심없이'누군가를 좋아하는 청소년과 여학생이 있고 '사람냄새 물씬나는, 매우 정치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아줌씨나 아저씨가 있다. 이멜로 참여하는 것도 좋겠지만 편지지 한통을 꺼내 김광석 노래를 반주삼아 신청곡 한장 신청해보는 것도, 사랑을 고백해보는 것도, 고민을 상담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일상에서의 잠시잠깐 휴식을 해보고 순수해져보는 것.
어쩌면 오아시스는 그런 모든 걸 지칭하는게 아닐까?
0.7. 여전히 이 영화는 풀어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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