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 중독
글: 박용하
2002년 1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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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독
마약중독이나 담배중독, 알콜중독은 사회적으로 매우 터부시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어느 노래가사에도 그렇듯이 현대사회는 이들 중독을 제외하고는 일중독같은 것은 권장하고 있는 사회다. '술을 권하는 사회'에서 알콜중독자가 되지 않고서는 승진의 기회며 윗사람에게서 인정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않든 중독으로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그것이 과연 한 개인의 문제일까?
우리는 영화에서 두가지 모습의 개인을 본다. 이 영화는 크게 아들과 어머니, 아들의 애인과 아들의 친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은 각기 개인으로 살아가려 노력한다. 이들은 각자의 꿈이 있다. 어머니는 유명한 다이어트 방송에 일반참가자로 나가는 것이 꿈이고 아들과 아들친구는 크게 한 건하여 돈많이 벌고는 순도 높은 마약을 원없이 피워보는 것이 소원이다. 그 소원의 부차적인 부분으로 자신의 애인과 단란한 생활을 만들어보는 일도 포함된다.
그렇지만 이 꿈들은 철저히 '파괴'되며 '죽음'을 맞이한다. 원제 레퀴엠 포 드림은 이러한 꿈의 죽음을 드러내는 너무 직접적인 제목이라는 생각이다.
2.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들은 고정된 직장이 없다. 아들의 애인은 대기업 사장을 아버지로 두고 있지만 일에 매여서 가족을 소 닭보듯 하는 상황이라 가족에 대한 미련은 없다. 어머니도 특별한 소일거리나 직장이 없이 텔레비젼이나 보면서 연금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꿈'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꿈꾸는 꿈은 어떻게보면 아주 절박하게 생을 끄집어 나가게 하는 엔진일 뿐이다.
그 엔진은 매우 초라하지만 그것의 부재가 가져올 충격은 엄청나다. 마약은 여기서 그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마약을 살 돈, 살을 뺄 마약이 필요한 돈, 결국 모든 것은 각성제나 마약으로 귀결된다. 이제 약이 사람을 지배하고 스스로를 목적으로 내몬다.
결국 아들과 어머니, 아들의 애인은 모든 것을 약의 지배에 맡긴다.
3. 한번이라도
한번이라도 우리가 우리 스스로로 살아볼 수 있다면 그 인생은 값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는 돈을 떠난, 현실을 무시한 공허한 이야기라고 쉽게 치부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글에서 '마약'을 '일'이나 '돈'으로 바꿔 읽어보라. 청년실업이 이제 특별한 사회이슈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적은 '비싼 밥먹고 쉰소리'하는 격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조금 아주 조금만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라. 이 빡빡한 삶, 이것이 꿈에 작별을 고하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우린 돈을 끊을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때 우린 무엇을 선택하여야하는가? 오늘도 쿵쿵거리며 냉장고,연체된 카드값,버려지는 이력서가 우릴 집어삼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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