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이라크전과 부시.
글: 박용하
2003년 0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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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하고 있는 부시 |
이것은 사실상의 선전포고였고 후세인은 거절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제 이틀 후에는 전쟁이 일어나도 아무런 할말이 없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1. 전쟁, 감상적으로 혹은 논리적으로
아주 기괴한 전쟁영화 중에 하나를 꼽자면 감히 '포레스트검프'를 꼽겠다. 이 영화는 한 바보의 멋진 성공담이지만 기실 그 안에는 두개의 전쟁에 놓여있다. 베트남전과 냉전이 그것이다. 검프는 베트남전을 통해서 전쟁영웅이 되고 냉전시기에는 탁구로 중공과의 외교개선에 한몫한다. 두전쟁을 바라보는 검프의 목소리는 반전을 외치는 한 히피에 의해 어이없이, 그러나 의도적으로 잘렸지만 검프의 목소리는 매우 '감상적'일 것이다. 그는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한 흑인병사를 구하기 위해 무작정 들어갔다 수많은 이들을 구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고 전쟁을 싫어했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반전에 대해서 반박하는 이들에게 이 전쟁을 논리적으로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선과 전세계와 미국과 맞짱을 떴을때 이길 수 있는 편을 드는 게 옳은게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 둘은 모두 매우 논리적인 입장에 서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적인 입장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가?
우리에게 만약 중동 한나라라고 생각해보자. 그래, 역사는 가정할 수 없는 법이지만 잠깐의 상상력으로 이땅을 모래가득한 열사의 땅이라 해보고 거리에는 차대신 낙타가 다닌다고 생각해보자. 가끔 아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오아시스가 있는 그곳 말이다. 그런 곳에서 대통령이 마음에 안듣다고 수도 전체에 폭격을 쏟아부을 생각이 있는 나라가 전쟁을 선언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그 공포를 과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2. 감상적인 반전
감상적인, 육체적인, 이라는 수식어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그렇지만 우리는 인간이라는 종족이 단지 머리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한다. 바그다드의 하늘에는이제 별똥별 대신 스마트호크가 떨어질 것이고 전폭기가 수시로 지나다닐 것이다. 그 폭격에 아이들은 다리가 날아갈 것이고 불발탄을 가지고 놀다 손을 날려버렬 것이다. 그 일이 내 아이게 일어날 것이라 생각해보라. 논리적으로 사태를 파악할 수 있는가?
감상적인 반전이라고 욕하지 마라. 우리는 지금 전쟁을 막아야한다. 석유를 위한 전쟁을 위해 이라크의 국민들을 피흘리게 하려는 일은 똑같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자국을 위해 명분없는 싸움을 벌이려는 미국의 독주를 막아야한다.
3.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여력이란 단지 이렇게 사람들의 여론을 모으는 일 뿐이다. 이 추악한 전쟁을 앞두고 우리는 단지 이러고 있을 뿐이다. 컴퓨터앞에서 뉴스를 들여다보며 분노할 뿐. 그렇지만 이런 작은 일 하나하나가, 큰 물줄기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그런 상상은 비전투원 파병에 대해 커다란 반대가 없는 여론을 들쑤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쟁을 조금이라도 늦춰 한사람이라도 바그다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자국의 사정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반전을 부르짖는 프랑스·독일 등과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이 빌어먹을 전쟁의 주식은 결국 우리에게 채무로 남을 것이다. 우리시대의 채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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