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의 힘~!!
글: 박용하
2001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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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성치 |
그렇지만 얼마 전부터 친구 혹은 나 혹은 인간의 문제(존나 거창하게 말하지만 결국 별거아닌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라고 들었는지[listen] 생각하는지[think] 모를 시시껄렁할 문제)에 눌려 가뜩이나 움추린 날에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도대체 닭이 먼저야 달걀이 먼저야' 혹은 '라면끓일때 스푸를 먼저 넣어야 더 맛일까 스푸를 나중에 넣어야 더 맛날까'라는 식의 고민을 양어깨에 짊어지고 있으려니.. 대한민국 양계산업계와 대한민국 라면업계 나아가 요식업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정 고민스러워졌다. 아 우리에게 정녕 희망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가? 우리가 희망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인가?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다-사실 배가 고프지 않아 안먹었을 뿐이당-이런 기분으로는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비디오 샵에 갔다. 그 형님에게 덜컥 물어본 영화는 '저기 주성치 영화 괜찮은거 있어요?'였다. 주성치!!
생전처음 주성치 영화를 스스로 돈내고 빌려보려는 순간이였다. 그때 내 심장은 평소보다 약간 느리게 뛰고 있었으리라~ 왜냐? 그때두 힘이 없었거든. 머리는 고장난 보일러 탓에 온수가 안나와서 안감은채 야구모자로 꾹 눌러 버린채였고 양말 안 신은채로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바지는 추리닝 차림이였다. 별 관계가 없다구? 헤헷 주성치 영화를 볼때는 평소의 논리를 접어두어야햇~ 왜냐하면 주성치니깐~
주성치 영화 중 희극지왕은 비됴산책에서 주요장면을 넘 많이 봐서 지겹구 그래서 좀 지난, 그래서 대여료도 500원하는 식신과 주성치의 007을 빌렸당. 두 작품 모두 아무생각없이 보기에 괜찮아다고 쓰겠지라고 보기 전에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다! 울 나라 cf계와 패션계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식신'에서 보여진 과도한 오버액션과 더불어 키치적-쉽게 말해 '유치한'- 화면구성을 염두해 볼 필요가 있다.
식신은 우리말 어감이 약간 괴기스러운 느낌을 풍기지만, '음식(食)의 신(神)'을 일컫는 말이다. 식신의 역할에 주성치가 등장하며 곳곳에 홍콩 영화에 등장하였던 인물들이 거의다 등장한다. 홍콩영화계도 울나라처럼 좁은 듯 싶다. 매번 홍콩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거는 '엇, 저배우는 지난번 영화에서 매우 이상하게 나왔는데'라는 말이 연거푸 나올 정도다. 실제로 '식신'에서 소심한 소림사 대사로 나온 배우는 '주성치의 007'에서 귀신같은(절대 신출귀몰하다는 뜻아님) 첩보원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주성치의 007'에서 등장하는 화영은 '색정남녀'에서 장국영을 돕는 대머리 감독으로 등장한다. 이런 걸 보면 한국영화계에서 배우들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도 통할 거 같지는 않다. 물론 여기 언급했던 배우들이 모두다 영화내에서 미미한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모두가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을 생각해볼때 배우들은 감독이 어떻게 발굴하며 어떻게 연기를 이끌어 내느냐가 중요한 일이지 않나 싶다. 약간 삼천포로 빠지지 않았나 싶은데, 식신의 스토리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식신이나 물욕이 강하고 지배욕이 강했던 스티브는 어느날 동업자의 음모에 쫄딱 망하고 한 뒷골목에서 잡쇄면을 빌어먹다 구타를 당한다. 그런 스티브를 화계(막문위 분)누님이 살려주어 같은 상권에서 오줌싸개 새우요리를 만들어 파는 상인과 연합하여 스티브가 만든 '폭탄 오줌싸개 쇠고기 완자'를 만들어서는 크게 성공한다.
뭐 여기 이후 예정된 위기와 예정된 반전으로 스티브는 다시 식신 시합에 나가게되는데, 얼굴 못생긴(정말 못생겼다. 한번 막문위가 얼마나 막나가게 바뀌는지도 볼만한 재미일 것이다) 화계가 자신대신 총탄을 맞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누구나 식신이다.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나 식신이 될 수 있다'라는 오의를 깨닫고 진정한 의미의 식신이 된다. 말하자면 '개과천선'(개과 동물같은 인간과 천번의 선을 본다는 뜻이지. 말그대로 인간성 시험하게 만든다는 뜻~)한다는 이야기겄지.
'주성치의 007'은 더욱더 간단하다. 딱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한의 황제 호위단 중 무술을 못하던 00발이 금국의 음모를 모두 혼자 막는다'이다. 007을 연상케하는 타이틀과 세습제 덕에 무공 하나도 못하면서 기찬 발명품으로 금국의 음모를 막아낸 00발의 활약은 정말 대단히 재미있다. 더군다나 결전의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한 초반 장면에서는 그 기발하에 놀라게 된다. '결전'에서 엽고성으로 등장하는 유덕화를 연기하는 배우는 오른쪽 이마에 고약을 붙인 노인네로, 그에 대항하는 고수로 정이건은 옆머리로 윗머리를 너른 대머리로 등장하는데 이건 참 허를 찌르는 코미디였다. 물론 이런 수법도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으나 '무림고수들이 모두 잘생겼다라는 건 신세대들이 만든 편견'이라는 대사는 허를 지르는 맛이 있었다.
코미디에 대해서 은근히 경시풍조가 있는 우리나라이다. 한때 코미디가 청소년 정서에 좋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였으며 유행어가 유아들의 언어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니 당장 없애야한다고 극한의 주장도 공공연히 있었던 걸로 기억되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코미디라는 장르가 한 극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희극인들의 노력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가? 그들은 라이브로 웃긴다. 차라리 립싱크로 우리 감성과 이성을 시험하게 하며 분노케하는 이들보다 얼마나 정직하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희극인 서영춘 옹의 동상과 그의 기념비가 최근에 세워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코미디에 대한 이러한 경시풍조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일견 좋기도 하지만 그때보다 힘들고 지쳐서 어느 한 구석에서 웃음을 흘리게 만들어 줄 사람을 희극인 보다 가수들의 개인기와 말장난에서 찾으려 하는 현실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주성치의 힘은 대단하다. 논리적으로 이성으로 이끌어질 수 있는 분석이라고 한다면 주성치의 연기는 단지 '오버액션맨'이라는 정의 하나로 끝날지 모르나 최근 불고 있는 이른바 '엽기 광고'와 똑같은 화면구성- 총천연색으로 화면이 양분되며 사진이 바르르 떨며 소고기 위에 구르면서 '정말 맛있다'고 외치는 식신대회 심사자 씬은 그대로 소고기 요리 광고에 올려도 될 듯 싶다-과 같은 결코 대중에게서 분리되지 않으면서 코믹적 요소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단지 '오버액션맨'이라 말하기는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다시 코메디라는 것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찰리 채플린 하면 '모던 타임즈 에 나오는 산업사회에서 점차 기계부속품처럼 취급되어버리는 인간들의 군상을 잘표현한 희극인'과 같은 유식한 그리고 모범답안과 같은 대답이나 '아~ 그 히틀러 같은 콧수염 붙이고 지팡이 집고 나오는 바보'라는 비교적 소탈하고 정직한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은 그의 글에서 찰리 채플린을 천재라고 답했다. 왜 천재라고 불렀을까? 물론 에이젠슈타인은 그의 영화적 재능을 찬사하는 뜻에서 천재라고 하였겠으나 나는 그 찬사는 그가 이룩해놓은 코메디의 왕국에 대한 찬사가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다.
코메디는 천재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위안을 주는 거대한 힘이 있다. 마치 사랑과 같이 웅대하지 않지만 소박한 것으로 대중들의 감정을 자극하며 사랑과 꼭 같이 논리를 뛰어 넘는다. 상식을 넘고 모든 선입견을 넘어서 코메디는 존재한다. 그는 천재다. 평범한 범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다 뛰어 넘기 때문이다.
오늘 잘만든 코믹 영화 한편을 빌려놓고 눈물나게 웃어버릴 수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게 축처진 이 구라맨에 올릴 수 있는 기도가 아닐까 싶당. ^^
ps. 밑에 허접한 글땜시 괜히 눈 아프게 해서 지송함다~ 기운 차리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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